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미국의 인디애나주 교육부가 초등학교의 ‘글씨쓰기’ 교육을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으로 전환한다고 발표 했다.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일상화 된 세상에 글씨쓰기 교육은 시대에 뒤처지는 수업인데다 시간낭비라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대신 컴퓨터 키보드 타이핑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미국 교육계 내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다. ‘손 글씨’ 교육을 포기하는 것은 “인간정신이 디지털종속을 가속화 하는 것”이라며 자녀 등교 거부운동까지 벌였다. 이에 맞서 인디애나 교육부는 “이제 필기체 쓰기 교육은 축사농가에서 직접 손으로 버터를 만들던 기술과 같다”며 교육과정을 강행했다. 이 같은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손 글씨의 퇴화는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1년 전체 초등학생 중 단 10%만이 연필을 바로 잡았다는 통계가 논문에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다. 사실 글씨쓰기를 연습할수록 뇌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뇌의 두정엽에 있는 운동중추의 30%가 손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단적인 예로 젓가락을
오죽헌 배롱나무 /이복순 오죽헌 뜰 앞 육백 년을 머문 배롱나무 어미는 몸 낮추어 흙으로 돌아갔다 는데 생명 줄 하나 싹을 틔워 어미의 세월을 살고 있다 어머니의 어머니를 찾아서 떠나면 수미산을 몇 바퀴 쯤 돌아야 본래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오죽헌 밤하늘에 뜬 별 들 만큼이나 많았을 내 어머니의 시간들을 살고 있는 나 허상 하나 만들어 놓고 돌고 도는 구나 배롱나무 밑동에 뻗은 실가지 너인 듯 나인 듯 어미에 어미로 또 육백 년을 살겠구나. 시인의 어머니는 어떤 어머니였을까? 문단에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일들은 시인의 창작연수에서 만났던 터이다. 혼자서 쓸쓸하게 고향을 지키는 어머님이 계시지는 않지만 마음 속 어머님은 늘 크고 가슴 저리게 그리움이 된다. 어머니의 맑은 눈물 때문에 밤이 갔고, 콧등 시큰거리며 주름이 갔다. 못 잊을 한사람이 있다면 이 땅에 어머니가 아니겠는가? 눈물의 옷자락과 치마에 사라지고 마는 일상의 반복들이 생의 한 가운데에 서서 아득한 언저리가 되어 서 있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시다. 시인은 날렵하다. 씩씩한 용맹스러움은 어디서 오는지 시인의 통찰력과 혜안에 늘 놀랍다. 스스로 겸양의 미덕의 질서를 세우려는 시인의 사유는 귀감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전 “한국GM 경영정상화 협의에 신실하게 임하겠다”면서 “GM 본사가 내놓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또 한국GM 문제에 대해 관계 부처들이 실무협의를 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관계장관 회의도 열겠다고도 했다. 내부 논의를 하면서 GM의 정확한 의도부터 파악하려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GM은 ‘이익을 못 내는 곳에서 손을 뗀다’는 글로벌 재편 전략에 따라 유럽과 호주,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철수했다. GM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완성차와 부품을 공급해온 한국GM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GM의 판매 실적에서 85%가 수출이다. 최근 4년간 내수 판매까지 급감하면서 3조 원가량의 누적 적자를 냈다. GM은 한국GM을 상대로 ‘고리대금’ 장사를 하고 부품 등의 이전거래에서 과도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상황에서 정부의 태도는 적절치 않다. 특히 수조 원의 적자가 쌓이는데도 2011년 이후 이 회사 임금은 최저 2.7%에서 최고 5.4% 올랐다. 여기에다 매년1천만 원 안팎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그런데도 노사 양측은 상대방에 부실의 책임을 떠넘
고갱의 유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1897)’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광활한 우주가 품고 있는 진리를 마주하는 듯한 경외감을 갖게 된다. 폭이 4m 가까이 되는 이 작품은 어마어마한 사이즈, 심상치 않은 제목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먼 나라의 원시적인 문화와 신화를 압도적으로 전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철썩같이 믿어왔던 상식과 종교의 중심을 살짝 기울게도 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위용을 지닌 지렛대와도 같이 느껴진다. 고갱은 한 지인에게 쓴 편지를 통해 이 작품이 혼신을 다해 완성한 유작임을 밝혔다. 생애 마지막으로 타히티 섬에 머물고 있었던 고갱은 몹시 외로웠고 병들었지만, 마지막 영혼을 불태우며 이 작품에 임했다. 그러니 그간 쌓아왔던 모든 테크닉과 열정, 섬에서 보낸 오랜 시간들이 이 작품에 모두 녹아들어갔을 것이다. 고갱이 작품에 담고자 한 그 신비가 무엇이었는지, 그가 탐구한 ‘원시’란 무엇이었는지는 그의 에세이 ‘노아 노아 (Noa Nos)’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섬에 지내면서 주워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rs
