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모자라”
지난 1994년 10대들의 우상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교실 이데아’의 노래를 거꾸로 부르면 들리는 가사로 화제가 됐던 대목이다.
지난 해에 이어 1년 만에 또 다시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수혈용으로 공급되고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을 원료로 사용한 혈액제제 2만6천여병이 수개월간 시중에 유통·판매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청,보건복지부등은 파문의 확산을 우려하여 은폐에만 급급하면서 아무런 긴급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혈액관리는 그동안 안전성에 수많은 물음표를 던져줬다.
2003년에 대한적십자사의 혈액사업본부에 의해 에이즈와 B형과 C형 간염, 말라리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시중에 대량유통된 사실이 밝혀졌다.
또 지난 해에도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 공급된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의 큰 불신을 받아왔다.
감사원의 조사결과를 보면 말문이 막힌다.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았다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6명,간염을 얻은 사람 10명,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 4명, 일부는 매독균에 감염된 혈액까지 유통돼 국민들이 각종 질병에 오염된 혈액으로 피해를 입고 있음이 드러났다.
물론 대한적십자사만을 탓할 수는 없다.
지난 14년간 120억원에 불과했던 국고지원으로는‘믿을 수 있고 깨끗한 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3,200억 원으로 국고지원을 대폭 늘리고, 신기술인 핵산증폭검사기법(NAT)을 도입했다. 또 보건복지부에는 혈액사업을 관리할 ‘혈액정책과’도 신설했다.
그러나 국고지원이나 혈액정책과의 신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또 다시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된 혈액이 환자에게 수혈되고, 약품으로 제조되어 판매된 사건이 발생했지만 관련 당사자들이 보여준 태도는 어딘 지 미덥지 못하다.
더욱이 질병에 감염된 혈액이 환자에게 수혈되고 약품으로 제조돼 유통되고 있음을 인지하고도 은폐에 급급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의 단면을 보여준다.
“낙후된 검사 기법 때문에 발생한 불가피한 혈액사고다”, “혈액제제 제조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불활성화되기 때문에 굳이 폐기할 이유가 없다”는 등의 의학적으로 완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논리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 힘들다.
혈액안전종합 대책을 시행한지 1년도 채 안 돼 같은 사건이 또 다시 재발했다.
감염된 혈액에 의해 피해를 입었거나 수혈등을 받아야 하거나 혈액제제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
이들은 “태풍 ‘카트리나’나 ‘9.11 테러’ 못지 않은 ‘피의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국민들이 안심하게 수혈을 받고 혈액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혈액사업의 기반을 다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서둘러야 할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민들의 비난을 회피하려는 단순미봉책으로는 혈액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혈액관리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
내국인의 혈액에 대한 안전성 검사는 물론 현재 미국이나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고 있는 혈액에 대한 안정성도 안심할 수 없는 현실에서 혈액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있어야 한다.
혈액의 채취와 유통이 사업화 되어 이윤을 앞세운 혈액관리자들이 도덕성보다는 이윤적 동기를 앞세울 때 그 피해는 한 사람과 가족의 일생을 송두리째 앗아 가버릴 수 있는 치명적인 것이다.
국가가 혈액관리에서부터 유통,사후관리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피를 수혈받거나 혈액제재를 사용한 사람들이 피때문에 죽고,피가 마르는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
“깨끗한 피가 모자라”
‘서태지와 아이들’이 요즘 ‘교실 이데아’를 리메이크한다면 아마도 이런 가사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김찬형 사회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