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조심해도 사고를 100% 막는 건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도 완전무결하게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칭타칭 세계 초일류 기업에서 똑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 불러야 한다. 지난 1일 삼성전자에서 불산 누출 사건이 일어났다. 불과 3개월 전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던 화성사업장 11라인 중앙화학물질공급장치 탱크룸, 바로 그 자리다. 삼성의 설명에 따르면 배관을 철거하기 위해 불산 공급을 멈추고 작업인부를 투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배관에 남아 있던 불산이 흘러나오면서 인부들이 화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지난번 사고 판박이다. 삼성으로서는 그래도 이번엔 3명이 경미한 부상을 당했을 뿐이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싶을 게다. 하지만 그 말은 곧 삼성이 불산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는 자백에 다름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예 삼성이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한다. 불산 공급을 완전히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을 투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설령 삼성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불산 공급을 멈추고 나서도 잔류 불산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능력
개나리꽃 진자리 철쭉이 주인이다. 붉은 물 뚝뚝 흘리며 5월의 바람을 무던히도 붉히고 있다. 철쭉에 취한 바람 여기저기 내걸린 가정의 달 행사 현수막을 뒤적인다. 비 온 뒤 적당히 푸르러진 들판이며 연초록의 나무들, 어느 곳에 시선을 주어도 생동감이 넘친다. 하천 변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다. 들꽃을 지나쳐 물살이 밀어주는 방향으로 생각을 밀고 가다 아이들 한 무리와 마주친다. 징검다리를 오가며 즐거워하는 초등학생들과 행여 안전사고가 생길까 염려하며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선생님이 정겨워 보인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는 야외수업을 하며 자연과 한 통속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흑백의 영상처럼 스쳐가는 유년이 그립다. 책가방 속에 공깃돌을 가득 담아와 마당 한켠에 쏟아놓고 따먹기를 하고 징거미를 잡겠다고 개구리 뒷다리를 소쿠리에 매달아 방죽에 담가놓곤 했다. 찔레꽃 줄기를 꺾어 간식 삼아 먹고 아카시아 한 움큼 훑어 입안에 넣고 씹다보면 꽃 속에 들어있던 벌이 우지직 씹혀 비명을 질러대던 때가 지금의 저 아이들 또래였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가 가장 즐거웠고 기억에 남는다. 아련한 추억의 중심에 담임선생님이 있었다.
공 41 /이순옥 한 움큼의 먼지를 닦아내고 털어내고 날려 보낸다. 뒤돌아볼 것도 없이 싹싹 버리고 비워낸다. 마음의 고삐를 여리게 풀어놓아 맑게 흐르는 물에 헹구어 놓는다. 누구나 인생길을 걷다 보면 어려운 고비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 고비를 잘 이겨내면 인생길이 순탄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이순옥 시인의 이 시에도 인생길에서 찾아오는 고난과 역경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의 첫 시어인 ‘한 움큼의 먼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탄탄대로만 걸을 수는 없다. 하지만 뒤돌아서서 후회하면 무엇 하랴. 우리에겐 지나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들이 놓여 있다. 시의 제목이기도 한 ‘공(空)’은 ‘일체의 더러움과 그릇됨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이러한 상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질없는 근심과 걱정들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시의 시어처럼 ‘뒤돌아볼 것도 없이’ 지혜롭게 새 길을 열어가자. 열심히 걸은 만큼 길 찾기 여행도 새로울 것이다./박병두 시인
축구 마니아들, 특히 FC안양(안양 LG 전신)과 수원 블루윙즈 서포터즈 사이에서는 8일 안양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두 팀 간 FA컵 경기를 10년 만에 성사된 ‘지지대 더비’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지대 더비란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가 K리그에 있을 당시 수원과 펼친 라이벌 경기를 일컫는 말로, 수원과 안양을 잇는 1번 국도의 고개인 ‘지지대’에서 이름을 땄다. 2004년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며 사라졌던 이 라이벌전은 올 시즌 FC안양이 K리그 챌린지에 새로 뛰어들면서 FA컵에서 성사됐다. 축구에는 더비매치가 있다. 동일한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 간의 라이벌전을 더비매치라고 한다. 더비매치는 19세기 중엽 런던 북서부에 있는 소도시 더비(Derby)에서 기독교 사순절 기간 성 베드로(St.Peters)팀과 올 세인트(All Saints)팀이 치열한 축구 경기를 벌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세계적인 더비매치는 단연 엘 클라시코더비. 스페인 축구리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로서 설명이 필요 없다. 이탈리아의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 영국의 아스날과 첼시의 런던더비도 유명하다. 스코틀랜드의 올드펌 더비는 글래스
