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 지난 금요일 드디어 막이 올랐다. 흩날리는 빗속에서 센 강의 다리 위를 수놓은 프랑스 삼색기와 축구선수 지단이 아이에게 건넨 올림픽 성화, 셀린 디옹이 부른 ‘사랑의 찬가’는 감동 그 자체였다. 레이디 가가의 파리 ‘리도쇼’와 아야 나카무라의 ‘자자’와 ‘푸키’ 메들리는 첨단쇼를 연상케 했다.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지켜본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서 가장 이색적인 장면은 아마도 배를 타고 등장한 각국 선수단 이었을 것이다. 이 선수단은 남녀가 비슷한 비율로 섞여 있어 올림픽의 민주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감지케 했다.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이 열렸을 때 출전한 여자 선수는 2%에 불과했다. 총 997명의 선수 중 22명의 여성은 테니스, 요트, 크로켓, 승마, 골프, 5개 종목에 출전했다. 이 중 골프와 테니스만 여성 전용 종목이었다. 올림픽..
얼마 전 KBS 라디오 고전음악 채널 ‘클래식 FM’에서 진행자의 황당한 얘기에 놀랐다. 서양음악만 틀다가 유일하게 우리 음악을 들려주는 ‘FM 풍류마을’ 시간, 큰 작곡가로 가야금 명인인 전(前) 이대 교수 고(故) 황병기 선생의 ‘침향무’를 들려주면서 곁들인 설명이었다. “침향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향의 이름입니다”라고 했다. 외국에서 사오는 것이라는 얘기다. 운전 중에 얼핏 들었던 터라 ‘인도(인디아)’라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가야금 곡인 황병기 작곡 ‘침향무’의 침향이 인도나 아니면 다른 외국 어떤 나라에서 (현재) 수입되는 향(香)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설명이었다. ‘몸에 좋다’는 물질(제품)은 유행을 탄다. 미용도 정력 강장도 그렇지만 요즘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이런 유행 이끈다. 경험 상, 오래 가지는 않는 ‘돈벌이’ 관..
배곧대교는 2014년 10월 민간사업자가 시흥시에 처음 제안했다. 시흥시 정왕동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게 될 총 연장 1.89㎞, 왕복 4차로 교량으로 계획됐다. 민간자본 1904억 원을 투입, 2021년 하반기 착공, 2025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었다. 다리 건설에 따른 경제적 이점이 크다는 게 시흥시의 주장이다. 배곧대교 건설 사업은 송도국제도시와 시흥 배곧지구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 환경, 정주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습정체구역인 아암대로와 제3경인고속도로 정왕IC 구간의 교통정체를 해결할 수 있다며 배곧대교 건설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한강유역환경청은 2020년 12월 시흥시가 제출한 ‘배곧대교 민간투자사업 전략 및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
북대서양조약기구인 NATO정상회의(7.10~11)가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다. 한국은 3년째 이 회의에 참석하였고, 일정 중 G7 회원국이자 미국의 정보 동맹국(Five Eyes)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도 정상회담(7.10)을 가졌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통해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다짐하며 외교·국방 고위급 회의가 안보협력의 창구가 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이처럼 가치를 달리하는 진영에 대한 파트너 국가 간의 전략적 연대는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문제는 가치공유국 그룹 내에서 힘의 차이가 명확한 국가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즉 미국과 같이 여타 동맹국들과의 진영 질서를 주도하는 경우, 동일 진영내에서 대국을 상대로 스크럼을 짜(scrimmage) 연대하는 식의 해법은 불가능에 가깝다. 美 대선..
