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지 12년이 되었다. 2000년 군산 대명동·개복동 화재참사사건으로 인해 14명의 여성이 죽었다. 이 사건으로 성매매가 한국사회에 어떻게 구조화 되어 있는지를 사회전체가 알게 되었다. 그 후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되고 피해자 개념과 ‘여성인권’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변화는 너무도 더디며, 오히려 여성혐오와 성별불평등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12년이 된 지금도 나는 성매매여성들의 죽음을 자주 목격한다. 성매매현장에서 여성들은 알선자 또는 성구매자들의 폭력에 의해 죽거나 때로는 나는 살고 싶다고 절규하면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죽음을 접할 때마다 현장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드러나 마음이 편치 않다. 해방이후 공창제는 폐지되고 기지촌 기생관광 등으로 국가가 키워온 성매매는 오랫동안 알선자들에게 막대한 부를 창출해주었다. 1961년 11월9일 윤락행위등방지법(법률 제771호)이 제정되어 윤락행위 및 알선금지, 윤락행위자 보호지도소 위탁, 성매매여성과 포주간의 채권 채무 불인정을 하였지만 국가는 특정지역의 성매매는 인정하였다. 업주(알선자)들과
1년 전 내게 보낸 편지가 돌아왔다. 강원도 여행지에서 엽서쓰기 행사를 하는데 편지를 쓰면 1년 후 받는 이에게 배달된다는 말에 나에게 편지를 썼다. 그날 이후 잊고 살았는데 우편함에 꽂힌 엽서를 발견했다. 내가 나를 격려하는 글이다. 아마 그때는 많이 힘들었나보다. 엽서 내용을 보면 ‘산다는 것이 거친 파도와 같거늘 오늘을 견딘다는 건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 1년 후는 지금과 뭐가 다를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이 만큼이구나’ 하는 내용의 글이다. 엽서를 읽는 순간 먹먹함이 밀려왔다. 돌이켜보면 2015년은 많은 일이 있었다. 딸아이 취업과 함께 직장 근처로 분가를 시켰고 몇 년째 손해를 보면서도 붙들고 있던 사업장을 하나로 합치면서 많은 혼란과 고통 그리고 힘겨움이 있었으며 큰 아이 혼사도 치렀다. 사는 동안 흔치 않은 큰일들을 한 해에 다 겪어내면서 힘겨웠나 보다. 시간에 묻혀 잊고 살았던 순간들이 생생하다. 백운산 정상에서 하루하루 살아낼 힘을 달라는 기원을 하며 꾹꾹 눌러쓴 마음이 애잔하다. 엽서를 보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살아냈다고 격려해주고 위로해주고 싶다. 지금은 손 편지보다는 전자우편을 이용하거나 문자 혹은 카톡을 주고받
지난 9월7일은 제17회 사회복지의 날이다. 2000년 1월12일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사회복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회복지사 등 관련 종사자들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다. 또한 생활이 어려운 사람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법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매년 사회복지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각 시도별로 다양한 기념행사를 실시한다. 대부분의 기념행사는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종사자와 자원봉사자 및 후원자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하는 표창 전수 등 의전행사가 대부분이다. 물론 기념행사를 통해 사회복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매년 의례적인 기념행사로 그친다면 사회복지의 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일년에 한번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 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로 사회복지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하는 목적 있게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날 사회복지사의 주요 화두는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에나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이며, 안타깝게도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사회복지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중 한 대목이다.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불리는 소설 속 이 문장 덕분에 해마다 수 십 만 명의 관광객이 강원도 봉평을 찾는다. 또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깝고, 한국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밤길로 꼽히는 이 구절에 힘입어 해마다 9월이면 전국에서 인파가 몰리는 문화축제도 펼쳐진다. 달빛과 메밀밭에 아름다운 옷을 입히고 예술의 짙은 향기를 불어넣은 이효석의 문학적 감성 덕분이다. 봉평에서 태어나 36세 라는 젊은 나이에 타계했지만 서른살 때 발표한 이 소설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평범하게 비칠 수도 있는 고향을 돋보이게 만든 그의 재능이 감동을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늙은 장돌뱅이 허생원이 20여년전 정을 나누고 헤어진 처녀를 잊지 못해 찾은 메밀밭, 밤길에 동행한 젊은 동이를 친자로 확인하는 현장, 그를 업고 건너며 혈육의 정을 느끼던 흥정천, 허생
복무 일기 /이현호 철원에서는 올해 첫 얼음이 열렸다는 소식이다 새벽 내내 끄물거리던 하늘은 멍든 입술을 다물었지만 내 속에서는 더운 김이 마술사 입안의 리본같이 새어나왔다 입김들이 는개같이 들어 자분자분 새벽을 접어 쓴 편지를 적실 때 내 안의 철책 위로도 가는 비 내렸다 물기로 축축한 글자들의 무게만큼 올겨울이 길듯 싶었다 늦가을이 독감을 앓고 물러난 자리마다 아직 아프지 못한 너의 이름 눈사람의 머리와 몸통처럼 아슬하게 나는 바깥에 닿아 있었고 몇 번인가 시간의 별명을 귓결로 들으며 나도 모르게 젊고 병들었다 그즈음 나는 풍문처럼 철원에 있었다 만년설처럼 엎드려서 입이 없었다 생면부지의 눈꽃이 자주 이는. - 이현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 문학동네 혈기왕성한 남자가 계획도 야망도 들끓는 젊은 사내가 자유를 반납한 채 밤낮없이 적진을 주시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할까. 첫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그리운 사람과 그리운 시간의 회상에 자유는 더 목마를 테고 꼼짝없이 매인 처지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먹먹함을 유발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거창한 명분에 앞서, 그 고독하고 부질없음의 시간이 한 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명분만으
