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세종 27년(1445)에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가 완성되었을 때 나무의 뿌리는 ‘부휘’였다. 또 꽃은 된소리가 아닌 ‘곶’이었다. 코는 ‘고’였고, 칼은 ‘갈’이었다.
격음(激音)이 아니었다. 그랬던 것이 차차 거센소리 또는 된소리로 변화한 것은 인간의 사회생활이 복잡하고 치열해짐에 따라 강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국어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언어학자 알베르 도자는 그의 ‘언어철학’에서 ‘언어는 하나의 사회적 사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언어, 즉 말은 점진적이고 완만하게 사회상을 반영하지만 인간 개인의 인격과 품격을 나타내기도 한다. 거칠고 난폭하게 떠드는 사람과 우아하고도 논리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품격의 현격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말도 난폭해지면 폭력이나 다를 것이 없다. 요즘은 어떠한가. 어린이, 청소년들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말씨는 날로 거칠고 조잡하면서 지방색 짙은 방언(方言), 욕설(辱說), 저속한 은어(隱語), 나라 불명의 비속어(卑俗語)등 아무 거리낌 없이 마구 쓰여지고 있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을 비롯한 지도자연하는 사람들, 어디 어느 곳 할 것 없이 내뱉는 방언(放言), 식언(食言), 실언(失言), 망언(妄言), 폭언(暴言) 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말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마치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욕설을, 폭언을 할까 비정상적인 언어문화의 정서가 급류를 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말은 인격의 산물이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또한 말은 단순한 의사전달의 수단을 넘어 마음의 교감(交感)을 이루는 다리이다. 어느 작가는 ‘말은 정신의 지문(指紋)’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말은 생각의 일부가 아니라 그 사람의 영혼의 옷이며 전부이다. 사람은 언행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사회지도층은 물론 어른들의 인격도 이 언행으로 측정된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사람됨됨이 즉 자기 인격의 수준만큼 말하고 행동한다.
인격은 도덕적 행위자체로서의 한 개인의 품위(品位)요, 품격(品格)이다. 사람은 다 평등한 존재이나, 인격에는 높낮이가 있다. 품위 있는 사람도 있고 품위가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모두 내가 얼마나 언행을 올바르게 했느냐 로 결정된다. 이른바 내가 어떻게 얼마나 인격을 닦았느냐에 있다. 그런데 요즘은 위 아래 할 것 없이 주변을 보면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고 바르게 이어갈 희망은 갈수록 흐릿해지는 것 같다. 인터넷 채팅에서 ‘안녕하세요’라고 쓰면 당장 퇴장 명령이 떨어진다. 왜냐? ‘안냐서여’란 인터넷 표준문법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익명(匿名)이란 보호막 아래 숨어, 욕설과 폭언이 난무하는 인터넷 게시판 댓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저 내 생각, 우리 집단의 뜻에 한마디나 한 줄만 거슬려도 거친 욕설부터 내뱉고 본다. 어떤 이치나 논리도 필요 없다. 상대방의 말이나 글을 끝까지 듣거나 읽는 최소한의 예의도 인내심도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남의 말이나 생각, 의견에 대한 존중은 턱도 없는 소리다. 그래서 말은 ‘말씨’라고 하는 모양이다. 만복(萬福)의 근원이 말씨에 있다면 독한 말(毒語), 악한 말(惡語)을 하는 사람은 결코 여생이 축복받지 못한다.
이 세상 모든 화근(禍根)은 혀끝에 있다. 혀가 칼보다 날카롭기 때문이다. (舌芒於劍)
이처럼 언어폭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수많은 이유나, 갖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가정은 먹고 살기가 바빠서, 맞벌이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언어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학교는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 떠밀려 언어순화교육의 기회를 놓치는 형편이다. 또한 사회 환경도 언어순화는 커녕 언어폭력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다. 아무튼간에 가정·학교·사회의 책임이 작지 않다 할 것이다.
요컨대 말은 태초에 있었다. 그 말은 진리요, 빛이요, 생명이다. 그 말은 곧 생명의 길이었다. 그렇기에 이를 깨달아서 아침에는 입(口)을, 한낮에는 말(言)을, 저녁에는 혀(舌)를 조심해야 한다.
옛 선인들은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 하여 말조심을 강조하였고 또한 말에는 예의를 반드시 갖추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