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술 작품은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의식 속에서 그와 예술가가 한 마음이 되고, 나아가서는 그와 예술가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접하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한 마음이 되는 작용을 한다. 바로 거기에 개개인과 타자의 분열로부터의 해방과 고독으로부터의 해방이 있고, 바로 이러한 개개인과 타자의 융합 속에 예술의 매력과 공적이 있다. 사상적 저술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견, 새로운 사상을 전달할 때 비로소 사상적 저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그와 마찬가지로, 예술작품도 그것이 인간의 삶 속에 새로운 감정을 가져다줄 때 비로소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예술은 인류의 진보를 위한 두 기관 중의 하나이다. 언어를 통해서 인간은 서로의 사상을 주고받으며 또 예술작품을 통해서 단순히 현재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람들과도 감정을 주고받는다. 지식이 점점 완성되어 가듯, 바꿔말하면, 더욱 진실하고 더욱 필요한 지식이 그릇되고 불필요한 지식을 몰아내듯, 감정에 있어서도, 예술작품에 의해 더욱 높고 더욱 뛰어나며, 인류의 복지에 더욱 필요한 감정이, 그보다 저급하고 불필요한 감정을 몰아낸다. 바로 거기에 예술의 사명이 있다. 에
북한은 2022년 들어 단거리 중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를 계속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한 한미합동군사연습과 국제사회 및 우리정부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에 대해 거친 언사를 동원해 비난하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공개한 ‘화성포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유엔중심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 국가와 우리가 나서서 북한의 주요 외화 조달처인 광물 수출과 사이버 해킹을 제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은 김여정을 내세워 막말에 가까운 단어를 써가며 비난하는 등 원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반응은 2005년 6자회담에서 핵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했지만 비슷한 시점에 취해진 미국 재무부의 돈세탁 방지 차원의 북한 통치자금 동결 조치에 거칠게 항의하면서 6자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거부하고 나섰던 사례를 연상시키고 있다. 충견 졸개 들개와 같은 김여정의 거친 표현은 2005년 당시 6자회담 북한 대표가 한 미 일 과 중 러 대표단이 함께 자리 한 6자회담장에서 했던 거친 표현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면 북한은 왜 이렇게 거칠고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그는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었으며, 중국으로 망명하여 25년 동안 시아버지, 남편, 세 아들과 함께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다. 같은 시기에 3대가 일심동체로 국권회복에 헌신한 집안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위대함, 또는 특별함에 비추어 기록도 빈약하고 훗날 우리 정부가 그에게 내린 훈장은 너무나 초라했다. 모욕적이다. 희순은 1860년(철종 11년) 꼿꼿한 선비 윤익상의 장녀로 지금의 남산 밑 회현동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생모와 다정한 계모를 연이어 잃는 아픔을 겪는다. 열 여섯 살에 아버지의 친구인 유홍석의 아들 제원과 결혼했다. 시댁은 강원도 춘천을 대표하는 선비집안이었다. 한 스승의 문하에서 공부한 친구들이 사돈이 된거다. 스승은 위정척사(衛正斥邪) 그룹의 우두머리였던 화서 이항로였으며, 그 제자들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위쪽에서 일어났던 거의 모든 의병을 거병했다. 제천에서 일어난 의암 유인석과 춘천의 유홍석은 6촌간이다. 1895년. 왜놈들이 명성황후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이 을미사변에 이어서 단발령이 포고되었다. 전국에서 의병이 우후죽순으로 일어났다. 희순은 춘천지역에서 시아버지와 남편이 주축이 된 의병대를 뒤에서 도왔다. 세탁, 취사, 모금, 화약
