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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인터넷실명제 선동을 규탄한다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이 확인되어야지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제도로, 지난 2003년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발표된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된 바 있다. 이후에도 정부는 사이버폭력, 부정선거 대책 마련을 운운하며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였고, 급기야 지난 6월 15일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이버폭력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인터넷실명제’를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도입의 의지를 보였다. 열린우리당 역시 7월 5일 인터넷 실명제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인터넷실명제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제도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에서 인터넷실명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이며, ‘인터넷의 표현에 대해 질서 위주의 사고만으로 규제해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려는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이는 실명제를 도입해 개인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여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의 인터넷상의 일상 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개개인의 모든 생활을 사찰하고 통제/관리하고 싶어하는 권력의 낡은 욕망이 사이버 공간에서 되풀이 되는 것의 다름 아니다.
인터넷실명제의 명확한 위헌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실명제 도입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점입가경이다. 진대제 장관이 인터넷실명제 도입 의지를 밝힌 이후 대다수의 언론들이 포탈사이트에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인터넷 실명제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들의 이러한 태도는 인터넷 공간에 대한 잘못된 분석과 무지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담하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이버폭력’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특징이 특정 개인들에 의해 부정적인 방법에 활용되었기 때문이지,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익명성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공간에서 나타나는 모든 부정적 현상을 ‘익명성’ 때문이라고 판단해버리는 것은 너무나 손쉽게 원인을 찾아내려는 정부와 언론의 안일한 태도의 방증 그 자체일 뿐이며, 목욕물 갈려다 아이까지 버리는 잘못된 판단이다.
더더군다나 그동안 (인터넷 포탈을 포함하여)언론에서는 인터넷상에서의 무분별하게 유통된 ‘연예인 X파일’과 ‘지하철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고 내린 승객’의 사진 등에 대한 사건을 보도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보다는 가십위주의 사생활 보도와 관련 반응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사건을 확대 재생산해왔다. 언론의 이러한 반인권적 태도야 말로 인터넷 공간의 불특정 다중들을 무책임하게 선동하는 몰지각한 행위이다. 결국 최근 드러난 사이버 폭력의 문제는 ‘익명성’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사생활보호나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선정적이고 재미위주로 정보를 구성하고 반인권적으로 무분별하게 유통시키고 있는 포털사이트의 기사나 언론보도의 문제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론으로서의 자기성찰은커녕, 오히려 선정적 보도에 열을 냈던 언론이 모든 책임을 네티즌에게 전가하며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지금 언론이 인터넷 실명제에 주목하려는 이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실명제를 갈구하는 주류 언론 및 인터넷 포털의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인터넷실명제는 직접적 검열의 문제를 넘어 확인/관리/통제 가능한 거대한 인터넷 시장의 단계적 완성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익명성이라는 것 자체가 시장 안에서의 비체계적이며 불확실성을 내제하기 때문에 인터넷실명제 도입으로 언론과 인터넷 포탈은 인터넷을 시장의 공간으로 규정하고, 보다 확실하며 통제가능한 시장 관리를 하고자 하는 불손한 욕망에 다름 아니다.
’사이버 폭력‘은 ’인터넷 실명제‘라는 일방적인 정부정책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 폭력‘은 ’인터넷‘이라는 전혀 새로운 공간을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질서를 만들어 갈 때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우리는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또한 우리는 익명성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인터넷실명제 선동에 나선 언론을 규탄하며, 체계적인 시장을 관리/통제하여 인터넷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침해하려는 언론의 자본적 욕망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는 바이다.
문화연대 culturalac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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