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다음달까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공정위는 14일 한기정 공정위 위원장 주재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알리·테무의 전자상거래법(이하 전상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알리와 테무의 부당광고 의혹을 시일내로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전상법상 통신판매사업자는 상호, 주소 등 사업자 신원 확인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공정위 또는 정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알리·테무는 해당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알리는 지난해 9월말 서울시 중구에 통신판매사업자 신고를 했는데 공정위는 신고된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실제 쇼핑몰을 운영하는 운영사가 아니라 대리인의 역할만 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쇼핑몰 운영 등 전자상거래 업무는 해외 본사 등 다른 곳에서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알리와 테무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는 3분기 중 마무리 될 예정이다. 알리는 실제로 판매된 적 없는 가격을 정가로 표시하고 마치 이벤트를 통해 할인된 것처럼 광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무는 쿠폰 제공과 관련해서 시간 제한이 있는 것처럼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쿠폰을 상시 제공하고, 가입 선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처럼 광고했으나 사실은 친구를 초대해야 선물을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이커머스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은 3분기 (조사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올해 4월말부터 중국 이커머스에 대해 개인정보 취급 및 일방적 사업자 면책 조항 등을 점검하기 위한 불공정 약관심사도 진행 중이다. 한편,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과 시중은행 4곳의 담보인정비율(LTV) 등 담합 의혹에 대한 제재도 연내에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동통신사 담합 행위 관련해서는 사건 조사 및 안건 상정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며 "이 사건은 행정지도가 개입된 측면이 있는데 공정위는 행정지도와 무관하게 벌어진 담합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고 방통위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은행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지도가 개입돼있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안건이 상정된 상태로 절차에 따라 심의·의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
온라인에 근무 중인 전공의 명단이 다시 공개된 것과 관련해 정부가 해당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14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 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복귀 전공의 보호를 위해 근무 중인 전공의 명단과 비방 게시글을 확인하는 즉시 수사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복귀하는 전공의들이 어려움 없이 수련에 전념하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며 "지금까지 명단 유포 및 비방 관련 21건의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 당국은 용의자를 특정해 검찰 송치 등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일 전임의 약 800명의 이름, 출신 대학, 소속 병원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게시글이 해외 파일 정보 공유 누리집 '페이스트빈'에 올라왔다가 현재는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
제7회 위안부 기림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광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나눔의집은 적막감으로 가득했다. 한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이곳은 이제 텅 비어 쓸쓸하기만 했다. 할머니들이 생활하던 공간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주변에는 짐 정리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생활공간 앞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동상에는 지난 10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놓여진 꽃다발이 시들어 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추모공원에는 화분들이 비석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지만, 그조차도 쓸쓸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한때 이곳에는 10여 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함께 생활하며 한글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의료지원을 받으며 지냈던 이곳은 많은 방문객들과 자원봉사자들로 붐비기도 했다. 나눔의집 역사관은 위안부의 아픔과 일제강점기 당시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설립된 장소로, 학생들과 군인들의 견학 장소로도 활용됐다. 그러나 이날, 나눔의집은 텅 비어 있었다. 할머니들도, 방문객들도 모두 사라졌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연로해지면서 세상을 떠나거나 건강 악화로 나눔의집이 아닌 병원 등으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지난 3월까지도 이옥선(97), 박옥선(101), 강일출(96) 할머니 등 세 분이 이곳에서 생활했지만, 이제는 모두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오직 나눔의집 벽면에 걸린 사진들만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있었다. 