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과 남한강이 서로 만나 얼싸안고 등을 두드리며 인사를 나누는 뒷전으로 한 무리 안개가 눈을 흘기며 지나가고 있다. 강은 이미 잠에서 깨어나 두런두런 길 떠날 준비를 하고 아직 채 밝지 않은 엷은 햇살이 기웃거리며 未明의 문을 여는 정경이 고혹한 웃음으로 다가온다.
그 옆으로 정조의 理想과 孝心, 그리고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실학의 대가인 다산선생의 열정이 살아 숨 쉬는 수원화성도 한껏 고즈넉한 자태와 향기를 뽐내고 있었다.
서문의 공심돈이나 빼어난 정취가 물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웃으며 더없이 수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방화수류정역시 반갑게 만나볼 수 있었다. 병자호란의 애환과 절절한 삶이 굴절되어 있어 서른이 가까워질 때까지 수없이 찾아보았던 남한산성 수어장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가슴을 파고들었다.
경기의 대표적인 고찰인 용주사와 남한강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신륵사는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풍경소리에 젖은 채 속세를 향해 부처의 가르침을 날리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 대대적으로 발굴되고 있는 양주 회암사지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 경기도 박물관이 경기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문화의 오랜 역사와 전통이 담긴 전시라는 주제로 개최한 “가고픈 경기비경”을 만나 본 것은 기쁨 그 자체였다. 결코 만만치 않은 역사의 질곡 속에 고려와 조선왕조의 도읍지로써 수많은 문화유적이 있는 경기산하는 바로 우리역사의 현장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경기관광공사가 경기방문의 해를 주관하면서 “경기도에 오시면 한국이 한 눈에 보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데일리투어 코스를 개발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서 깊은 경기산하를 만나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민이면서 정말 구구절절한 사연들과 역사의 숨결이나 삶의 애환이 서린 경기산하의 참 모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듯하다. 필자역시 이번전시회를 통해 아직도 가볼 곳이 너무도 많구나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가을은 분명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나 여행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가을을 가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산자락 오솔길을 걷거나 소슬바람자락을 타고 오는 귀뚜리소리 벗 삼아 책을 읽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지난여름 흘린 땀의 결실이 더없이 풍요로운 들녘이나 산과 바다를 찾아 세상걱정 털어버리고 보다나은 내일을 그려보는 사람들은 또한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가을을 가을답게 살아가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지난날의 정성과 노력으로 얻어진 열매를 고마워하며 자축하는 일은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 열매가 비록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서로를 격려하면서 보다 심기일전하자는 뜻을 잔에 가득 담아 기울여 보는 것은 더욱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가을은 우리의 마음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자연의 선물이다. 이 가을에 한권의 책을 읽거나 한번쯤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은 지난여름 더위에 찌든 삶의 더께를 씻어낼 수 있는 정말 좋은 보약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을 떠날 수 없다면 가까운 경기도 박물관을 찾아 한눈에 경기비경을 감상하는 지혜를 가져보자. 이것이야말로 가을을 가을답게 지내는 최소한의 정성이 아닐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