2017년 12월21일 제천 화재 사망자 29명, 2018년 1월26일 밀양 화재 사망자 41명 등 최근 화재로 인한 참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화재 발생 시 소방뿐만 아니라 경찰도 즉각적으로 출동하여 인명구조에 힘쓰고 있다. 화재 발생 원인에는 방화도 있지만 대부분 그 외의 요인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이고, 특히 건조하고 전열기구 사용이 잦은 겨울철에 화재사고가 급증한다. 여름철보다 겨울철 관내 순찰 시 더욱 더 연기 및 냄새 등에 신경을 쓰고 신고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일주일 전 새벽에 상가 화재경보기가 울린다는 신고를 받고 즉각 출동 하였다. 대부분 이러한 신고의 90% 이상은 오작동, 오인 신고이다. 현장 출동해 육안으로 특이점을 확인하였으나 이상이 없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건물주에게 연락을 취하여 잠금장치를 풀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풀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사건 사고가 그렇듯 발생한 이후에 조치는 피해 확산을 막을 수는 있으나, 이미 일어난 피해를 없앨 수 없다. 예방이 최선이다. 인천 남부소방서에 의하면 2017년 화재 요인으로 대부분이 전기적 요인(77건)과 부주의(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거센 파도가 되어 문화예술계를 강타하고 있다. 시인 최영미가 황해문화에 발표한 ‘괴물’로 인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원로시인 고은의 30여 년 전 행동이 지탄을 받았다. 이어 연극계의 상징적인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윤택의 성추행과 성폭행 고발이 잇따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도 터졌다. 앞으로 연예계와 방송계에서의 ‘미투’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연예계에서는 일부이긴 하지만 배우나 연출가, 제작자, 소속사 관계자들의 성추행과 성폭행, 성접대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터여서 ‘미투’ 선언이 계속되리라고 전망된다. 지금은 문화예술계에 집중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반에 성범죄는 만연하고 있다. 오죽하면 현직인 서지현 검사(통영지청)조차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을까. 서 검사는 지난달 29일 JTBC에 출연, “검찰 내에 성추행이나 성희롱 뿐만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미투’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이 운동이 사회 각계에 퍼지고 있는데
최씨의 국정농단을 통해 국민들은 검찰과 권력의 참상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아직도 검찰 내부에서 각종 비리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서모 검사의 충격적인 성추행 사건이 폭로되면서 검찰은 한번 더 술렁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 조직은 반성은커녕 조직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도 국민을 배신하는 ‘수사권 조정안’ 권고안을 지난 2월8일 발표하자,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들은 물론 국민들 여론까지 검찰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진 분위기에도 영장청구권 독점을 유지하는 등 자신들의 조직을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자신들의 수사독점 권한을 내려놓지 않은 수사권 조정 권고안을 발표해 정부와 국민들의 불만어린 눈빛을 던지고 있다. 형사벌 공정성 무너뜨린 검찰, 형사사법 정의 구현 앞장서야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대한민국 형사사법 정의 구현에 앞장서야할 법무부와 검찰이 개혁의 기회를 준 국민들의 기대를 걷어차버리고 말았다. 단순한 권고안에 불과하지만 검찰의 자정 노력 부족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 국민이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직의 안위를 걱정하기 보다. 국민과 국가
몇년 전 교토아트센터라는 곳에서 깊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있어 배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느낀 경험이 있다. 이곳은 젊은 예술가의 육성을 위한 지원과 문화 예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교토 시민들과 예술가들에게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 그리고 국내외 예술가들의 교류, 시민과 예술가들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교토아트센터가 위치한 곳은 1869년 설립된 옛 메이린(明倫) 초등학교 자리이다. 1996년 학생 수의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검토 끝에 지역문화거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교토아트센터를 설립하게 되었다. 학교 건물은 음악, 미술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건물을 유지하면서 예술가들의 예술활동에 편리하게 개보수하여 사용하고 있다. 각 교실은 제작실(12개)로 활용, 예술가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시설을 대여하여 국내외 예술가, 시민들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 예술정보 도서관은 4천여권의 책과 영상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이곳의 사서는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가을에 주최된 이곳의 공연, 전시 등 ‘실험예술제’ 기간 중 방문해 예술정보실
봄이 말을 걸다 /박경남 누렇게 색 바랜 들풀에게 말을 건네 본다. 네가 푸르름을 되찾을 날이 언제인지를 바람은 아직 칼을 품고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황량한 벌판뿐 들려오는 소리는 봄이 가깝다고 하지만 그것은 먼 나라 이야기였던가? 옷깃을 끌어 올리며 성급한 마음 닫으며 돌아서는 걸음에 톡톡 작은 것들이 밟히는 느낌에 내려다보니 어느새 다가왔는지 가녀린 새싹이 인사를 한다. 벌써 네 발 끝에 와 있었는데 멀리만 보는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봄이 벌써 말을 걸어오는 立春大吉이 지났다. 바람과 시간의 공간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시인의 옷깃은 봄이고 여름을 염려하는 까닭이다. 자연과 세계 앞에서 그 경이와 신비에 겸허하게 마음을 열고 있는 화자의 원초적인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순항하는 질서를 보게 된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보는 것이다. 이 시는 잃어버린 놀라움의 순간을 순간순간 재생하려 하고 회복시켜서 지나온 봄의 기억을 찾으려 애쓰는 흔적이 보인다. 신비한 일들이 경이감과 외경감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경험했던 일들도 망각에서 재생되지 않는다. 황량하고 어두운 시대를 걸어가더라도 봄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는 것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