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게 간식비라는 명목으로 개인당 10만원씩 모으고 있습니다. 간식비를 내지 않으면 집으로 계속 연락을 하거나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합니다. 학교예산이 부족하다는건 알지만 배고픈 학생들이 더 많습니다. 아이들 급식에선 벌레에 곰팡이나 내놓고는 선생님들은 기름진 음식에 돈 봉투에... 씁쓸합니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학부모회의 불법찬조금 문제가 곪을대로 곪아 공교육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일선학교에서 불법찬조금 모금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경기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도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새학기가 시작된후 학부모회를 조직해 학교발전기금 등 명목으로 불법찬조금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기본적인 투명성조차 확보하지 못한채 한 학급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
현재 공식적인 학교발전기금이 아닌 학부모에게 찬조금을 조성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학부모회는 비법정기구이기 때문에 학교나 교육기관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도교육청의 감사담당 역시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학부모회의 불법 찬조금 조성은 신고를 받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학교에서 학부모회의 찬조금 모금을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따라 도내 초.중.고등학교마다 학부모회의 불법 찬조금 조성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회의 강제회비 문제가 학부모간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실제로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가 최근 발표한 불법찬조금 신고 사례는 전국 162개 학교로 이 가운데 경기도가 62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된 학교들은 대부분 학부모회가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개인당 2만원에서 30만원씩 거둬들였으며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 비품과 간식비, 교사와의 회식비로, 고등학교의 경우 야간 자율학습 감독과 간식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분당의 A고는 미술과, 연극영화과 등 과단위 어머니회에서 130명에 해당하는 학생의 학부모에게 1인당 25만원씩을 거뒀다.
동두천의 B고는 학부모 전원에게 100만원씩 거두려다 논란이 일자 모금이 중지됐고, 부천의 G초교도 학부모 임원 1인당 100만원씩 거두려다 학부모의 반발이 심하자 모금을 중단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박이선 경기지부장은 "불법 찬조금을 매개로 10여명 내외의 학부모 대표가 학교관리자들의 묵인과 지원하에 찬조금을 사용하는 등 일부 학부모대표와 교장의 유착관계가 교육계의 부패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며 "학교발전기금을 빙자한 불법찬조금을 근절하기 위해 교육당국의 철저한 감시 및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학교에 돈을 내야지만 안심해하는 교육풍토를 고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불법찬조금 사례를 신고하려고 해도 자녀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신고를 하지 못하는 풍토 역시 빨리 개선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등교길을 교통지도하는 '녹색어머니회'나 상담자원봉사를 하는 '상담자원봉사회'등 건전한 학부모회도 많다"며 "학부모들이 돈 걱정부터 하는 학부모회가 아니라 학교와 협력해 자녀들의 학교생활을 더욱 건실하게 할 수 있는 학부모회가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