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일하는 틈틈이 창밖 풍경을 살핀다. 아침나절은 별로 보이지 않던 움직임이 오후가 되면서 눈에 띈다. 손에 조그만 카네이션 바구니나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들 밝은 얼굴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일 년에 하루뿐인 날을 그냥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속으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께서 뜻밖의 말씀을 하신다. 늦게 퇴근해서 너무 힘들 것 같으면 다음에 오라고 하셨다고 이해는 하지만 서운한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늦기도 하고 다음날이 친구 결혼식이라 힘들겠다고 하는데 말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취업하고 처음 맞는 어버이날인데 친구 결혼식에는 가면서 엄마는 뒷전이라는 생각에 꼭 버림받은 느낌이다. 그리고 중간에서 생각 없는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도 서운하고 무심한 남편도 일을 하면서 마주치기도 싫었다. 어느새 이팝꽃이 탐스럽게 피고 나뭇잎이 연둣빛에서 초록으로 너울을 쓰기 시작한다. 이웃한 종묘상 앞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밭에 심을 온갖 모종들이 잠시 햇빛 아래 앉아 있으면 금방 팔려나간다. 농사일에 서툰 사람들은 한참을 둘러보며 구경을 하고 모종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명의로 취득해 주주나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이용하면서 법인세 절감혜택을 받는 경우를 제재하기 위해 지난해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이 개정됐다. 개정세법의 내용은 크게 2가지다. 고가차량에 대한 제재와 비업무용에 대한 제재이다. 먼저 고가차량에 대한 제재를 살펴보면 차량 취득가액은 감가상각비의 형태로 비용처리되는데, 차량의 감가상각비를 연간 800만 원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1억 원짜리 차량을 취득한 경우를 비교해 보면 차량은 보통 5년간 감가상각하므로 종전에는 매년 2천만 원씩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매년 800만 원만 비용으로 처리되므로 5년간 4천만 원만 비용처리할 수 있다. 물론 5년이 지나도 1억 원 전부 비용으로 처리될 때까지 계속 매년 800만 원씩 비용은 인정되기 때문에 감가상각비 누적액의 절세효과는 같을 수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게 돼 시간효과를 고려한 절세효과는 상당히 감소한 정책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리스차량의 임차료(리스료) 중 보험료, 자동차세 등을 제외한 금액을 감가상각비로 봐 동 규정을 적용한다. 두번째는 업무용도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제재다. 일단 법인사업자는 임직원전용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
제라늄 /박진성 꽃잎에 수천 톤 욕망이 앉아 있다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고 있다 여름의 한가운데 여린 불기둥 아서라,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 쪼그리고 앉아 한 잎 먹으면 피가 잘 돌겠다 가까스로 사랑의 입구에 서 있다 살인적인 태양의 한 가운데서 꽃잎이 몸을 열었다. 수천 톤의 욕망으로 이글거린다. 마주대하는 시인은 그것을 육중한 신체가 타오르는 것이라 했다. 여린 불기둥이라고 생각을 더하다가 돌연 꽃잎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의 욕심을 비우고 처음 마음으로 맑아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마주 보는 것은, 새로운 시작이며 무안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피가 잘 돌 것만 같은 한 잎, 화자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슬며시 웃는 귀가 붉어진다. 두근거리는 주머니가 열리고 조몰락거리는 손가락에 붉은 물이 든다. 사랑의 첫발을 떼려는 입구가 붉게 달아오른 것이다. /정운희 시인
우리나라에서 등록번호 2만 번째 변호사가 나온 것은 2년 전이다. 1906년 등록번호 1번에서 시작해 2006년 1만 번째 변호사가 탄생하기까지 근 100년이 걸렸던 데 비해, 2만 번 변호사가 탄생하기까지는 8년여 밖에 걸리지 않았다. 매해 1천500~2천명씩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5~7년 이내에 3만 번째 변호사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 변호사 1인당 인구수는 3천여 명에서 2020년경 2천43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머잖은 시기에 미국처럼 ‘배고픈 변호사’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새내기 변호사, 로스쿨 변호사의 몸값이 뚝 떨어져 사무실 유지도 어렵다는 아우성이다. 뒤집어 보면 서민·중산층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가의 법률조력을 받아볼 만해졌다는 얘기가 되지만 날이 갈수록 질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변호사는 아직도 판·검사, 의사 등과 함께 이른바 ‘사’자 돌림으로 상류계층의 존경받는 직업으로 분류된다. 변호사가 이처럼 대접받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의 소정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등 엄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11일 필자를 비롯해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정찬민 용인시장, 채인석 화성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등 6개 지자체장이 모여 중앙정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현 정부에 반기를 들어 괘씸죄로 찍히는 거 아니냐?”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해준다. 중앙정부가 지자체를 동반자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지도하고 감독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장들이 나섰다. 반기를 들었다. 오죽했으면… 내용은 이렇다. 행자부는 기초지자체간 재정불균형 해소를 위해 도세의 일부를 떼서 조성하는 ‘시·군 조정교부금’ 배분 기준을 바꿔,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초자치단체에 가는 몫을 줄이고 그렇지 못한 시·군에 더 주겠다는 것과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가량을 도세(道稅)로 전환해 재정 지원이 필요한 시·군에 배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조정교부금은 광역자치단체(도)가 기초지자체들로부터 거둬들인 도세의 일부를 재정이 어려운 시·군에 나눠주는 지원금이다. 시&midd
