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학자 혜강(惠岡) 선생이 지은 글 가운데 ‘모든 냄새 가운데 맑은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있다. 물고기가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물을 맑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상류에서 비린내 나는 생고기를 씻으면(自上流洗鮮肉) 하류에서는 비린내 나는 물을 마시면서(則魚飮腥羶之水) 비린내 나는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聞腥羶之臭). 또 상류에서 썩어 흐물흐물한 나물을 씻게 되면(在上流糜 亂蓼葉) 하류의 고기들은 더러운 물을 마시게 되며(則魚飮穢惡之水) 악취를 맡을 수박에 없는 게 물고기의 운명이기도 하다. 사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사람 중에도 비린내가 나고 썩은 냄새가 진동해 코를 막아야 하는 이들이 상류층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조직은 상하고 비린내 나는 냄새로 가득 차게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썩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니 물고기와 다를 게 없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 지도층이란 이들이 모범을 보이는데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에 사회의 부패는 급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니 우리가 바
그야말로 예산 전쟁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치르는 전쟁이라지만 올해 재정위기라 할 만큼 호된 악몽을 경험한 경기도의 입장에서 내년 예산은 더욱 더 어려워 보인다. 법적, 필수적 경비를 우선 반영하라는 안전행정부의 지침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 법으로 명시하여 필수적으로 우선 반영해야하는 시·군 재정보전금이나 경기도교육청 법정전출금도 편성과정에서 일부 반영시키지 못했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 산하기관에 대한 출연금도 대폭 구조조정의 도마에 올랐다. 방만한 경영을 하는 산하기관에 대한 예산의 제재는 당연하다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의 자금줄인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금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구경조차하기 힘들게 생겼다. 고금리 사금융의 피해로부터 저신용자를 구원해줄 마지막 희망인 햇살론은 경기도가 출연한 만큼 중앙정부도 그에 맞게 매칭을 해주는데, 이 자금마저 경기도는 편성을 주저하고 있다. 어쩌다 경기도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도 집행부를 향해 어려워진 예산 사정에 대해 그 이유를 물어보면 매번 똑같은 답변만 돌아온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과 늘어나는 복지비 때문이라고. 그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독일의 경제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시작된 2009년 -5.1%의 GDP성장을 기록했던 독일경제가 이듬해 5.4%의 성장을 기록했고 2011년에는 3%의 성장을 이루었다. 금년에는 1%대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유로존의 위기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라 할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은 막대한 통일비용과 노동시장의 경직성, 대기업의 해외이전 등으로 한때 13%를 넘는 실업률을 기록한 바 있다. 위기에 처한 독일은 2002년부터 하르츠(Hartz) 개혁을 실시했다. 폭스바겐자동차의 하르츠 회장은 경제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일에 나섰다. 복지혜택을 축소시키는 대신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갔다. 10년간 고통스럽게 보낸 독일은 2010년 100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고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동반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특히 16∼24세의 청년실업률 감소가 주목할 만하다. 2008년 7월부터 금년 6월까지 유럽의 청년실업률은 그리스·스페인의 경우 20%에서 5
막걸리에 소주를 조심스레 따르면 위로 맑게 떠오른다. 18세기 선비들은 이를 혼돈주(混沌酒) 혹은 자중홍(自中紅)이라 부르며 즐겼다고 한다. 혼돈주는 당시 대표적인 문인 석치(石癡) 정철조(鄭喆祚·1730~1781)가 소주 한병이 생기면 막걸리를 받아 섞어 마셨다는 기록에서 유래된다. 석치는 청나라에서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 사대부들이 가졌던 사고의 혼란을 섞은 술에 비유했는데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폭탄주인 셈이다. 폭탄주는 1900년대 초반 미국 부두, 벌목장, 광산의 종사자들이 고된 노역의 고통을 잊으려고 맥주에 독한 양주를 섞어 마신 술 이름이다. 보일러메이커(boiler maker)라고도 불리는 이 술은 ‘마시면 온몸을 취기로 끓게 하는 술’이란 뜻으로 많은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몬태나를 배경으로 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폭탄주가 나온다. 웬만한 술꾼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브래드 피트가 형 크레이그 셰퍼를 데리고 마을 술집에 갔다가 실연한 형이 ‘위스키믹스’를 시키자 바텐더가 맥주가 가득한 잔에 위스키 잔을 빠뜨려 건네는 장면에서다. 노르웨이
양평군이 농림식품수산부가 공모한 사업에 선정돼 양잠산업종합단지를 오는 2015년까지 조성한다. 기능성 양잠산업종합단지는 박근혜 정부의 기능성 경제사업의 일환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양잠산업을 건강기능식품 생산으로 확대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양평군은 도내 386개 양잠농가 중 238개(61.6%)가 몰려 있을 정도로 ‘양잠의 메카’로 불린다. 그래서 이번 사업에는 양평군 양잠농가의 80%가 회원으로 가입된 ‘양평오디영농조합법인’이 기능성 양잠산업종합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1960~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양잠산업은 우리나라 농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섬유산업의 발달로 인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잠사학과의 인기도 치솟아 당시 법과대학보다도 입학점수가 높았다고 한다. 그러던 양잠산업은 197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값싼 중국산 생사에 밀려 쇠퇴하기 시작했다. 고소득 농업의 한 분야에서 후퇴해 1980년대 내내 고전하면서 사양산업 소리를 들어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양잠업이 기능성 건강제품의 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게
