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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색] 롱쉔 호

 

이른 새벽에 깨어나 브릿지(조타실)로 올라갔다. 해안가가 코앞에 있는 듯 가깝게 보였다. 서해5도 근처를 지나는가 보다 생각하면서 브릿지로 들어서자, 무전기에서 호출신호가 나오고 있었다.

“좌표 ××××,××××지점을 통과하는 선박은 응답하라!” 계속되는 호출 신호에 항로 지도의 좌표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무전기 음성이 호출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우리 배였다. 선장에게 무전기 음성이 우리 배를 호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장은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무전기에 답변하는데, 저쪽에서는 계속해서 우리말로 호출을 했다.

 

내가 승선한 배는 2007년 대북 식량지원의 1항차 분을 인도하기 위해 쌀 3천 톤을 싣고 전날인 6월30일 군산을 떠나 남포항을 향해 가고 있는 베트남 국적의 선박 ’롱쉔 호‘였다. 우리 배를 호출하고 있는 목소리는 억양으로 보아 분명 북한군이었다. ’무슨 일이지?‘ 걱정을 하면서 베트남 선장을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 싶어 내가 무전기를 들었다.

 

“우리 배는 베트남 선적 롱쉔 호로, 북측에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남포로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병이 장교에게 무전기를 넘긴 듯 다른 목소리가 들려 왔다. 승선인원을 묻고, 특히 남측에서는 누가 탓는지 물었다. “나는 통일부 인도단장이고 한국 인도요원 4명과 베트남 선장, 선원 18명이 승선하고 있습니다.” 무전기에서 ‘대기하라’고 말하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선장과 함께 해도를 보았다. 현재 위치는 장산곳 앞바다.지나온 항로를 볼 때 NLL을 통과해서 북한 영해를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북한 영해를 항해해서는 안 된다’는 나의 말에 선장은 급히 항로를 공해 쪽으로 바꾸었다. 다음 날 남포항에 도착하여 북측 인수단원들과 즐겁게 환영만찬을 가졌다. 만찬 후 인수단장 G선생이 긴히 할 말이 있단다. 얘기인즉, 우리 배가 연안 12마일 밖 운항 규정을 위반하여 북한 연안선 4마일 거리에서 운항했기 때문에 당국에서 벌금 1만달러를 선장에게 부과하겠단다. 초주검이 된 롱쉔호 선장. 측은지심도 발동하고, 서울 상황실과의 번거롭고 힘든 연락 방법 등 상황을 감안, 내가 직접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북한에 식량지원을 위해 운항한 베트남 국적, 용선 배다. 당신들 친구인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 나라다. 선장이 용서를 빈다. 남북이 다 같은 Korea라고 생각해 단거리 운항코스를 택했단다. 이 일이 남측 언론에 보도되면 식량지원 사업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 처음이니 넘어가고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잘 조치하겠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엔 넘어가기로!!

 

남포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 안, 어둠을 가르는 롱쉔 호의 브릿지에서 선장이 직접 타 준 베트남 커피를 받아 마시면서 검푸른 바다에 눈을 둔 체 상념에 졌었다.

 

‘쌀은 전달하는 배는 NLL도 무사통과하는구나.’

 

요즈음의 힘든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 지난 호시절의 경험을 되살펴 보았으면 좋으련만....

 

(필자의 졸저, ‘그래도 우린 다신 만나야 한다’ 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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