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임종성 그의 손에 아침이 쥐어져 있다 오지 않는 내일 아침이 모레가 몇 년 뒤의 밤과 낮이 쥐어져 있다 별 하나 배웅하고 들어와 그의 손을 다시 펴본다 손가락에 반지처럼 오지 않는 저녁이 끼워져 있다 - 임종성 <재게재지 : 시향 2016 겨울(글나무)/게재지 : 시선> 우리는 모두 시간에 속한다. 그 시간의 손에 모든 섭리가 쥐어져 있다. 그 손에 이미 벗겨 먹어 버린 오늘이 쥐어져 있고, 생의 뒤안길, 황혼에 붉게 물들인 갈대로 흔들리며 서성대는 밤과 낮이 쥐어져 있다. 별 하나 배웅하고 들어와 시간의 손을 펴서 살펴본다. ‘오지 않을’과 ‘오지 않는’은 어떻게 다른 걸까. 왜 오지 않는 내일 아침과 모레와 밤낮을 이야기했을까. 반지는 약속인데 오지 않는 약속이라니, 시인은 어쩌면 자기 생애의 저물녘을 늘 손가락에 끼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굳이 그의 손에 아침이 쥐어져 있다고 시의 처음을 시작한다. 언제나 저녁을 끼고 살면서도 새로운 아침을 생각하고 있다는 역설로 보인다. /김은옥 시인
“할머니가 막내인 남동생을 아끼는 환경에서 자라나,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 당연히 남자는 1번이 되는 학급 번호를 거친다. 남자부터 시작하는 학급 번호, 자연스럽게 남자부터 급식을 먹는다.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괴롭힘에 고통 받는다. 그 후엔 자신을 좋아한다 착각한 남자의 스토킹으로 남자 공포증을 겪기도 한다. 여성에게 가혹한 취업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면접 질문을 받고 광고홍보대행사에 입사한다. 남성을 중심회사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지만, 아이를 가진 후 바로 퇴사한다. 힘들게 아이를 키우지만 ‘맘충’소리를 듣는 그녀는 결국 정신병에 걸리고, 그녀 주변의 여성들에게 빙의하는 증상을 겪는다.” 38만부가 팔려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줄거리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지영은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너무나 흔한 여성이다. 작가는 평범한 30대 여성인 이 인물을 통해 한국 여성의 삶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된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여성 독자들에게 광범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6월엔 노회찬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엊그제 한국노동사회연구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에 이어 충남 아산과 강릉에서 10대 청소년들이 무차별 폭행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가해자들은 SNS로 범행을 과시하듯 사진을 올리고 공론화된 후에도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다.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청소년의 괴롭힘에 대해 연구해온 올베우스 박사의 견해를 빌리면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공감인지능력’이 매우 떨어진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공감인지능력이 요즘 들어 더욱 떨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우리 사회와 학교의 폭력적인 문화가 학생들의 공감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 우리 사회가 성과만을 추구하는 비인격적 문화를 가진 데다 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기보다 획일화하는 폭력적 측면까지 가지고 있어서 학교문화조차 이런 사회를 반영하는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싶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들이 폭력적인 사회문화와 질서를 습득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는 평범한 아이들도 사회와 학교의 폭력적 문화를 반복적으로 내면화할 때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공감인지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둘째, 가
국토교통부가 12월 개통하는 서울~강릉 고속철도의 주 출발역을 서울역으로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이 도민의 교통편의를 위하여 서울~강릉 고속철도가 KTX 차량기지가 입지한 고양시 행신역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경기도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서울~강릉 고속철도(KTX) 사업은 인천공항철도~신경의선~경원선~중앙선의 시설을 개량하고 신설되는 원주~강릉간 고속철도노선을 운행하는 것으로 세계인의 축제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세계를 하나로 모으기 위하여 철도수송 인프라를 개선하는 국책사업이다. 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경강선의 마지막 구간인 원주~강릉 철도공사가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KTX로 시속 250㎞대로 달려 2시간 안팎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된다. 이 노선의 운영을 맡은 코레일에서는 올림픽 기간인 내년 2월 인천~강릉 구간에 KTX를 하루 51회 투입할 예정으로 지난 10월 31일부터 12월 개통을 목표로 한 달 동안 인천공항~강릉 구간을 시범운행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진행한 수요 예측결과를 보면 올림픽 기간 이후에도 서울~강릉간 고속철도는 주말은 대부분 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연령층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이동능력이다. 그러나 고령자들은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약화로 다른 연령층과 비교하여 이동능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에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노인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주의력·판단력 등 신체적 기능저하로 피하지 못하는 경우에 많이 일어나고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보행시설을 무시하고 무단횡단을 하기도 한다. 필자는 교통안전을 담당하면서 고령자가 도로표지판을 인식하지 못하고 역주행하거나 선행차량과의 거리조절의 미흡으로 후미차량들의 지체상황 및 무단횡단에 따른 인명피해 등은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고있다. 일반적으로 고령화 될수록 신체적 기능이 감퇴해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상 고령의 운전자라고 할지라도 적성검사만 받으면 운전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인지기능장애 및 중증의 인지장애로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평균수명의 증가로 고령화 추세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기간이 충분하지 않으므로 선진
