빛과 생명, 구조와 깊이를 화폭에 담은 두 거장의 예술 세계가 국내에서 펼쳐진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오랑주리–오르세미술관 특별전: 세잔, 르누아르’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프랑스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폴 세잔과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프랑스 오르세미술관과 오랑주리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성됐다. 특히 오랑주리미술관은 국내 최초로 소장품 전시를 선보이며 의미를 더했다.
세잔은 인상주의와 현대 미술, 특히 입체주의와 추상미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 프랑스 화가로 ‘현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동시대 인상주의 화가들과 달리 보이는 순간의 인상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을 구조와 질서로 이해하고자 했다.
색과 형태를 통해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며 자연을 분석하듯 그려낸 세잔의 시도는 이후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르누아르는 밝은 색채와 인간의 즐거운 순간에 주목한 인상주의 대표 화가다. 그는 따뜻하고 생기 넘치는 회화를 통해 삶의 긍정성과 인간적인 감정을 화폭에 담아냈다.
두 화가는 인상주의라는 공통의 출발점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방향의 예술적 실험을 이어가며 미술사의 흐름을 변화시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세잔과 르누아르의 ‘야외에서의 창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두 화가는 야외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현장의 풍경을 즉흥적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방법을 탐구했다.
르누아르의 ‘센강의 바지선’은 색채의 섬세한 조절을 통해 구름의 결, 강의 흐름,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보트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또 ‘알제리 풍경, 야생 여성의 협곡’은 파스텔 톤의 따뜻한 색감과 겹겹이 쌓인 물감 표현으로 실제 바람이 부는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이어지는 ‘정물에 대한 탐구’ 공간에서는 색채와 빛의 감각에 집중한 르누아르 특유의 화법이 두드러지며 세잔과의 대조가 더욱 뚜렷해진다. ‘튤립 다발’은 튤립 꽃의 색과 유사한 배경과 청색 화분의 대비를 통해 생동감을 극대화한다.
반면 세잔의 ‘수프 그릇이 있는 정물’은 뚜렷한 선과 원색에 가까운 색감을 사용해 멀리서도 피사체가 명확하게 인식된다. 반복적인 구성과 구조적 탐구를 통해 하나의 고정된 시점이 아닌 여러 관점에서 바라본 사물의 모습을 동시에 화면에 배치했다.
풍경과 정물을 넘어 '인물' 표현에서도 두 화가는 서로 다른 회화적 언어를 구사한다.
세잔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배와 목욕하는 사람들’ 속 인물들은 강건하고 거친 육체성을 지닌 모습으로 표현된다.
반면 르누아르의 ‘피아노 치는 소녀들’은 진주빛처럼 부드러운 피부 톤과 유연한 선으로 묘사돼 따뜻하고 친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당 작품은 연핑크빛 아치형 벽면에 단독 전시돼 작품 특유의 감성을 한층 강조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이번 전시의 중요한 기반이 된 수집가 폴 기욤의 컬렉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유럽 회화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조각 등 다양한 문화권의 예술 작품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독창적이고 방대한 미학 세계를 구축했다.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잔과 르누아르’ 섹션에서는 두 화가의 대조적인 화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앞선 공간에서 작품이 교차 배치됐다면, 이 섹션에서는 작품을 양쪽에 나란히 배치해 서로 다른 화풍을 직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르누아르의 ‘눈 내린 풍경’과 세잔의 ‘나무와 집’은 두 화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르누아르가 따뜻한 색감을 촘촘히 쌓아 올린 반면, 세잔은 굵고 직접적인 선과 또렷한 색을 사용했다. 르누아르의 작품은 멀리서 볼수록 형태가 선명해지지만 세잔의 작품은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명확한 구조를 유지한다.
이처럼 대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해 시대를 초월한 본질을 포착하고자 했던 두 화가는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회화 언어를 통해 각자의 독창적인 화풍을 확립했다.
원화 앞에서 마주하는 찬란한 감동의 순간은 오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이어진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