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미술관의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한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6일 2021년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올해 전시 기조를 ‘사회적 소통, 융합의 시대정신, 균형과 조화’로 설정, ▲치유의 예술 ▲생태예술 ▲평화예술 등 관별 특성에 맞는 전시를 통해 시대정신을 성찰하고 사회적 소통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유의 예술’은 코로나19가 가져온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재난 속에서 급변한 삶의 모습과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생태예술’은 기후변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전 지구적 위기를 성찰한다. ‘평화예술’을 통해서는 개인과 집단, 국가와 국가 간의 공존과 상생의 길을 찾는 등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한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전시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온라인과 오프라인, 실재와 가상현실, 중심과 주변 등의 경계를 허물고 미술과 문학, 전통과 현대 등의 영역을 넘나드는 다원주의 관점으로 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할 전망이다. 더불어 한국미술 정체성을 확장하는 균형과 조화를 추구할 예정이다. 소외 분야를 발굴해 육성하는 균형의 관점, 거장과 신인을 고루 배치하는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데 주력한다. 다채로운 전시로 박수근, 정상화, 최욱경, 황재형 등 다양한 영역의 거장들을 조명하고, MMCA 현대차 시리즈, 올해의 작가상, 젊은 모색 등의 정기전을 개최해 한국미술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보여줄 것이다. 중국 거장 아이 웨이웨이 개인전, 독일 칼스루헤 미디어아트센터(ZKM) 김순기 순회전도 기대를 모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덕수궁, 서울, 과천, 청주 각 관별로 특성화 전략에 맞춘 차별화된 전시와 야외프로젝트를 통해 관별 핵심기능을 강화하고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 향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4월부터 선보인 누리집 온라인미술관을 디지털미술관으로 확대 개편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접촉 사회에서 달라진 문화예술 향유 방식에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
'물방울 화가'로 잘 알려진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 화백이 5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김 화백은 실제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롱한 물방울을 그린 작품으로 대중적인 인기와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며 한국 현대미술에 큰 획을 그었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열여섯 나이에 월남해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검정고시로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6.25 전쟁이 벌어지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전쟁 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고인은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었다. 1957년 박서보, 하인두, 정창섭 등과 함께 현대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한국의 급진적인 앵포르멜 미술운동을 이끌었다. 1960년대 들어서는 세계무대로 눈을 돌렸다. 1961년 파리 비엔날레, 19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대학 은사였던 김환기의 주선으로 1965년부터 4년간 뉴욕에 머물며 록펠러재단 장학금으로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백남준의 도움으로 1969년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이를 계기로 파리에 정착했다. 1970년 파리 근교 마구간을 작업실 겸 숙소로 쓰던 고인은 평생의 반려자가 된 현 부인 마르틴 질롱 씨를 만났다. 고인을 대표하는 작업인 '물방울 회화'는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에서 처음 선보였고, 본격적으로 유럽 화단에 데뷔하면서 출품한 '밤의 행사'(Event of Night)를 시작으로 물방울 소재 작품 활동을 50년 가까이 이어왔다. 동양의 철학과 정신을 함축한 물방울 회화로 고인은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다. 국립현대미술관, 드라기낭미술관, 사마모토젠조미술관, 쥬드폼므미술관, 중국국가박물관, 국립대만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60여 회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각종 아트페어나 경매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2016년 3월 K옥션 홍콩경매에서 '물방울'(195×123cm, 1973년작)은 5억1천282만 원에 낙찰됐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일본 도쿄국립미술관, 미국 보스턴현대미술관, 독일 보훔미술관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고인의 작품이 있다. 김 화백은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양국 문화교류 저변 확대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1996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2013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201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를 받았다. 2016년엔 제주도 한경면에 김창열미술관을 개관했다. 제주도는 고인이 한국전쟁 당시 1년 6개월 정도 머물렀던 인연으로 '제2의 고향'으로 여긴 곳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마르틴 질롱 씨와 아들 김시몽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김오안 사진작가 등이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301호실에 마련됐다. / 연합뉴스
여야는 오는 8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시도한다. 하지만 여야와 정부의 입장이 갈리고 재계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5일 여야에 따르면 오는 7일에는 국회 본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백신·수급 방역 등에 대해 긴급현안질문을 하기로 했다. 또 임시회 마지막날인 8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여야 합의를 거친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이같은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양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 지도부 회동을 마친 뒤 “7일에는 지금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백신 수급, 방역과 관련해서 국무위원을 출석시켜 긴급현안 질문을 오후 2시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논의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생..
