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곧 건전한 사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자기가 한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그런 풍토가 되어 버렸다. 엄연히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발뺌을 하고 남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 또한 잘못은 다 남의 탓이나 책임으로 돌리고 잘 한 것은 오직 자신의 공(功)으로 돌리려는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源淸則流淸)’는 옛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이 말은 한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는 데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기절제, 희생정신, 솔선수범 등이 기본가치 덕목인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을 함축해 표현한 말이다.
19세기 프랑스 정치가 가스통 피에로 마르크가 처음 사용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Noblesse(귀족의 신분)와 Oblige(의무를 지다)의 합성어로,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국가나 사회계층의 한 지도자가 되려면 그 지위와 신분에 걸 맞는 의무와 책임을 솔선수범 스스로 이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서구사회에서는 귀족은 물론 상류층 인사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가치덕목, 즉 公人精神으로 인식되어 왔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들이 사회적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사회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정치인·언론인·기업가 등은 그 직업이나 직분에 맞는 책임과 의무가 있으며 자신의 신분에 걸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회 각 계층의 이른바 지도층이라는 그들에게 과연 국민을 위한 공인정신, 선비의 기개(氣槪)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자고새면 정쟁(政爭), 시기, 모략 등으로 뒤엉켜 무엇이 옳고 옳지 않은 것인지 정말로 머리를 헷갈리게 한다.
지난 5월 4일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무려 1천692명, 불과 20일 사이에 지난해 1년 1천343명 보다 훨씬 많은 이가 국적을 버린 것이다. 이 국적포기사태는 그 내용면에서 더더욱 충격적이다.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녀 국적포기사례가 이만 저만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 무렵 방송매체를 통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한 예를 든 것에 불과하지만 이런 국적포기사태는 무엇보다 사회 각계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의 결여’, ‘도덕적 해이(解弛)’에서 비롯된 가슴 아픈 처사(?)다. 도덕성이 마비돼 있는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재앙이 초래된다는 것이 바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아니던가.
일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채 ‘물’을 흐리는 불행한 오늘의 현실에 대해 단순히 허탈해 하거나 분개하는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 한 마디로 신분이 높고 영향력이 큰 사람일수록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 보다 나은 세상을 열어가는 데 앞장서야 한다.
또한 현재의 위치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엄격히 구분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 우리 옛 선현 선비들의 견득사의(見得思義)정신을 본 받아 이득을 보면 그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하고 직분에 충실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제야 말로 사회지도층의 인사들을 비롯해 상류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공인정신 발현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