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 수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할 것이라고. 그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되면서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40년 가까이 뉴스 읽고 보는 일을 업으로 살아왔음에도 대장동 의혹은 진실을 가늠하기 어렵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8월 31일, 경기경제신문이 보도한 이후 15개월이 흘렀다. 성남시장 재직때 이재명 후보의 연관성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윤 대통령 부친 연희동 단독주택을 대장동 드라마의 감독격인 김만배의 누나가 매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여기에 곽상도·박영수·권순일·김수남·최재경 등 ‘50억 클럽’의 명단이 폭로 되어 사건은 더 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을 수사한지 1년이 넘었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리된 것이 없다. 성역 없는 검찰과 책임 있는 언론이 있었다면 이럴까 반문해본다. 검찰은 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꿰맞추는 모양새다. 그래서 없는 것을 짜내고, 있는 것도 덮어둔다는 비판을 받는다. 탐사보도가 거의 불가능한 언론현실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팩트 조각들을 닭에게 모이 주듯 적절하게 활용한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조차 가물가물 한 일이다. 나는 그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고 지금처럼 글쟁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서울의 작은 시민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나간 일이지만 그때처럼 열정적으로 일을 한 적이 없었다. 그 때는 젊기도 했거니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신념이 있었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자발적인 후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러다보니 낮은 임금과 처우는 당연한 노동의 조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반복되는 클라이언트의 민원은 천천히 지쳐가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했다. 시민단체의 활동 목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불합리한 현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는 점일 것이다. 나 역시 이를 충분 이해하고 있었기에 제도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못 다한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선술했듯이, 대부분의 시민단체는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재정 또한 매우 빈약하기 때문에 나 역시 모아둔 돈이 없었다. 그렇다! 난 등록금이 없었다. 공부는 하고 싶지만 등록금이 없는 현실은 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고 방 안에 들어 앉아 고민만 깊어가고 있었다. 며칠 후, 나는…
오늘날 전쟁이 무익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전쟁이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그 해결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여러 가지 행위를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연구해보면, 결국 다음과 같은 슬픈 생각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지상에서 악의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으며, 군대의 존재가 그 악을 얼마나 조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군대제도라는 것은 원래부터 필요 없는 것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의 어리석음 탓이며, 또 그들이 몇 사람밖에 되지 않는 교활하고 부패타락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착취하는 대로 내버려 두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움과 슬픔을 금할 수가 없다. (패트릭스 라로크) 이 지구상의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참으로 어리석고 생각이 얕고 둔감하여, 언론은 매일같이 가상적국에 대항해 군사동맹을 맺으려는 각국 수뇌들의 외교활동과 전쟁준비 기사로 장식되어 있고, 한편으로 국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자기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듯, 마치…
벨에포크(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대’라는 프랑스 말이다. 문학, 음악, 미술 등이 활짝 핀 19세기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 문화융성기를 주도한 건 단연 문학이었다. 쥘 베른,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보들레르, 모파쌍, 조르주 상드, 발자크, 플로베르, 스탕달. 이 뛰어난 작가들은 화가들, 작곡가들과 함께 모든 예술을 인류사상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중 스탕달(Stendhal)은 프랑스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쓴 ‘적과 흑’은 바깔로레아(대학입학자격시험)에 자주 등장한다. 이 소설은 사회의 모든 계층을 넘나드는 활기찬 개인주의자 줄리앙 쏘렐(Julien Sorel)을 통해 역사적 과도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전의 스탕달은 무명에 본명은 앙리 베일(Henri Beyle)이었다. 그렇담 스탕달이란 이름은 어디서 연유한 걸까. 스탕달은 베일로 살던 1807년과 1808년 프랑스 동부 라인강 하구의 빌헬민 그리에쉐임에 살았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 독일의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예술비평가인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고향인 삭사날(Saxe-Anhalt: 독일어 발음은 작센 안할트)이 있었다. 빙켈만을 존경했던 베일은 이 마을의…
