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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노마드] 한류의 힘은 보편성에서 나온다!

 

2025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은 헐리우드 중심의 글로벌 콘텐츠 질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흥행 성과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의 정서와 문화 규범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필자는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때 시청률 80%를 넘기던 현장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2천년대 초 주몽, 허준, 대장금, 선덕여왕으로 대표되는 사극을 통해 형성된 신뢰는 이후 꽃보다 남자와 같은 하이틴 로맨스물로 확장되며 청소년층까지 빠르게 흡수했다.

 

중동의 어느 나라에 방문했을 때 허준 돌풍 후에 주몽과 선덕여왕이 동시간 대에 방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남성들은 주몽을 보고 싶어했고, 여성들은 선덕여왕을 보고 싶어했다.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아내들이 드라마도 마음대로 못 보느냐며 항변하자 TV를 더 구입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한류가 오락을 넘어 사회적 소비 현상으로 확장된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이슬람 문화권의 방송 환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 제작하는 영상의 콘텐츠는 수준과 재미가 부족했고, 반면 해외 콘텐츠를 방영하기에는 성적 묘사, 폭력, 호러물이나 마약 소재에 대한 검열이 매우 엄격했다.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혹은 서구 콘텐츠들은 이들의 심의와 검열을 통과 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제한 조건은 한국 드라마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한국 공중파의 심의 기준과도 부합했는데 한국 콘텐츠는 성적 장면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고 감정의 축적과 서사로 대체했다. 전쟁이나 갈등을 다루더라도 신체 훼손과 유혈을 최소화한다. 서구권 드라마처럼 자극적 장면이 이야기 전개의 핵심 장치가 아니었기에, 편집 없이도 완결된 이야기가 가능했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인물 중심 서사다. 권선징악, 고통받는 인물의 회복이라는 보편적 서사가 더해지며 종교와 문화를 넘어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세밀하게 따라가며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는 제작비가 부족하던 시절 스펙터클한 장면 연출의 한계와, 빠르게 진행되던 촬영 스케쥴을 고려한 현실적 선택이 원인이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가족과 이웃, 일상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OTT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한국 드라마의 방향성도 변하고 있다. 좀비물, 고강도 액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전면에 내세운 장르물이 늘었고,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정서적 공감의 밀도는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학교 폭력과 같은 소재가 반복 소비되며 한국 사회가 ‘문제적 사회’로 단순화되는 점 역시 우려할 지점이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 고발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자극이 목적이 되고 어둠이 서사의 전부가 될 때, 콘텐츠는 공감의 언어가 아니라 피로의 언어로 전락한다. 한류의 힘은 더 센 자극이 아니라 덜어냄의 미학,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보편성에 있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자극으로 주목을 붙잡을 것인가, 보편성으로 신뢰를 쌓을 것인가. 그 선택은 콘텐츠 산업을 넘어, 한국 사회가 세계 앞에 어떤 얼굴로 기억될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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