내 게으름을 틈 타 풀이 무성하다. 며칠 여행하고 이런저런 일로 미루다가 한참 만에 밭에 나갔더니 풀들의 천국이다.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땅콩이며 옥수수는 뒷전이고 유채꽃이며 명아주 등 덩치 큰 풀들 틈에서 막 발아를 시작한 풀들로 흙이 보이지 않는다. 밭에 들어서긴 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비닐을 깔고 파종을 할 걸 그랬나하는 후회도 했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잡초를 제거하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쪼그려 앉아 풀을 뽑기 시작했다. 적당한 봄비에 풀 밑도 만만찮다. 달팽이며 지렁이 등 벌레들 천국이다. 지렁이가 많은 것은 흙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는 하지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힘도 들고 적당히 꽤가 날쯤 호미자루가 빠졌다. 다시 끼우고 돌로 몇 번 두드려 박았지만 한 번 빠진 자루는 오래가지 않고 자꾸 빠졌다. 아버지 생각이 났다. 헛간에는 자루 빠진 낫과 호미가 서까래에 걸려 있곤 했다. 농경이 시작되기 전 아버지는 단단한 나무를 깎아 자루를 만들었다. 군불을 때고 남은 불에 호미자루를 달궜다. 숨베가 벌겋게 이글거리면 손질한 나무에 끼우고 망치로 박고 철사로 단단히 조였다. 그 연장은 날이 닳아 무뎌지도록 사용해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5분이고 화재의 골든타임도 5분으로 본다. 심정지 환자인 경우 5분내에 심폐소생술 및 전문적 처치술을 받지 못하면 비록 소생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화재의 경우 급격한 연소확대가 이루어지는 Flash Over 시간이 5분에서 6분 내외가 되기 때문이다. 보통 재난발생시 119신고를 하면 접보 받은 직원은 화재·구조·구급 및 기타 재난인지를 파악하고 신고자가 신고하고자 하는 대상, 위치 등을 파악하면서 소방차량을 출동시킨다. 또한 동시에 시청, 경찰서 등 유관기관에 전파하여 각 기관·단체가 즉각적으로 대응하도록 조치한다. 소방대원은 신고 단계부터 신고자와 직원간 통화내용을 청취하고 대략적인 상황 등을 파악하면서 출동하며 도착 전 추가적인 정보를 받고 최초 현장에 도착한 초기 지휘자에 의한 현장상황 정보에 따라 추가적인 소방력 지원 등 현장대응에 임하게 된다. 이때 현장까지 최단시간에 도착하기 위하여 그동안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동차량에 내비게이션 기능의 웹페드를 설치하여 목적지까지 최단거리 출동로 정보를 출동대원에게 전달, 교통신호등 제어, 싸이렌 및 경광등 취
세월이 흐르수록 그리운 아버지를 부를때면 눈물이 먼저 고인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큰 남동생은 날이 갈수록 돌아가신 아버지와 닮아 간다. 현재 기무사령부의 전신인 특무대(Counter Intelligence Corps, CIC-1950년대, 군사 기밀을 다루던 육군본부 소속 특무부대의 약칭) 출신인 아버지를 모든 사람들은 어려워 했다. 하지만 난 아버지의 무거움이 무척 좋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쓰여 있는 아버지 방에서 앞뒷장이 떨어져 나가 제목을 알 수 없는 시집에 있던 시가 너무 좋아 어린시절 아무 뜻없이 외웠던 그 시가, 대학 입학 직전 소련의 혁명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이별의 시” 란 걸 알았을때의 그 지적인 충격, 다락방에 굴러 다니던 일본말로 된 만화책을 열심히 보았는데 그것이 세계명작전집이란 알았을때의 국민학교 시절의 경이로움. 일본어와 중국어, 역사에 능통한 아버지와의 식사 시간이 어느때에는 2시간씩 되었을 때도 어린시절 저려오는 다리를 꼬집으며서 나는 자리를 지켰다. 너무 흥미 진진하고 재미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통해서 아버지처럼 생각하기, 아버지처럼 세상하고 대면하기를 익혔다. 아버지가 안 계실동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구분할 것 없이 선거가 끝나면 논공행상이 벌어진다. 아니라곤 하지말자. 왕정시대로 말하자면 공신록(功臣錄)에 등재된 인사들에 대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2012년 12월25일, 이명박 정부 말기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공공기관에 재취업하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다음 정부나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등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은 그게 맞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현 정부 역시 심한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와 함께 비난을 받는 것은 공신들을 위한 산하기관을 만드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산하 공공기관이 민선 출범 이후 5개에서 19개가 늘어나 현재 24개나 된다. 해당 기관 임?직들은 머리띠를 매면서 존재이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방만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도는 외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28일 24개 기관을 13개로 통폐합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예상대로 반발은 컸다. 해당 공공기관은 물론 업무와 관련 있는 경기도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