미얀마 사태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으로 한계를 드러내었던 아세안이 최근 아세안 플러스 3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캄보디아 프놈펜), G20(인도네시아 발리), APEC(태국 방콕) 등 열흘 동안에 걸친 연속 국제회의의 개최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본 회의보다는 그 전후에 벌어지는 각국 정상들의 개별 회담에 시선이 더 집중되었고, 미중 정상회담은 그 중 백미를 장식하였다. 미중 양국은 그간의 팽팽하였던 대립과 갈등을 지양하고 경쟁(또는 협력) 관계로 나아갈 것임을 표명하였다. 또 3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도 개최되었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우리에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중국과의 신냉전은 필요하지 않다."라고 확언함으로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짙어지던 신냉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였다. 앞으로 세계질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향후 세계 질서를 이끌어 갈 패러다임은 경쟁 지경학으로 수렴할 것이다. 과거 신자유주의가 주도한 세계화 시대에서는 안보와 경제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세계 각국은 절대적 경제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두었고, 국가 간 상호 의존을 경제적…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3차백신접종 그리고 오미크론 대유행 후부터 지금까지 한의원에서 만나는 분들의 패턴이 흥미롭다. 대부분 “백신 다 맞았는데 코로나 19도 걸려 고생했어요.”라고 말한다. 나의 대답이 이어진다. “감염되지요. 코로나 19는 RNA바이러스죠. 특징이 변이가 계속 일어나요. 변한다는 겁니다. 백신은 변이 된 후에 만드니 백신을 만드는 속도는 바이러스가 변이 하는 걸 뒤따라 갈 수밖에요. 그래서 백신접종이 감염을 예방할 수 없지요. 그러면 ”저는 모르죠. 전문가가 아니니 어찌 알겠습니까.”라는 대답부터 “어떡해요. 직장에서 안 맞으면 안 된다고 했거든요.”라는 체념조나 혹은 “국가의 감염병에 대한 관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등 다양한 대답이 따라온다. 신기한 게 그다음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안 맞았으면 더 심하게 앓았을까요? 하지만 다음부터는 안 맞으려고요.” 이런 풍경 속 최근에 어찌어찌 소개로 한약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내원한 한 86세 할머님은 작년 2차백신 접종 후부터 크게 앓고는 입맛을 잃고 전신이 저리고 안 아픈 데가 없다는 표현이다. “앓기 전에는 정말 스무 살은 젊어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탈리아 칸초네 3곡을 꼽으라면 산타 루치아, 돌아오라 소렌토로, 오 솔레미오가 아닐까 싶다. 가사를 몰라도 격정과 애수 가득한 멜로디가 심장으로 직진한다. '노래'라는 뜻의 칸초네는 이탈리아의 민요, 대중가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세상의 모든 가요가 그렇듯이 사랑과 이별, 우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하고 있어 가사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번역해 가사를 들려주면 멜로디처럼 이국적이고 시적인 노랫말을 기대했던 이들은 살짝 실망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노래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타 루치아의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처럼 흥미진진하다. 4세기 초, 로마제국 시절, 시칠리아에 살던 처녀 루치아는 출혈이 멈추지 않아 죽어가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성녀 아가다의 무덤을 찾아가 눈물로 기도한다. 기적적으로 어머니가 살아나자 루치아는 남은 삶을 예수님께 바치기로 하고 재산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다. 문제는 루치아에게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는 것. 약혼자는 파혼보다 곧 제 손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한 루치아의 재산이 날아가는 것에 분개한다. 그래서 집정관에게 그녀가 기독교도(당시 불법이었던)라는 것을 고발한다
안 그런 것 같지만 축구 영화는 사실, 그리 많지가 않다. 야구나 풋볼, 특히 복싱을 다룬 영화들은 많아도 축구는 그렇지가 않다. 물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이고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예컨대 야구 같은 경우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았던 1984년 영화 ‘내추럴’ 같은 것이 있고 케빈 코스트너의 1999년 영화 ‘사랑을 위하여’ 같은 작품은 잊을 수 없는 야구영화…라기보다는 러브 스토리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배리 래빈슨이나 샘 레이미 등등 명장 감독들이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물론 ‘사랑을 위하여’ 같은 경우도 케빈 코스트너의 앞 머리가 아직 남아 있을 때이고(웃자고 하는 소리이며 대머리 남성 분들 기죽지 마시라. 끝까지 사랑하고 연애하며 사실 수 있다.) 켈리 프레스턴이 유방암으로 죽기 훨씬 전의 일이다. 스포츠 영화는 스포츠가 앞으로 너무 나오면 안된다. 그러려면 그냥 TV 중계가 낫다. ‘내추럴’이든 ‘사랑을 위하여’ 든 영화 속에 음모와 범죄가 나오기도 하고 팜므파탈(요부)이 등장하기도 한다. 풋볼 영화인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애니 기븐 선데이’ 같은 풋볼 영화는 광활한 경기장을 하나의 국가 영토처
생명은 죽음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모습을 바꿀 뿐이다. 하루의 고뇌는 그날 하루로 족하다. 자신의 삶을 의혹과 공포 속에서 낭비하지 말라. 현재의 의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몇 시간 또는 몇 세기를 위한 최선의 준비임을 믿고, 열심히 자신의 일에 종사하라. 지금의 우리에게는 미래는 언제나 환상처럼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삶의 길이가 아니라 깊이이다. 문제는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고귀한 영혼의 행위처럼 영혼으로 하여금 시간을 초월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삶을 살고 있을 때 시간 같은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예수는 영원한 생명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가 끼친 영향은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초월하게 하여, 그들 자신을 영원한 존재로 느끼게 했다. (에머슨) 인간이 살고 있는 집은 부서지고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혼이 자신을 위해 깨끗한 사상과 선한 행위로 지은 집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며, 그런 집에 사는 자를 해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류시 말로리) 내세를 믿을 수는 없지만, 현재의 삶이 불멸이라는 것은 믿어도 좋을 뿐만 아니라, 똑똑히 확인할 수도 있다. 불멸에
제헌의회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이승만은 국부로 추앙받았다. 봉건시대 왕 같은 대통령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왕조가 해체됐지만 근대화 이행이 더디어 봉건가치가 사회 면면에 남아있었기에 국민이 대통령을 인식하는 시각은 숭상이었다. 5.16을 통해 집권한 박정희도 비슷했다. 모내기하고 논두렁에서 막걸리 같이 마시는 사진 한 장에 국민들이 칭송했다. 박정희는 시대정신을 잘 읽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농축되어 있듯이 그시대 국민이 바란 방향을 잘 포착하여 경제개발5개년계획 등으로 발전의 토대를 닦았다. 경제발전은 큰 치적이다. 권력욕으로 72년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유신헌법을 발표하며 정치가 사라졌다. 해방 이후 79년까지는 정치보다 통치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대권을 노릴 수 없는 이시절 국회의원 선거만이 정치영역이었다. 국민의식과 사회제도가 근대화 이행과정이었기에 이 시대의 정치는 봉건적이다. 야당이 유신시대 권위주의 통치하에서 명맥을 이어나가려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고 지역 연고가 있는 YS, DJ가 국회의원 공천권을 무기로 강력한 보스정치를 꾸려나갔다. 70-90년대 야당의 보스정치는 지역 맹주 정치였다. 당시 DJ, YS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