우리나라는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들에게 원조를 받던 개발도상국 중 하나에 속했다. 그러나 원조를 받아 경제성장을 시작한 이후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 원조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세계 최초의 나라이다. 2000년 UN총회에서는 189개국 동의하에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채택하고 2015년까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목표를 정하였다. 그에 맞춰 우리나라도 원조 규모를 2015년까지 국민소득 대비 0.2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의 주된 목적은 그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전쟁, 기근, 자연재해 등의 사유로 인하여 세계인구 7분의 1에 해당하는 8억5천만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명을 연장하며 살고 있다. 빈곤과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빈곤과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립역량을 키우고, 각 국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농업기술의 개발로 식량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에는 전년도에 수확한 쌀이 충분치 않아 이듬해 늦봄 보리가 생산되
5월 3일부터 5일까지 시카고에서 주민참여예산제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시카고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장치로서 이를 매우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자유주의 경제학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시카고 대학이나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는 이러한 세계의 흐름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연구하고 있다. 이번 국제대회에서 나는 수원시 의원, 공무원, 연구원과 함께 참여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사례로 수원시를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민들이 요구한 예산이나 몇몇 쟁점이 되는 경우에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하는 모습에서 특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공무원이 적극 참여 과정에서 지원하는 것도 특이한 과정으로 평가하였다. 외국은 집행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무엇보다 시민이 요구한 사업과 예산을 의회에서 삭감하지 않고 원안 통과하게 배경과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요약하면 수원시의 참여예산제가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시민과 공무원 그리고 의회가 잘 연계되어 3각(triangle)의 협조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이
본보 3일자 23면에는 전국 각지 성매매업소를 홍보하는 성매매 알선 인터넷 사이트 운영진 등 7명이 경찰에 적발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사람이 해야 할 일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데, 성매매나 성매매 알선 같은 일은 정말 이 사회와 가족, 특히 자식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2일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의해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이모씨가 그런 부류 중 하나다. 이씨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자다. 그는 대학 입학 전인 2006∼2007년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에게 옷을 납품하는 일을 하다가 2009년부터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서울의 모 대학 경상계열에 입학해 학업과 성매매 알선 사이트 운영을 병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올해 2월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자 휴학했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대학에 입학했을까?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계속 운영해 온 그를 보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해도 된다’는 물신·배금주의에 찌들어 썩어가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민주당이 4일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당대표를 선출하고 새 출발을 선언했으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당장 안철수 신당설이 민주당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새 정치’ 구호가 등장하자마자 민주당은 구태 정치의 대명사가 되었다. ‘새 정치’의 내용이 지금 현재까지도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은 ‘헌 정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대선 패배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네 탓 공방’이 가열되고 계파 갈등이 더 첨예해짐으로써 4·24 재·보선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김한길 대표는 이 모든 상처와 고통을 극복하고 전통 있는 제1야당의 위상을 회복해야 할 중차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도 민주당의 낙인이 된 구태 정치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헌 정치’의 상징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계파정치다. 전당대회 직전인 3일에도 문성근 전 대표 권한대행이 탈당할 정도로 민주당 내 갈등의 골은 깊다. 김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가슴에 달린 친노-비노, 주류-비주류 명찰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고 역설했다. 이제는 가장 이른 시간 안에 당내 계파 갈등을 발전적 경쟁으로 전
▲정기언 수원여자대학교 총장<신임인사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