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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고운 예술 교육

최창의 경기도교육위원

얼마 전 우리 지역의 한 문화재단에서 교사들을 위한 예술교육 연수를 계획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없이 반가웠다. 학교 교육에서 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이들의 곱고 아름다운 내면을 가꾸고 감수성을 기르는데 있어 문화예술 교육만큼 좋은 밑거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세계 1천여개에 가까운 학교에 퍼져있는 발도로프 교육철학의 바탕은 ‘교육은 곧 예술이다’는 명제이다.
나는 수년전에 발도로프학교와 같은 이념으로 세운 스위스의 슈타이너학교에서 현지 연수를 한 경험이 있다. 슈타이너학교는 독일의 발도로프학교를 세운 교육사상가인 슈타이너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스위스의 초중등 과정의 학교이다.
슈타이너학교 교육의 전체 과정에는 음악, 조소, 오이리트미, 목공, 공예, 미술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예술 교육이 핵심 요소를 이룬다. 예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몸과 마음으로 겪고 느끼게 하는 것을 중시하여 진정한 자유인으로 성장하게 한다.
그곳 선생님들의 지도로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내용을 실습하면서 우리가 그 동안 배우고 익혀왔던 개념과는 매우 달라 놀라웠다.
슈타이너학교 실습과정 가운데 수채화를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사용하는 물감은 모두가 자연에서 얻은 천연물감이다. 천연 물감과 화학물감이 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근본과 시작부터가 다르다.
그곳 선생님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결과’보다 ‘과정에서의 느낌과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생님은 노랑, 파랑, 빨강 등 원하는 대로 물감을 조금씩 나눠 주며 “색을 즐겨라, 색깔이 품어내는 빛을 느끼라”고 말한다.
“마음을 담아 색을 즐기라”는 주문에도 우리는 자꾸 선을 그리고 무슨 모양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자꾸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의식이 되어 붓놀림이 자유스럽지 못했다.
목공예 시간은 어느 공부보다 즐거웠다. 선생님은 목공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절대로 ‘무엇을 만든다는 걸 말하지 말라’며 우리에게도 이리저리 깎고 다듬기만을 일러 준다.
무엇을 만든다는 생각없이 조그만 손칼로 부지런히 깎아나가는데 참 재미가 있다.
손끝의 감각으로 나무가 깎기고 느끼는 가운데 어느덧 조그만 팽이가 나온다. 바람개비가 만들어진다. 그 큰 통나무 속에서 수십 개의 팽이가 태어나고 바람개비가 돌아나온 것이다. 통나무의 생명력이다.
또다른 선생님들과 털실로 인형을 만들 때도, 손주머니에 수를 놓을 때도, 리코더로 음악을 연주할 때도 근본을 이해하고 과정 속의 느낌을 중시하는 철학이 일관되게 흐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무엇을 만들려고 구상하고 작품의 결과를 의식하는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인형을 만들 때는 머리 모양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였다. 수를 놓을 때는 씨앗을 뿌리듯 점만을 박으라고 하는데도 어떤 형상이 만들어지는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수십년 동안 배우고 가르치면서 예술교육에서조차 ‘과정에서 즐김보다는 결과의 평가’에 앞서 나갔던 우리나라 교사들이니 어쩌겠는가?
아무쪼록 문화재단에서 계획한 교사 연수가 잘 진행되어 우리지역 학교에 아름답고 고운 예술교육의 씨앗이 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이 예술교육의 한마당에서 흐드러지게 춤을 출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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