사진 속 할머니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환한 웃음을 지었던 순간들을 담고 있었다. 현재 나눔의집을 관리하며 사무소를 지키고 있는 김서연 씨는 그 사진들을 바라보며 할머니들을 향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는 "나눔의집 방문객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할머니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이곳에서 웃음꽃을 피웠다"며 "할머니들은 아픔이 많은 분들임에도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특히 달콤한 과자를 좋아해서 간식을 드리면 정말 행복해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옥선 할머니는 민화투를 치는 것을 참 좋아하셨다"며 "직원, 할머니들과 함박웃음을 지으며 민화투를 치면 연세가 많아도 얼마를 잃었는지, 얼마를 땄는지 정확하게 계산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나눔의집 찾은 방문객 이민선 씨(가명·26)는 "8년 전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을 왔었는데 그때는 할머니들이 많아서 시끌벅적했다"며 "오랜만에 와 보니 공간은 똑같은데 아무도 없다는 게 허망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원평화나비 관계자는 "할머니들께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분씩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며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으로부터 진정어린 사과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제 할머니들이 나눔의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이곳을 위안부 피해를 기억하기 위한 공간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눔의집을 운영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이곳을 기념역사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이 거주했던 일부 생활시설을 복원해 전시실로 사용하고, 전체 시설을 기념역사관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공사 날짜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텅 빈 나눔의집에는 과거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만이 여전히 메아리치고 있는 듯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이보현 기자 ]
방역당국이 방학과 휴가철이 끝나는 8월 하순 코로나19 확산이 절정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대책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방학, 휴가가 끝나고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행동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감염병 유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국장은 "냉방으로 인해 밀폐된 공간이 많이 생기는 것도 여름철 감염병 유행의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질병청은 의료 현장 차질 여부와 환자 발생 추이를 관찰하고 기존에 운영하던 코로나 대책반을 확대 운영해 유행을 통제한다. 코로나 치료제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이달 치료제도 추가 구매할 방침이다. 또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일시적으로 시장에서 부족한 현상을 보였지만 기업들이 생산을 늘려 충분히 공급되고 불편이 없..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경기도의회에서도 자치법규 입법을 추진해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지만 관련 상위법 부재로 자치법규를 입안하는 의원들도 명확한 대책을 내놓는 데 애를 먹고 있다. 13일 도의회에 따르면 이상원(국힘·고양7) 경기도의원은 제377회 임시회(9월 2~13일)를 앞두고 ‘경기도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이는 전기차 충전시설과 주차구역에서의 화재 위험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도가 충전소·주차구역을 지상과 옥외, 지하주차장 진출입로 인근 등에 설치하도록 관계인에 권고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이 조례 제정안 외에도 전기차와 관련해 도민의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례안은 여야 구분 없이 꾸준히 발의됐다. 지난 3월과 4월 유영일(국힘·안양5), 안광률(민주·시흥1) 도의원은 차례로 ‘경기도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각 조례안이 골자로 하는 내용은 ‘전기차 화재 피해 지원 방안 마련’과 ‘전기차 충전소 설치 의무화 대상에 학교·유치원 등 제외’로 차이가 있지만 조례 발의 배경이 전기차 화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조례안들의 발의 시점에도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에 의한 차량 전소 사례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에 도의원들이 상위법을 보완하고자 한 것인데 ▲전담 의회 상임위원회 모호 ▲공론화 부족 등의 이유로 자치법규상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거나 입법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이 도의원이 발의할 조례안은 전기차 충전소의 지상 설치 권고를 골자로 하는데 앞서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유사한 조례를 공포·시행하고 있어 도의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다만 자치법규 특성상 조례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를 뒷받침할 상위법도 부재하다. 