2015년 5월13일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상가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보호 제도가 신설되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제도의 신설 이후 권리금회수방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에는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지만, 준비와 홍보를 철저히 해야 새 제도가 빠르게 안착될 수 있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점을 말하고자 한다. 먼저 권리금 감정평가를 위한 사전준비 미흡의 문제점을 말하고 싶다. 권리금회수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은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으로 청구할 수 있다. 그래서 권리금회수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에서는 권리금에 대한 감정평가가 필수적이다. 결국 ‘권리금’에 대한 감정평가는 권리금 보장 제도의 성공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7에 따라 2015년 6월11일 국토교통부장관 고시인 감정평가규칙이 개정되어 권리금 평가에 관한 규정이 새로 마련되었다. 그런데 아직 객관적이고 타당한 감정
‘한국학’(韓國學, Korean Studies)은 한국에 관한 지식 전반을 다루는 종합적인 학문이다. 즉, 한국의 언어와 문학, 역사와 철학, 문화와 사회를 비롯하여 정치와 경제, 종교와 철학, 예술과 과학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학문 분야이며, 그 연구대상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재외동포(한인)’도 포함된다. ‘해외한국학’은 한국 이외의 해외 지역에 있는 한국학 연구자들인 외국인 또는 재외동포와 그 후예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한국 연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연구자가 해외의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연구하거나 교육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연구자의 관심과 연구의 대상에 따라 우리는 그 연구자의 연구 업적을 해외한국학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한국정부의 해외한국학 사업이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1981년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해외한국학 지원업무를 일부 담당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해외한인들이 지역의 대학에 장학금을 마련해주어 한국연구를 장려하기 시작한 것도 1980년대 초반이었다. 1982년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에 거주
손찌검은 습관인 데다 마약처럼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가정 안에서 일어나고 공개되지 않아 음성화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를 은폐하고 방치할 경우 피해자가 생명을 위협받거나 잃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가정폭력에 노출돼 살해된 여성이 70명, 살인미수 피해를 당한 여성이 35명에 이른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 만을 분석한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니 보통일이 아니다.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들뿐만 아니다. 최근엔 매 맞는 남편 얘기가 심심찮게 뉴스에 흘러나온다. 가정폭력 상담기관인 ‘한국남성의전화’에 따르면 아내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지난해 1394건으로 2년 전보다 71% 늘었다고 한다. 퇴직한 50∼60대 남성들이 주된 타깃이다.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남편에서 아내로 점차 바뀌는 양상이다. 어쨌든 우리는 익숙하고 편한 관계라는 이유로 가족 안에서 언어폭력은 물론 물리적인 폭력까지도 행사한다. 단순한 손찌검에서 잔인한 살해와 시신유기에 이르기까지 가정폭력은 다채로운 양상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 간 이뤄지는 폭력은 일종의 연쇄반응 결과다. 실직이나 파산 등으로 실의에 빠진 남편이 아내와 아이들을 구타한다
밤길 /강인한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동화책을 샀지. 양심을 두 개씩 달고 살아가는 슬픈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이 겨울도 비척이는 밤 밀감이며 바나나 그득한 과일상회랑 신나게 요란한 백화점, 제과점을 지나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동화책 한 권을 샀지. 서둘러서 돌아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구십 원짜리 시내버스를 타고 차창 밖 까맣게 젖어서 흐르는 네모난 밤을 내다보았지. 아빠 아빠, 삼십만 원도 안 되는 선생 노릇을 아빠는 뭐하려고 십오 년씩이나 해? 식구들 몰래 눈물을 지우던 딸아, 내 어린 딸아,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운바람 속 아빠가 들고 가는 이 작은 선물이 하루만이라도 곱다란 기쁨이기를. 추운 사람들이 내뿜는 하얀 입김 유리창 밖 웅크린 풍경 위에 가만가만 덮이고 소주에 취해서 길고 긴 겨울은 술병처럼 흔들리지만 율리야, 너에게 주려고 아빠는 동화책 한 권을 샀지. - 강인한 대표시 100선‘신들의 놀이터’, 책만드는집 율리는 시인의 따님이다. 열한 살쯤의 소녀였으리라. 나아가 율리는 가난한 아버지를 둔 모든 딸의 이름이다. 마음만 먹으면 가난 따위 뚝딱 물리칠 위대한 아버지였던, 철없는 말의 위력을 까맣게 모를 철부지 딸
서민경제가 지극히 어렵다. 어딜 가나 앓는 소리 뿐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올해 추석연휴기간 중 공항이 붐빌 것이라는 것이다. 즉 해외여행자가 많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연휴 예상출국자수는 61만명(1일평균 10만 2천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 평균 대비 지난해보다 13.9% 증가한 것이다. 전국 9천세대를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조사 결과다. 경제는 어려운데 해외여행자는 증가하는 이 기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해외여행객의 증가는 국민들의 사고와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먹고살만한 사람들, 즉 중산층 이상에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경제의 양극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경제가 장기간 불황상태에 머물면서 저축하기보다는 여행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스스로를 위한 투자’지만, 아무리 아껴 쓰고 저축해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현실에서 해외여행이라도 원 없이 다녀오자는 심리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현 박근혜 정부나, 전 이명박 정부는 지금껏 ‘앞으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특히 서민들이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