어린아이의 미소는 참으로 예쁘다. 그 미소 한 번에 많은 이들이 아이를 따라 미소 짓고, 행복해진다. 인간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언어적 표현 이외에 표정, 몸짓, 눈 맞춤, 자세 등의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한다. 미국의 인류학자였던 버드휘스텔(R.L.Birdwhistell, 1970)은 인간은 언어로만 소통하는 존재가 아니고, 여러 감각을 통해 소통하는 다감각적 존재(multi-sensory being)라고 인식하면서 인간의 표정, 눈 맞춤, 몸짓, 손짓, 자세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의사소통의 65%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1971) 역시 의사소통에 있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에는 언어적 요소보다 태도, 표정 등의 시각적 요소와 목소리의 음색, 톤 등에 해당하는 청각적 요소가 93%로 큰 비중을 차지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치입문 7개월 만에 집권여당의 수장이 됐다. 진작부터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는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과정은 예상을 한참 벗어나 치열하고 험난했다. 한동훈 후보는 김건희 여사와 주고 받은 문자 논란이 벌어져 용산 대통령실과 첨예한 갈등 속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했다. ‘김여사 문자공방’은 친윤계가 총선패배의 책임을 한 대표에게 돌리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집권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실과 맞서는 형국이 연출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또한 보수 정치권의 핵심에서 수 십년 정치를 해온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결선투표를 무산시킨 것도 여당 내부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보수 유권자들은 왜 한동훈 대표를 선택했까? 현직 대통령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이 향년 80세로 지난 19일 별세했다. 그는 2011년에 당 서기장에 올라 2016년과 2021년 연거푸 연임을 하며 13년간 공산당 총서기장으로 있었다. 국영기업이 구심체가 되어 경제발전을 견인하도록 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Socialist-oriented market economy)’라는 개념을 주창하며, 그는 베트남을 제조업 강국으로 이끌었다. 베트남의 국가권력은 권력서열 1위부터 4위까지인 당 서기장, 주석, 총리,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 지도체제이다. 쫑 서기장은 최근 수년간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공산당과 정부의 간부와 기업인 수천 명을 구속했다. 재임 동안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주석과 총리, 국회의장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현재 서기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또 람 국가주석이 유력..
2020년 6월, 저의 첫 칼럼이 경기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 사회학과 교육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로서, 제 생각을 기고 할 수 있는 지면이 생겨서 무척이나 설레었던 기억이 납니다. 기꺼이 지면을 내어주었던 경기신문에도 진심으로 감사했었습니다. 오늘로써 만 4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칼럼을 썼습니다. 글이 활자화 되는 순간 그 글은 영원히 박제가 됩니다. 저는 항상 이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제 글이 신문에 실리는 일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저보다 못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서 경기신문을 만났고, 하찮은 잡글을 썼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처음 만난 분들이 경기신문에서 제 글을 읽어보았다고 하면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이제 그 민망함을 더 이..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며 혼인을 포기하는 이도 늘고 있다. 장년층도 이혼,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1인가구로 지내거나 가족관계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즐기며 살기 위해 독립을 선언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모습을 먼저 연상시킨다.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혼자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 ‘가난’, ‘외로움’, 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1인 가구 수는 2022년 163만 4147가구나 된다. 이는 도내 전체 가구 대비 비율 30.2%나 되는 것이다. 도내 1인 가구 수는 급속히 늘고 있다. 2020년 140만 6010가구에서 2021년 154만 3100가구..
1969년 한 문학평론가가 '흥부전'에 대한 놀랄 만한 해석을 내어놓는다. '흥부전'에 등장하는 ‘놀부’와 ‘흥부’에 관한 해석을 새롭게 내놓는다. 한 마디로, 나쁜 놈 놀부에게도 본받을 점이 있고, 착한 흥부라고 해도 배워서는 안 될 나쁜 점이 있다는 해석이었다. 그해 나는 시골 출신의 순진한 대학 2학년 학생이었는데, 이 새로운 해석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나의 인식 체계 안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생각해 보면 이런 창의적 해석에 대해 나의 지적 너그러움은 참으로 인색했다. 내가 받은 학교 교육을 생각하면 나의 인색함은 너무도 당연했다. 이 새로운 해석은 당시 30대 초반의 문학평론가 이어령이 들고나온 것이었는데,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음은 말할 것도 없다. 놀부의 악덕과 흥부의 선량함을 대비시켜 이른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교훈적 주제를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