유 도의원과 안 도의원이 각각 발의한 조례안은 경제노동위원회에서 최근 신설된 미래과학협력위원회로 이관됐지만 상임위 상정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미래과학협력위는 각 조례안에 소방시설 또는 교육과 관련한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는 만큼 조례 심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과거 경제노동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해당 조례안 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영(국힘·성남8) 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장은 “조례에 담긴 여러 조처들이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형평성에 어긋날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 논의가 그간 이뤄지지 않는 등 공론화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회 여야 의원들도 최근 전기차 화재가 이슈화된 이후 관련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법안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사안으로 법제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아직 국내의 전기차 수요가 많지 않고 최근 전기차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 정부와 여야가 관련 법 통과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며 “더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며 현재 법 통과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SNS를 통해 “진작 이뤄졌어야 할 복권인데 대통령이 늦게나마 당내외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정한 점을 평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이제라도 내 편 네 편의 편 가르기와 결별하고 국민통합과 민생안정에 헌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여의도 정치셈법들도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며 “더 단단하고 더 깊어진 김 전 지사의 역할을 기대하고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정부는 김 전 지사 등 1219명에 대해 광복절인 오는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로 2021년 7월 대법원 징역 2년이 확정, 2027년 12월까지 선거 출마가 불가했으나 이번 복권으로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게 됐다. [ 경기신문 = 이유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경기 북부 의원들이 제출한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이 본격 심사에 들어가 여야 의원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여야 의원이 제출한 6건의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했다. 이중 이재강(의정부을)·윤후덕(파주갑)·박지혜(의정부갑) 민주당 의원 등이 제출한 개정안은 대북전단 살포 시 사전신고 혹은 사전승인, 과태료 등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담아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으로 불린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1호 법안으로 제출한 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법안 제안 설명을 통해 “국내 탈북민단체는 지난 5월 북한으로 30만장의 대북전단을 띄워보내며 북한을 먼저 자극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이는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투척 및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서의 위성항법 교란 공격 등 빌미로 작용했다”며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될 경우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 국민은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받으며 생활 및 경제활동에도 상당하게 지장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현행법 24조와 25조 일부조항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함에 따라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들 단체의 행위 자체를 강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전단 등 살포행위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사전신고’를 명시하고, 관할 경찰서장 등에게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한 경우 ‘살포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법안 통과를 주장했다. 김사우 외통위 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에서 “통일부 소관인 해당 법률에서 관할 경찰서장 등에게 사전신고를 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이 개별‧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찰청은 남북관계 정책 수립과 정부의 활동을 총괄하는 통일부에서 관련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북전단 살포시 위험성에 따라 신고 접수 및 금지통고 여부를 결정하고, 이에 따라 경찰이 현장 대응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법무부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9조에는 금지통고에 대한 이의신청 등 불복절차가 규정돼 있고, 금지통고 외에 제한통고, 조건부 허용 등의 방식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조문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김재민 기자 ]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구심점’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유력 당대표 후보이자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후보의 ‘양손 플레이’ 행보가 주목된다. 한 손으로는 중도층 확장을 위한 당내 다양성 인정·정책 완화 등 포용 카드를 꺼내든 반면 다른 한 손으로는 결국 이 후보의 대권 도전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될 당내 당헌·당규 개정 등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끝에 다다른 전당대회 전국순회경선의 득표율(89.21%)로 입증하듯 사실상 당권을 거머쥔 선거를 치러왔는데, 동시에 ‘당내 다양성 실종’ 등 그의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도 커져 왔다. 이에 그에게 대적할 야권 인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이 언급돼 왔고, 특히 김 전 지사의 복권으로 친문 구심점 역할을 통한 일..