5일 코스피 지수가 1% 넘게 오르며 2990선에 오르며, 3000선을 눈앞에 뒀다. 6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 경신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12p(1.57%) 오른 2990.57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7272억 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91억 원, 5389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14P(0.83%) 오른 985.76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5원 오른 1087.6원으로 마감했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5일 수원구치소를 찾아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대응 실태를 점검했다. 수원구치소는 최근 누적 확진자가 10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집단 감염으로 이어진 서울동부구치소와 같은 아파트 모양의 고층 빌딩형 교정시설으로 집단 감염 우려가 크다. 이용구 차관은 이날 수원구치소를 찾아 코로나19 대응 상황과 함께 수용자 방역 실태 등을 점검했다. 이 차관은 이 자리에서 “고층형 교정시설 특성상 감염병 확산 위험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차관은 같은 날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도 방문했다. 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대응 실태를 보고 받고 수용자 방역물품 등을 점검했다. 이어 제6차 전수조사 준비 상황을 확인한 이 차관은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엄격히 분리하고 수용자 이동을 최소화해 추가 확산을 철저히 차단하라”며 “확진자 치료와 마스크·의약품 지급 등 수용자 처우 개선에도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동부구치소는 이날 직원 530명과 수용자 338명에 대한 전수 조사했다. 법무부는 수도권 내 고층빌딩형 교정시설인 수원구치소와 인천구치소 수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시행키로 했다. 이번 조사 결과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면 비접촉 음성 판정자를 다른 교정시설로 이송한다는 방침이다. 이 차관은 이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매일 서울 동부구치소를 방문해 대응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
‘농구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감독의 아들인 허훈, 허웅 형제가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올스타 팬 투표에서 허훈, 허웅 형제가 사이좋게 1위, 2위를 차지했다. 허훈은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11일부터 25일간 진행된 이번 투표에서 허훈은 7만7545표 중 3만2642표를 받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인 허웅은 3만1421표를, 송교창이 3만1217표를 받아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양홍석이 3만914표, 김시래가 2만7938표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팬 투표에서 상위 5위를 기록한 허훈과 김시래, 양홍석, 송교창이 올해에도 상위 5위를 차지하면서 여전한 인기를 과시했다. 이대헌, 박준영, 문성곤, 아이제아 힉스 등은 올스타 24인 명..
"무짠지와 오이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밥맛을 나게 하죠." 한국인의 뿌리와 정서를 찾아 떠난 맛의 순례,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을 10년 내리 진행해온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81)은 "일곱 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갓집에서 자랄 때 많이 먹었다. 가난한 살림살이 때문이었는지 외할머니가 무짠지를 그렇게 먹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프로그램 10주년을 맞아 5일 서면으로 만난 최불암은 "무를 소금에 절이기만 하면 되니 밑천이 안 드는 반찬이다. 나는 지금도 밥상에 무짠지가 있어야 한다"고 웃었다. 최불암이 제작진과 10년간 다닌 거리는 지구 8바퀴에 해당한다고 한다. 매주 전국 팔도 밥상을 찾아다니는 체력의 원천으로는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술 한잔을 꼽았다. "기억에 남는 건 음식보다는 역시 사람들"이라는 최불암은 방문..
5일 오전 8시 37분쯤 안성시 완곡면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남사졸음쉼터 부근에서 버스 화재가 발생했다. 운전기사를 포함한 승객 28명 전원이 자력으로 대피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상조 운구버스에서 발생했고, 유족들은 대체 상조버스를 이용해 안전하게 이동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22대와 인력 65명을 동원해 1시간 6분만에 불길을 잡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는 지난해의 K리그를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든 한 해’라고 정의하며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도 K리그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성숙한 국민의식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리그를 시작할 수 있었고, 개막 이후 무관중, 소수의 유관중 경기를 병행하면서 철저한 방역으로 리그를 무사히 마쳤다고 부연했다. 권 총재는 “K리그는 지난 2013년 승강제 도입이라는 변화를 맞이함과 동시에 유소년 육성강화, 구단 재정의 건전성 확보 등 리그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뿌리가 튼튼한 리그’, ‘지속가능한 리그’를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비율형 샐러리캡을 비롯한 경영효율화 방안을..
