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BRICS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회원국 확대 의사가 반영되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 등 6개국이 신규 회원국 후보로 선정되었다. 1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BRICS는 세계 인구의 46%, 세계 석유 매장량의 44.35%, 세계 GDP 점유율의 37%를 점유하게 된다. 신규 회원국의 지역 구성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4개국, 아프리카 1개국, 남아메리카 1개국이다. 공통점은 모두 친중 국가라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미국 일변도의 궤도에서 이탈하여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러시아를 군사 지원한 친러 국가다. 아랍 세계 분열의 종주국이었던 양국은 올해 3월 중국의 중재로 극적으로 화해하였다.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에 안보를 위탁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군사·경제 관계를 맺고 있다. 최근 I2U2를 통하여 인도와도 친밀하다. 이집트는 전통적인 친러 국가다. 아프리카 연합의 본부가 소재하는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표국이라는 상징성과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키우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적극적 지원에 힘입었다
인류의 위기 앞에서 한창기 선생(1936~1997)을 떠올린다. 국제적 감각의 비즈니스맨으로 역량도 다방면으로 뛰어났다. 세상일 특히 언어부문에 깐깐한 ‘문화인’으로 살았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기리는 한글날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까닭이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 1980년 전후 엄혹한 시기에 그는 우리 문화를 크게 떨쳤다. 서울법대를 나온 이의 일반적인 행보(行步)가 아니었다. 미국인보다 유창하달만큼 영어를 잘했다. 주한 미군과 가족, 한국의 외국인과 ‘영어 좀 읽는, 잘 사는’ 한국인들에게 (비싸기로도) 유명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아주 잘 팔았다. 그의 실적과 성과에 고무된 브리태니커 미국 본사를 움직여 문화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브리태니커회사를 세우고, 사장이 됐다. 이를 토대로, 남과 다른 생각과 정서를 펼치는 데 거침없었다. 그 역량을 개운하고도 새뜻한 언어로 그려낸 점도 독보적이었다. 신화적인 잡지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 그리고 그가 만든 많은 책들은 ‘뜻’으로 독자를 설레게 했다. 글도 꽤 많이 썼고, 실질적인 편집자 역할로 기자들을 비롯한 필진들과 ‘이녁의 고집’을 공유했다. ‘민중자서전’과 인문지리지인 ‘한국의 발견’…
계절이 표정을 바꾸는 9월의 아침이다. 어린 철 이맘때쯤이면 어머니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셨다. 더불어 ‘소지(掃地)황금출’이라고 마당을 부지런히 쓸고 화장실을 정갈하게 해야 하며, 두엄을 소중히 관리해야 이듬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고 말하셨다. 이때의 분위기가 눈앞에 갈아들면 송강의 시조 ‘형우제공(兄友弟恭)’이 읊어진다.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보아라/ 누구에게 태어났기에 모습조차 같은가/ 한 젖 먹고 길러났으면서/ 딴마음 먹지마라. 백성들을 위한 ‘훈민가’의 하나이지만 형제 간 우애를 더 이상 표현할 길 없게 비유적이고 직설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이때의 부모는 부모답고 형제는 형제다웠다. 왜 어머니는 당신의 젖으로만 길렀는지를 굳이 밝히지 않았어도 어머니는 예수와 같은 희생의 대명사이었다. 돌이켜보면 태풍 없는 여름 없고 인생의 태풍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통과하게 된다. 금년 여름도 카눈 태풍에 고통당한 사람이 많았다. 더운 여름살이가 갈수록 험난한 산길 같다. 인터넷신문에서 뭘 찾다가 ‘잼버리의 불편한 진실’과 ‘복지부동이 부른… 잼버리의 진짜 원인’을 읽게 되었다.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세계 스카우트’는 성공적이지 못한…
국세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상속세 납세인원은 1만9506명으로 2021년 1만4951명 대비 4555명으로 약30.5% 증가했다. 과세대상 총상속재산가액은 56.5조 원으로 2021년 66조원 대비 9.5조원 (약1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위의2022년 상속세 신고 현황과 5년 전인 2018년의 상속세 신고 현황(납세인원 8449명, 총상속재산가액 20.6조 원)을 비교하면, 납세인원과 총상속재산가액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가 있다. 사망자100명당 상속세 과세 인원의 경우 2000년대 초반 1명 미만이었지만 이제는 약 6.4명이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어서 개인별 자산 규모도 경제성장에 따라 확연히 증가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일반 세금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상속세 과세 인원의 비율이 적은 것 또한 사실이고, 이렇게 상속세 과세 인원이 적은 것은 각종 공제로 인해 웬만한 재산가가 아니면 대상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재산가액 10억 원까지는 세금의 납부대상에서 제외를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들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을 한 상태에 있으므로 향후 상속세의 과세 대상…
지난 주 임명된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본 국민 대다수는 ‘참 짜증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야당의원들이 신임 위원장 아들의 고교시절 학교폭력 사건을 집중 거론하며 흠집내기를 하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 너무 궁색했기 때문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성장기 청소년 시절의 내 자식의 잘못된 행동이었다. 내가 교육을 잘못시킨 탓이다. 피해 학생들에게 지금도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다.’ 정도의 답변이라면 야당의원들도 더 이상 질문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공정과 상식’에 맞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언론방송 통제 의혹문제에서도 솔직하게 ‘그 때는 그것이 홍보수석으로서 잘하겠다는 생각에서 했지만 잘못됐다. 이제부터는 방통위가 중립적이고 공정성에 입각하여 좌우에 취우치지 않고 국민의 이익의 관점에서 일을 잘 해나가겠다’고 대답했다면 별 문제없이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었을 것이다. 진정성 있는 잘못의 인정과 태도의 변화가 우리의 상식에 맟기 때문이다. 이 교훈은 현재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생뚱맞게 인사청문회와 남북관계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사안을 처리하는데 진실함을 보임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