“그 사람은 나에게서 사랑을 배웠데… 나는 그저 내 마음 가는 대로 그 사람에게 했을 뿐인데…” 2004년 개봉한 영화 ‘이프온리(2017년 12·재개봉)’의 여자 주인공 사만다가 한말이다. 필자는 최근 우연히 이 영화를 보고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하루에도 수십명의 민원인이 찾아오는 곳에서 근무한다. 오늘도 단골손님처럼 찾아오시는 할머니 한분이 오셨다. 그 분은 칠순을 넘겨 이제는 두발로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하여 양손으로 유모차를 끌고 다니신다. 이 분이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온 이유가 분명한 것 같다. 함께 근무하는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는 눈치다. 그 이유는 할머니의 말을 끌까지, 잘 들어주는 후배 경찰관을 만나기 위해서다. 후배 경찰관과 할머니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어보면 마치 모자(母子)간에 서로 못 다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다정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야말로 “사소한 것부터… 심오한 것까지” 울면서 시작하여 웃고 끝나는 한편의 영화와 같았다. 오늘도 그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찾아온 것처럼 후배 경찰관에게
헤드헌터라는 직업이 있다. 헤드헌터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발굴, 평가, 추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직업이다. 기업에서는 채용 공고를 내도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거나 공개해서 채용을 할 수 없는 포지션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헤드헌터에게 채용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국내 채용시장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계 기업은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을 많이 한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기업 임원, 경력직을 채용할 경우에는 헤드헌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올림픽 이후 외국계기업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면서 헤드헌터가 등장했다고 한다. IMF 체제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이 활성화되면서 헤드헌팅 시장도 커지게 되었다. 필자도 헤드헌터 일을 해보았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국내 기업들도 헤드헌터를 통해 채용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일부 대기업에서 고급 임원이나 전문직을 채용할 때 헤드헌터에게 의뢰를 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도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을 많이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조직 구조상 채용 전문인력을 따로 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기업 내 필요 인력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채
경기도는 지난해 9월 ‘알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에 극도로 안 좋은 미세먼지를 줄여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대기환경을 만들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2015년 연간 4천400t(PM10기준)인 미세먼지 배출량을 2020년까지 1/3 수준인 연간 1천500t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양도 많다. 따라서 ‘알프스 프로젝트’는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발생원 줄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는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발생원이라고 여기지만 도의 입장은 다르다. 수도권 미세먼지가 경유차보다는 공장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측정 결과에도 나타난다. 수원(49㎍/㎥), 광명(49㎍/㎥), 과천(48㎍/㎥) 등 자동차가 밀집된 도심지역보다 포천(65㎍/㎥), 동두천(64㎍/㎥), 평택(62㎍/㎥) 등 외곽지역이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이 지역은 공장이 많다. 이에 도는 2020년까지 320억 원의 예산을 투입, 도내 1천200개 영세공장의 노후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전면 교체하고, 섬유·염색업 등 400개 사업장에 320억 원을 투입해 오염방지
16일은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180개 시험장에서 오전 8시10분까지 입실하여 59만3천527명이 시험을 치른다. 수험생은 수험생대로,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의 고생스러움을 털어버리는 날이다. 12년 간의 공교육기간 동안 쌓았던 실력을 하루 아침에 결정짓는다는 것이 불합리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다. 침착하게 뒤를 돌아보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긴장감을 떨쳐버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갖는 마음으로 착실하게 임해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수능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된다. 시험이라는 것이 잘 보는 사람이 있으면 잘못 본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더욱 없다. 인생의 한 과정으로서 앞으로 우리에게는 인생의 숱한 시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별탈없이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느냐 여부가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게 젊음의 특권이다. 학부모들도 그동안 밤잠을 설치며 긴장했을 터이다.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격려뿐이다. 수능이 끝난다고 해서 너무 긴장을 풀어서도 안 된다.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