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49개 공공기관이 포함된 정부의 176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계획이 발표된 지 이틀이 지났다.
당초 계획이 실행된 것이지만 현실이 주는 충격은 대단한 것이어서 이전대상기관이 밀집한 성남, 수원, 과천, 용인, 안양 등지의 주민들은 “경제침체라는 태풍속에 ‘쓰나미’가 덮친 꼴”이라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1천만 도민의 이름으로 시위도 했고 465억원의 세수감수, 2조5천억원 가량의 부가가치 감소 등을 내세워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당장 생계유지가 걱정인 이들은 벼랑 끝에 선 듯한 위기감에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충격 속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들이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이름은 ‘경기도지사 손학규’다.
손지사는 유력한 차기 대통령후보이자 10조원이 넘는 예산과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는 웅도 경기도의 도백이다.
특히 평소 ‘도민우선’, ‘실사구시’의 행정을 강조해 온 그이기에 언론이 생각지 못하는 그만의 해법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이제는 한 가닥 남은 생명선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손지사의 정치력과 정치인으로서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손지사는 정치적 악수(惡手)라는 세평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이전을 찬성해 많은 비난과 함께 정치적 손실을 감수했다고 한다.
당장 표와 연결되지 않는다는 주변의 걱정을 뒤로 하고 경기도의 미래를 위해 인프라 구축 등 장기프로젝트에 남달리 애착을 갖고, 투자하고, 보듬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와 국가 경쟁력에 반한다”며 이해찬 국무총리주재 수도권발전협의회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기도 했다.
그런 손지사라면 이제 나서야 한다.
국가와 경기도를 위해 정치적 손실과 정치적 미래까지도 무릎 썼던 손지사라면 대의를 위해 고개를 숙이고, 차가운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28일 수도권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이 발표되면 그야말로 손지사와 경기도가 치러야 할 전투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도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규제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스케줄을 내놓을리 없다. 명분과 여론이 경기도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지금 손지사가 나서야 한다.
과천, 분당 등지에 대한 구체적인 발전방안에서도 정부의 주도를 보고만 있지 말고 치밀한 전략과 열정으로 지역민들의 민의가 담긴 경기도의 독자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정부가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남겨진 토지와 건물의 용도변경을 요청할 경우 거부할 것이라는 갈등구조는 ‘정치인 손학규’를 부각시킬지는 모르지만 그의 정치적 신념을 의심케 할지 모른다.
전쟁에서는 졌지만 수없이 펼쳐질 전투에서의 승리로 도민의 먹거리를 해결하고 상처받은 민심을 치유하는 목민관으로 남는 것은 임기를 1년 남긴 손지사의 몫이 됐다.
손지사가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