경술국치 113년, 우리는 무엇을 성찰하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지난 8월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는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한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참여함을 분명히 하였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북중러 진영화가 촉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이 현대적 의미의 진영화에 가담한 기원은 1896년 아관파천이다. 조선은 강압적인 일본에 대항하기 위하여 삼국간섭 이후 부상한 러시아 진영에 의탁하였다. 이후 러시아의 비호 아래 대한제국을 수립하여 근대국가로의 개혁을 추진하였으나,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 진영(영국)이 승리한 결과 실패로 끝나게 된다. 1945년 해방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냉전 시기는 성공의 역사였다. 냉전 붕괴 이후에는 미국 일극의 조류를 타고 선진국으로까지 도약한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G2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새로운 진영화 전략으로 인하여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미소 냉전 시기는 지정학적 갈등의 시대였으나, 미중 간 진영화의 본질은 지경·지정학의 복합적 성격이 짙다. 미소 간 진영화의 목적은 체
소설가가 자신이 쓴 소설 밖의 이야기로 질문을 받는 일은 드물다. 나는 평생 받고도 남을 그 드문 질문을 지난 며칠 내내 받았다. 내가 쓴 소설 ‘범도’의 바깥에서 벌어진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에 대해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물었다.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나는 누가 왜 항일무장투쟁을 이끈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하려 드는지는 잘 모르지만 철거의 대상이 된 그들이 누구인지는 조금 안다. 줄이고 줄여서 6백 페이지가 넘는 책 두 권으로 펴낸 소설 ‘범도’에 담긴 홍범도와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 이회영 선생의 이야기를 몇 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한 문장씩으로 대답했다. -홍범도? -항일무장투쟁 전선에서 가장 오래 싸우고 가장 크게 이겼으면서도 무엇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남기지도 않은 채 극장 수위로 최후를 마친 조선 최고의 포수가 홍범도입니다. 홍범도가 최초의 동지 김수협과 함께 단발령에서 일본군 12명을 사살한 것이 1895년 9월 19일이었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1908년 일본군 천지가 된 조선을 떠나 압록강을 넘어갈 때까지 그는 가장 오래 싸우고 가장 많이 이긴 포수부대의 대장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신흥관은 함흥시 중심에 자리 잡은 규모가 큰 음식점이다. 1976년 준공되어 부지면적 2만2000㎡로 지상 2층, 지하로 1층에는 식사, 2층에는 연회장으로 사용된다. 여기서 유명한 함흥냉면이 나온다. 함흥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가면 신흥군이 있다. 신흥군은 일제시기 부전강, 장진강 발전소가 생기면서 번창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감자전분은 신흥군을 거쳐 함흥으로 흘러들었다. 감자는 오래전부터 함경도 지방에서 많이 재배되었다. 그래서 감자전분으로 만든 농마(녹말)국수는 함경도 지방 특산으로 이름 있다. 신흥군에서 들어온 감자전분은 농마국수로 만들어져 지금의 함흥 신흥관 명물이 되었다. 함흥에는 농마국수를 기막히게 잘 만들어 인기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함흥 신흥관 농마국수 레시피는 그이가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함흥사람들은 냉면보다는 농마국수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용하는 육수에 따라 온면과 냉면을 구분한다. 농마국수는 차게도, 따뜻하게도 먹는다. 따뜻한 농마국수는 고기국물을 부어 먹는다.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농마국수를 일상으로 먹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농마국수를 별미로 먹는다. 함경북도, 량(양)강도, 자강도 사람들은 감자전분으로 만든…
화성시가 시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해 매년 300억 원을 마을버스 적자노선 재정지원에 쓰고 있다. 막대한 재정지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벨트에 속한 화성시가 법인 지방소득세 감소에 따른 세출 사업 예산을 감액 편성을 고려하고 있어 재정지원사업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본보 6월 13일자, 14일자 8면, 19일자1면, 26일자 9면, 7월4일자 9면, 11자 9면)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은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두 가지 목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예산의 합리적집행이라는 관점에서 경제성 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평가해야 하며, 사회적 공익의 관점에서 정책성 분석 및 지역균형발전 항목을 통해 형평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화성시의 마을버스 재정지원 정책은 어떨까? 화성시의 마을버스 적자노선은 전체 마을버스 노선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적자노선에 대한 재정지원은 화성시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적자노선에 대한 재정지원은 해당노선의 운행을 보장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유는 이렇다. 적자
다시 써야하는 징비록 징비(懲毖). 잘못을 묻고 이후의 근심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에 있는 "지난 잘못을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임진왜란 때 영의정과 전시 군사 최고직을 지낸 류성룡의 징비록이 대표적이다. 그는 징비록을 통해 임진왜란의 원인과 7년의 전란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개인과 조직은 어떤 일에 크게 실패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와 국가의 경우에는 그 폐해와 부작용, 전국민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징비가 더욱 더 필요하다. 잼버리 대회의 성공 경험과 실패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4년마다 주최하는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축제이다. 14세에서 17세까지의 전세계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이번 세계 잼버리 대회는 전북 부안의 새만금에서 열려 158개국에서 4만 3천 여명이 참가했다.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열려 세계 잼버리 대회는 100년이 넘는 역사가 있다. 1991년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17회 잼버리가 열렸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공적 개최가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