지난 7일, 경기도 용인 양지에 위치한 CJ 대한통운 아레나스 물류센터. 이곳의 내부 온도는 35도를 훌쩍 넘었다. 넓은 창고 안에는 대형 실링팬 몇 대가 천장에서 돌아가고 있을 뿐, 별다른 냉방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 30여 명은 끈이 떨어진 안전모를 쓰고, 지퍼가 잠기지 않는 낡은 작업복을 입은 채 작업에 투입됐다. ◇ 지난주에도 사람 쓰러졌는데…허울뿐인 안전교육 오전 9시 30분, 작업이 시작되기 전 노동자들은 신규 작업자 등록과 건강 상태 체크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겉치레에 불과했다. 인적 사항을 입력하고 얼굴을 등록하는 동안 근로계약서에 서명했지만, 계약서 내용을 읽어볼 시간조차 없었다. 건강 상태 체크 역시 비치된 혈압기를 사용하지 않고, 관리자가 형식적으로 처리했다. 심지어 안전교육 이수 서명도 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끝났다. 관리자는 짧은 구두 안전교육을 하며 "지난주 3층에서 일하던 사람이 더위를 먹고 쓰러졌는데 아직도 상태가 좋지 않다"며 "땀이 많거나 힘들면 사무실에 비치된 식염 포도당을 먹으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었다. ◇ 작업자 안전 위협하는 현장 속 위험요소…'방치' 오전 10시.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되자 작업장 곳곳에 있는 위험요소들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레일에서 내려오는 택배의 송장을 스캔하고 택배 트럭까지 물건을 이동해 주는 업무는 한 명의 노동자가 2개 이상의 레일을 맡아 작업한다. 이때 2개의 레일을 맡을 시 레일과 레일 사이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레일을 넘어가는 일이 없지만, 3개 레일을 동시에 맡을 시 레일 아래로 지나가야 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냉동식품 등 무거운 물건이 든 택배 상자의 경우 레일에서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 수동 레일이 빠르게 돌아가며 손가락이 끼이는 경우도 발생했다. 레일로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비는 얇은 목장갑이 전부였다. 낡아서 지퍼가 잠기지 않는 안전조끼는 늘어진 끈이 지속적으로 수동 레일에 말리기도 했다. 작업자 A씨는 "무거운 택배일수록 수동 레일이 빠르게 돌아간다"며 "손가락, 안전조끼, 티셔츠 등 모든 게 레일에 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로폼 상자가 마찰력으로 인해 레일 위에 멈추자 관리자가 맨몸으로 약 3m 높이의 레일 위로 기어올라가 박스를 꺼내는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상자를 꺼낸 관리자는 내려오는 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레일로 굴러떨어졌다. 관리자를 포함한 작업자들은 작업용 계단이 현장 곳곳에 비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맨몸으로 레일을 넘어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작업을 하며 택배 상자를 건너편 레일로 전달해야 하는 경우에는 택배 상자를 작업자에게 던지는 일도 많았다. 작업자 B씨는 "택배의 무게는 제각각이고 던지는 택배 상자를 받는 사람은 무게를 알 수 없지 않나"며 "택배에 맞아 다칠 것 같다"고 불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후 1시. 물류창고 2층에서는 택배가 들어오면 송장이 위로 가게 상자를 배치하고 스캐너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상자들끼리 간격을 벌려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들어오는 택배 물량이 많아지며 송장 센서 레일에 지속적으로 오류가 나 레일 위에 있는 택배를 전부 내려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냉동식품, 액체 같은 무거운 물건도 빠르게 내려야 뒤에 오는 택배를 감지할 수 있기에 무거운 택배 상자를 던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 안전한 작업 환경으로 택배 노동자 안전 보호해야 작업장에는 안전대책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건강 상태 체크는 형식적이었고, 안전모는 턱 끈이 떨어져 있었다. 작업 전 컨베이어의 비상정지 스위치에 대한 안내도, 보행로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CJ 대한통운 측은 보호장비 교체는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물류센터 현장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CJ 대한통운 관계자는 "최근 여러 물류센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본사도 안전장비와 교육자료 등을 제공하며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며 "안전관리를 위한 직원도 상주하며 작업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업 현장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등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 현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이보현·박민정 기자 ]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모델에 중국산 배터리가 대거 탑재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고급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경쟁 브랜드인 BMW, 현대차, 기아 등은 대부분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반면, 벤츠는 전체 전기차 모델의 약 87%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자사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셀 제조사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벤츠는 국내 제조사 제품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중국 제조사는 CATL과 파라시스에너지 제품을 사용했다. 모델별로 살펴보면 EQC 모델에는 LG에너지솔루션, EQB 모델에는 SK온 제품이 탑재됐다. 반면 EQA 모델은 일부 트림에 CATL 배터리가 사용됐으며, EQE 모델의 경우 300 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트림이 파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