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이 지나치게 규정과 법조문에만 구속돼 있어서는 안 된다. 만사가 그렇지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지혜로워야 한다는 얘기다. 본란 3월 27일자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 구리시 박영순 시장과 직위 해제된 채 대기발령 중인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구리시가 2008년 고구려대장간마을을 조성하면서 진입로 입구에 있던 한 시민의 건축물을 철거했다. 그 시민은 지난해 4월 음식점을 짓기 위해 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반려되자 시측에 정식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관계 공무원들은 법 규정을 내세우며 허가해주지 않았다.
불허 이유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이축조건’에 맞지 않고 ‘시행일 이전에 철거된 주택이라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영순 시장은 이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공무원들의 반대에 박 시장이 직접 나서서 법률을 검토했고 ‘해당 민원은 다른 국민에게 피해가 없고 국민이익을 존중하는 입법기관의 입법취지에 맞는다’며 허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끝까지 박 시장의 뜻을 거부했다. 이에 박 시장은 시장의 민원처리 지시를 완강하게 거부한 공무원 3명을 전격 직위 해제시키고 총무과로 대기발령했다. 이 조치는 경기도내 공직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박 시장은 이에 더해 안전행정부의 징계편람을 적용해 중징계할 방침이었다. 이들에 대한 징계요구를 놓고 공직사회에서는 ‘정당하다’는 반응과 ‘직권남용’이라는 의견이 엇갈렸었다. 도민들도 ‘공무원은 당연히 관련 규정에 의해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징계반대 의견과 ‘시장은 시민위주의 행정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징계요구는 당연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어졌다. 그런데 박 시장이 19일 “전 공직자의 화합과 특히 구리시청 노동조합의 요구를 받아들여 직위해제한 공무원에 대해 20일 경기도에 징계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의 결단은 잘한 일이다. 박 시장은 징계요구는 느슨해진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도도 있었고, 이 의도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당사자들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기 때문에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적극 수용한 것은 보기 좋다. 이 문제는 구리시청 내부의 일이고 시장과 공직자의 갈등 정도로 볼 수 있지만 민선시대인 지금 타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특히 단체장들의 임기 말엔 이런 갈등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모든 시정은 항상 시민의 입장이어야 한다. 이러면 모든 문제를 쉽게 풀어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