경기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상당수의 유물들이 기증 절차를 통해 들어온 것들이다. 개인이나 단체 등에게 있어 그 가치가 얼마나 소중할 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이에 본보는 기증된 유물들의 가치와 기증자들의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특별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도박물관 전시실의 기증 유물을 중심으로, 총 10회에 걸쳐 그 내용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할 경기도박물관의 기증 유물은 지난 세기 우리네 삶의 공간에서 꼭 필요한 기물이었던 목가구다. 현대인의 삶에서도 ‘가구(家具)’는 필수적인 존재다. 그런데 요즘에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대량화, 공정화돼 있기에 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그것을 집에 들일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전만 해도 목가구는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수공예 작품의 하나였다. 그 시대의 목가구는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과 추억을 만들어준, 정이 깃든 물건이었다. 우리의 목가구는 한반도의 기후 특성에 따라 수축 팽창이 최대한 적은 판재를 사용했고, 평좌생활(平座生活)을 하는 생활양식에 따라 낮고 앉은키에 맞게 제작됐다. 또한 온돌을 사용하는 특성상 방바닥의 따뜻한 열기가 위로 순환될 수 있도록 가구의 하단에 풍혈(風穴)을 달았다. 이외에도 방의 좁은 폭을 고려해 장(欌)은 벽면에 배치해 활용했고, 상(床)은 중앙에서 사용했다. 특히 산과 산맥을 분기점으로 하는 이 땅의 지형 조건은 각 지방 간의 교통을 불편하게 하고 지역마다 특색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됐다. 경기지역의 목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이가 높고, 내부에 많은 양의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등 조형성과 실용성을 갖춘 특징을 가진다. 대표적인 목가구로는 경기장, 경기약장, 강화반닫이, 개성반닫이, 남한산성반닫이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에 따라 얇은 옷에서 두꺼운 옷까지 철마다 많은 양의 의복이 필요했음은 물론 유교의 영향으로 관혼상제에 따른 다양한 예복도 준비해둘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런 의복들을 보관하고 손쉽게 꺼내기 위해 장과 농이 발달했으며, 깊숙하고 편리한 이층농과 삼층장이 널리 사용됐다.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백동삼층장은 상단에 네 개의 여닫이문이 있고, 그 복판에 거울이 설치돼 있다. 이층 여닫이문 복판이 팔각으로 구성된 것과 백동장석들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제작된 전형적인 양식으로 보인다. 이 삼층장에서 흥미로운 점은 하단 족통의 중심에 '경사동 의장 원조 여호 특제 상 문봉호(京寺洞 衣欌 元祖 與号 特製 商 文鳳鎬)'라 새겨져 있는 음각의 문구로, 현재의 종로구 인사동에 있던 가구점에서 제작, 판매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기증자 최상덕 님의 모친께서 장만한 혼수품으로, 당시에는 최상의 가구로 여기던 혼수품목 중 하나였다. 문갑은 각종 문방용품과 문서 등을 보관하던 용도의 가구다. 전통 좌식(坐式) 생활방식에 맞는 높이로 옛 책상과 비슷한 높이로 제작됐다. 벽면에 길게 놓고 사용하던 것으로, 그 위에는 자연스럽게 연적(硯滴)이나 필통, 수석 등을 놓아 진열대 역할도 했다. 안정감 있게 실내를 장식하는 문방생활의 주요한 가구였던 것이다. 경기도박물관에 기증된 주칠자개문갑은 전통공예기술이 집약된 미술품이다. 해당 유물은 덧문이 달린 쌍문갑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붉은 바탕에 앞면과 측면, 윗면에 꽉 찬 자개장식은 한 눈에도 이것이 조선의 귀한 자개문갑임을 알 수 있다. 주칠자개문갑은 붉은 바탕 위에 학(鶴), 소나무, 영지(靈芝), 사슴, 대나무와 같은 십장생, 봉황과 호랑이, 물고기와 복숭아나무 아래의 학 등 다양한 형태로 장식돼 있다. 줄(줄칼)로 오려 넓은 면으로 만들어 붙이는 줄음질과 실처럼 얇게 자른 쌍사를 잘라서 문양을 내는 끊음질이 적절하게 활용되면서 장식 면을 채웠다. 해학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흥미롭다. 금속장식으로는 앞면 문짝에 은혈자물쇠를 달아 깔끔한 잠금장치를 해두었고, 안쪽 서랍에는 박쥐형 들쇠를 달았다. 기증자 장현길 님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아무 물건도 넣지 않고 삼베 헝겊을 얹어 자개를 보호할 만큼 아껴온 물건"이라고 한다. 반닫이는 앞면의 반을 여닫을 수 있도록 만든 가구로 의복을 비롯해 다양한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천판 위에는 침구류나 소품 등을 올려놓기도 했다. 경기지역의 반닫이는 전면이 다른 지방의 것에 비해 정방형에 근접된 형태로 높은 편이며, 내부에 많은 양의 기물을 넣을 수 있고, 또 상부에 이불이나 다른 기물을 올려놓아도 보기 좋은 적당한 높이를 갖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이 기증받은 개성반닫이는 호리병 모양의 경첩이 7개나 나란히 붙어 있는 것으로 기증자의 추억이 담겨 있는 유물이다. 기증자 박애자 님의 부모님은 개성에 거주했고 어머니의 혼수품으로 가지고 온 것을 이어받아 간직한 것이다. “어렸을 때 어머님이 반닫이의 장식을 설명해주셨어요. 그래서 반닫이를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나고 그립죠. 언젠가 통일이 되어 후손들과 함께 우리 전통문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박애자 님의 기증 유물에 얽힌 소회이다. 흔히 유물은 역사적 배경이 있어야만 할 것 같고, 역사서나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들과 관련이 있어야만 할 것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유물의 의미는 '선대의 인류가 후대에 남긴 물건'이며, 여기서 말하는 ‘선대의 인류’는 꼭 유명한 인물이거나 위인일 필요는 없다. 경기지역에는 현재에도 많은 도민이 살고 있듯 과거에도 수많은 백성이 살았다. 각 시대마다 사람들이 살았던 생활과 풍속이 담긴 가구와 같은 민속유물 또한 그 당시 문화를 우리가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다. 사대부와 왕실의 문화도 좋지만 때로는 옛사람들이 사용한 흔적이 깃든 가구를 보며 그들의 삶과 추억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호에서 소개한 ‘백동삼층장’과 ‘주칠자개문갑’은 현재 경기도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조선실 및 기증실에 가면 만나볼 수 있다. (글=신지섭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 [ 정리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