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85만 가구에 대해 건보료를 탕감해주기로 했다. 또 생계형 금융채무 불이행자나 부도·도산·파산·화재 등 때문에 보험료를 내지 못한 가구에는 보험료 징수를 최장 2년까지 유예해 주되 보험 혜택은 주기로 하였다. 3개월 체납자는 전체 지역가입자 850만 가구의 23%인 197만 가구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43%가 3천억 원의 보험료 탕감 혜택을 받게 된다. 보험료 체납 때문에 물심양면으로 고통 받던 영세민들로서는 더 없는 낭보일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제도란 것이 가진 자가 더 많은 보험금을 내고, 덜 가진 자가 혜택을 보는 자선적 성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료 체납자에게 탕감의 기회를 준 것을 잘못된 일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건보료를 못낼 만큼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그렇지 않은 국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돕는다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할만하다.
다만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려면 모든 가입자는 소정의 보험금을 낼 의무가 있는데 특정한 사유를 들어 특정인에게만 탕감의 혜택을 주었을 때 의무 이행을 소홀히 하거나, 의도적으로 의무를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생계형 신용불량자 40만 명에 대해 원금 상환 유예와 이자 면제 등의 혜택을 준 일이 있었다. 이 때도 생계 곤란자에게 자활의 기회를 주고자 한 정부 시책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지원책을 도입하다 보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걱정이다. 건보료 탕감과 신불자 구제로 생계곤란자의 처지가 개선되고 힘이 될 수 있다면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허나 한 때의 선심 행정이 되려 사회 전반에 나쁜 버릇이나 사고(思考)를 만연시키는 빌미가 된다면 이야말로 긁어 부스럼 내는 졸정(拙政)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과는 다른 것이지만 역대 정부는 농민 부채 해소를 위해 원금 또는 이자를 탕감해 준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성과는 반짝하는데 그쳤다. 미리 할말은 아니지만 건보료 탕감도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기왕에 하기로 한 것이니까 시행하되,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