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매 / 황석영/ 도서출판 창비 / 224쪽 / 1만 6800원
"괜찮아, 너는 그 자리에 씨를 뿌렸을 테니 봄이 오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600년을 관통하며 펼쳐지는 역사와 생명에 관한 압도적 서사가 담긴 신간이 출간됐다.
장편소설 '할매'로 돌아온 세계적 거장 황석영은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위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만해문학상·대산문학상·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황석영은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철도원 삼대' 이후 5년 만의 신작을 선보인다.
전작에서는 근현대 노동자의 삶을 묵직한 서사로 꿰뚫었다면 이번에는 장구한 역사와 인간 너머의 생명을 조망하며 확장한다.
이번 소설은 한마리 새의 죽음에서 싹을 틔워 600년의 세월을 겪어온 팽나무 '할매'를 중심으로 이 땅의 아픈 역사와 민중의 삶을 연결한다.
이 팽나무가 한겹씩 나이테를 늘려갈 때마다 그 그늘 아래 스쳐간 인간군상의 파란만장한 삶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풀어낸다.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은 이어져 있으며 모든 존재가 거대한 인연 속에서 순환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존재의 근원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황석영 특유의 힘 있는 필치와 몰입도 높은 서사는 독자들을 격동의 역사 현장 속으로 초대한다.
소설은 역사의 비극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던 모든 생명의 온기를 전하며 위로한다.
한반도의 비극적 역사뿐만 아니라 이름 없는 풀벌레의 날갯짓부터 갯벌의 숨소리까지 소설이 포착할 수 있는 깊고 장엄한 세계가 펼쳐진다.
문명전환기에 선 우리에게 민담적 상상력과 생태적 사유를 통해 새로운 구원을 제시한다.
하나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한 광대한 이야기로 확장되는 웅대한 시적 서사의 세계는 독자들을 황석영의 웅숭깊은 사유의 숲으로 끌어들인다.
이는 단순한 소설이 아닌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과 근원을 되찾는 여정이 된다.
정지아 소설가 역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으로 읽었다"며 "수억년의 시간을 건너 지구에 추락한 작은 운석의 틈새에서 하루살이가 장엄하고도 허망한 생을 마감할 때 나도 모르고 울고 말았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 경기신문 = 서혜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