발랄한 활약으로 언론동네 틈새 파고든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 놀랍다. 거칠 것 없이 제 하고 싶은 말 다 동영상에 눅여 인터넷 선반에 얹으면 신문 방송 부러울 것 없다. 황당한 ‘소리’도 하고, 일부는 돈도 잘 번단다. 언론사들도 아예 이런 세태 따라 한다. 고고학과 골동품의 세계에는 광적(狂的)인 마니아가 많다. 재미있는 분야이니 응당 크리에이터들도 많겠고, 그중엔 ‘고인돌유튜버’들 활동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고인돌 관련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지석묘가 일제 때 건너온 일본말이니 쓰지 말자.’는 얘기가 근자에 있었던가 보다. 왜색(倭色), 일본풍(風) 지우자는 갸륵한 뜻으로 이를 받아들인 동조자도 꽤 된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 근거 없는 낭설(浪說)이다. 일본에서도 고인돌을 지석묘라고 한다. 중국에서도 그렇다. 과문(寡聞)한 탓일지 모르나 일본말에서 支石墓라 하니, 우리는 순우리말인 ‘고인돌’을 써야 할 것이란 정도의 논리로 보인다. 일본서 젓가락으로 밥 먹으니 우리는 젓가락 쓰지 말자는 것인가? 10여 년 전 인터넷 공간에, ‘바다의 순우리말이 아라’라는 밑도 끝도 없는 말이 퍼져 한동안 유행했던 경우와도 흡사하다. 아라뱃길 아라온호(號) 아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 사람들은 MZ세대를 ‘Z세대’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연령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아래로 몇 살까지를 MZ세대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하한선의 평균 나이는 16.1세, 상한선의 평균 나이는 30.7세로 나왔다.” 《미디어 오늘》 올 9월 13일자 기사 ‘MZ세대라는 말은 어딘가 잘못됐다’는 기사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언론이 편의적으로 개념 없이 사용하고 있는 MZ세대라는 세대구분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Z세대는 M세대와 하나로 묶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교수들의 비판도 소개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사이의 유사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론이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남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세대론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진짜 원인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미디어 오늘》 박재령 기자는 11월 29일자에도 ‘10대 아이돌부터 40대 부모까지 MZ? 카오스에 빠진 MZ 활용법’이란 제목으로 아젠다를 이어갔다. 이…
갑자기 추워졌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고향에서는 김장이나 식량이나, 땔감은 마련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단단히 준비를 해야 추운 겨울을 이길 수 있다. 북쪽 고향에 추위는 매섭다. 김장독이 꽝꽝 얼고 밖에 나가면 코끗이 베어진다. 추워지고 있는데 남북의 정치상황은 그 보다 더 춥다. 일상인 듯 날아오르는 미사일과 현실성이 의심되는 통일정책을 듣는것에 이제는 지친다. 고향에 12월은 남쪽만큼이나 바쁘다. 12월에 어떻게 해서라도 계획을 끝내려고 몰아치기 전투를 하고, 가정에서는 식량이나 땔감도 마련해야 한다. 집안이나 집밖이나 마지막 12월을 넘기려 힘을 써야 할 때다. 날아오르는 미사일을 지켜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러니 눈이 오기전에 산에 내린 도토리나 밭에 널려있는 시래기를 한톨도 남기지 말고 집으로 가져와야만 기나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12월에는 각종 행사가 많다. 크리스마스이브는 몰라도 수령 생모인 김정숙을 기념하는 행사에 목청껏 노래를 불러야 한다. 12월 24일 행사 준비를 하려고 근무시간이 끝났어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노래연습을 했다. 진달래를 연상시키느라 흰 종이에 분홍물감을 들였다. 노래를 뽑는데 에너지를 쓰고는 1972년 12월
온유한 사람은 자아를 떠나 신과 하나가 된다. 천하에 물보다 약한 것은 없지만, 아무리 강한 것이라도 물을 이길 수는 없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긴다. 천하에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노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억지로 저항하는 자는 상황 쪽에서도 그에게 저항하고, 거기에 양보하는 자는 상황도 역시 그에게 양보한다. 만약 네가 처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거기에 저항하지 말고 물 흐르듯 거기에 맡기는 것이 좋다. 상황을 거스르는 자는 상황의 노예가 되지만, 거기에 순응하는 자는 그 주인이 되기 때문이다. (탈무드) 현자는 선을 행하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하며,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결코 서운해 하지 않는다. 사디가 말했다. “나는 파르티아 지방에서 호랑이를 타고 가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사디여, 놀라지 말라. 다만 너의 머리를 신의 멍에에서 빼지 않도록 하여라. 그러면 그 어떤 것도 멍에에서 너의 머리를 빼지 못할 것이다.’라고” 인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고자 할 때는 매우 강하지만,
