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와 손목
/최연수
소매를 걷어붙인 손이 소매 없는 생닭을 탁 탁 쳐준다
소매 올린 시간만이 유일한 힘, 어느새 손목은 옷 속에 숨고
시간을 떨이한 밋밋한 무늬 속엔 뻐근한 팔목이 있다
화사한 소매가 감춘 손은 칼 같다
손목을 쓰지 않는 손은 언제 휘두를지 모를 권력
소매 밖으로 자라는 거대한 손을 가리기위해
옷은 화려해지고 손목단추마저 채운다
칼자루는 칼의 손목, 작업과 상처 사이에 아슬한 각도가 있다
불빛 소매가 내려지면 소매를 내린 칼이 도마를 문 채 잠든다
아침이 다시 시원스럽게 팔을 걷어붙이면
손목 드러난 손이 소매 올린 칼의 손목을 잡는다
힘은 손목에서 나오지만, 소매 올린 손은 권력이 없다
힘은 손목에서 나온다. 손목에 힘을 줄수록 쉽게 물체를 자르거나 부술 수 있다. 그러나 살면서 힘만으로 되지 않는 것을 실감한다. 손목 한번 쓰지 않고 그 위력을 발휘하는 권력. 권력에 맛을 들일수록 노동과는 멀어진다. 밋밋한 소매와 화려한 소매, 팔을 걷어 부친 손목과 소매로 가린 손목의 역할은 확실히 구분된다. 우리는 입으로 노동의 가치를 말하면서도 권력을 동경하니, 삶은 늘 이율배반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