지속 가능한 여행, 현재 화두에 오른 여행의 방식엔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새로운 세금의 징수 앞에선 눈을 치켜뜬다. 섬은 들어가면 그만이고 환경은 지켜주면 되며, 관광은 당연히 하는 것인데 왜 세금을 걷어야 할까? 제주도가 도입을 추진 중인 환경보전기여금은 관광객이 제주를 여행하는 동안 발생하는 쓰레기와 하수, 대기오염, 교통 혼잡 처리비용을 관광객 스스로 부담하는 제도다. 이 금액은 제주의 환경, 생태계 보전 및 환경교육, 홍보 사업 등에 사용된다. 환경을 위한 세금이라니,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실제로 전 세계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각양각색의 세금이 자연스럽게 걷히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1박 체류마다 내는 숙박세부터 당일치기를 포함해 방문마다 내는 관광세가 있고, 아시아 역시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 관광세가 존재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골프장이용세, 입탕세, 문화관광시설세, 요트·보트세 등에 이어 2019년부터 모든 일본 방문객이 출국할 때 내야 하는 출국세를 부과한다. 태국은 2022년부터 약 1만 원을 관광세로 부과하며, 부탄은 기존의 관광세를 3배로 인상했다. 하수 및 쓰레기 처리 등이 어려운 섬의 경우는 더하다. 환상적인 바다빛으로 유명
며칠 전, 어느 노(老)교수가 강의 도중에 “이태원 사고는 거기 놀러간 젊은이들 본인의 책임”이라고 했단다. 한 청년이 강의 관리를 하는 필자에게 물었다. “그 교수님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희생자 중엔 교육생들의 친구, 가족도 있을 수 있는데… 옆에 있는 교육생들 모두가 수근 대며 분노했다.”며 울먹였다. 필자는 “강단에 선 모든 사람의 말이 맞는 건 아닙니다. 상식의 관점이 다른 사람일 수 있어요.”라고 대답해줬다. 잠깐의 시간에서 ‘진짜 민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일부 언론이 정치검찰권력 카르텔을 옹호하고 대변하고 있을지라도, 바른 생각을 지닌 ‘청년들’이 있었다. 깊은 상념에 잠겼다. 지식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조하건대, 분노하고 망각하고 다시 분노하는 재난의 쳇바퀴에 국민의 미래를 맡겨선 안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짧은 문장. 필자는 이를, 또 다른 이름의 ‘방관’이라고 본다. 무엇하나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국정 책임자들의 진지한 반성과 사과도 없었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때도 똑같았다. 재난을 당하는 건 개인 몫이고, 재난은 개인이 알아서 피해야 하고, 결
그저께 저녁 나는 부산신항만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운행할 예정으로 출근했다. 예정대로라면 30량 전후의 수출용 컨테이너화물을 거대한 부두로 몰고가서 한 켠에 있는 철도전용선(철송장)까지 밀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새벽 3시에 일어나 다시 기관차로 철송장으로 들어가 이번에는 수입컨테이너를 수십량 물고 전국 각 지역으로 운행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저께 근무를 할 수 없었다. 화물연대파업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던 물류의 한 축이 빠지자 철도운행까지 영향을 끼쳐 일부 열차의 운행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올 12월말로 퇴직예정인 철도기관사다. 12월 근무일정표를 보니 12일만 근무하게끔 되어있다. 그야말로 말년이니 한 번의 근무마다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데, 12월2일부터 철도파업이 예정되어 있다. 파업이 얼마동안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나는 과연 퇴직 전 마지막 열차에 오를 수 있을까? 파업만 들어가면 앵무새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윤석열정권이기에 어쩌면 그 열차는 벌써 떠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떠나버렸을지도 모를 마지막 열차가 어디 나 뿐일까? 윤석열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해괴한 괴물을 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