유치원 추첨 시즌이다. 얼마 전 정부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올랐다. 대충 내용을 요약하면 3년째 주말부부가 수도권으로 이사하려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문제였다는 것이다. 맞벌이가 아니어서 국·공립, 시립 어린이집은 꿈도 못 꾸며, 그나마 사립 어린이집도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형편이라 섣불리 이사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지금 다니는 사립 어린이집은 아는 사람이 있어 들어갔고, 큰아이 유치원은 6:1 경쟁률을 뚫고 추첨으로 들어간 곳이니 이사로 인해 포기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래서 해외발령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이 다 같이 모여서 어린이집도 다니고 유치원도 다닐 수 있는 길은 가족 동반 해외 근무를 자청하는 길밖에 없더라고 한탄했다. 이 주부는 ‘지역별로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 유치원이 많이 생기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보건복지부 답변은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5.2%에 불과하나 전체 어린이집의 정원 충족률이 86%이므로 앞으로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어린
중도입국청소년은 2000년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국제결혼 재혼가정의 증가로 나타난 청소년 집단이다. 결혼이주 여성이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하여 본국의 자녀를 데려온 경우와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중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성장하다 청소년기에 재입국한 아이들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자녀와 구별하기 위해 ‘중도입국청소년’이라 부르게 됐다. 2012년 1월 현재 법무부 자료에 의하면 19세 이하 귀화를 신청한 대상은 총 5천828명으로 경기도에 33%, 서울에 37%로 집중돼 거주하고 있다. 연령대는 13세 이하가 48%, 14세 이상이 52%에 해당한다. 이는 2010년에 비해 약 68%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체류신분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고,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을 기회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으며, 가정불화와 경제적 빈곤을 경함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와 현황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도 없는 실정이다. 인권사각지대의 중도입국청소년 중도입국청소년은 대부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24세 이하의 연령에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조선족, 한족) 어머니로…
정의롭지 않은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불로소득일 수도 있으나 나쁜 방법으로 남의 것을 가로채는 것일 수도 있다. 非義而食(비의이식)이면 則近盜賊(즉근도적)이라는 말이 바로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먹을 것을 얻는다면 그것은 도적에 가깝다고 조선후기 金昌協(김창협) 선생은 야단치고 있다. ‘한 끼니를 먹더라도 반드시 경계를 하면(每飯必戒) 얼굴이 부끄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無有愧色). 정당한 방법을 통하지 않고 물질을 얻어먹고 살려 하지 말라는 훈시다. 우리 주위에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남의 것을 빼앗거나 기대어 자기 배를 불리는 이들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지혜 있는 사람은 어떤 일이 드러나기 전에 살피고 또 살피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런 일이 없다고 말하거나 태연하여 걱정하는 일이 없다(智者見於未形 愚者謂之無事 泰然不以爲憂). 요즘 세상은 자기 것이 아닌데도 남의 것에 눈 돌려 탐내려 하거나 한방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지 못 한다. 그것은 허영으로 이어지게 되고 급기야 심각하게도 가족상실의 시대를 보는 양 불안한 사건들이 엄청나게 일어나고 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는 성현들의 하나같은 말씀이 더욱
나의 아침은 까치가 연다.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울음에 눈을 떠 밖을 내다보면 미루나무 높다란 가지에 둥지를 튼 까치가 새벽을 물어 나르는지 연실 재잘거린다. 태풍만큼 강한 바람이 불던 날 까치둥지가 걱정되어 밖을 기웃거려본다. 나무는 바람의 방향으로 휘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지만 둥지는 끄떡없이 바람을 견뎌내는 것을 보면서 까치의 건축술에 또 한 번 놀랐다. 겉보기엔 엉성하기 짝이 없는 둥지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바람을 막아내고 하루를 노래한다. 가끔은 내 창가에 와서 안을 기웃거리며 나의 동정을 살피기도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친구가 된 듯 정겹다. 도심에서는 흔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어 참 좋다. 달빛 환한 날 안방까지 스미는 빛에 잠을 청하고 가끔씩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혹여 꿈에서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우연에 기대어 보기도 하는 날이 잦아지는 걸 보면 아마도 세월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층, 초고층으로 높아지는 빌딩 숲에서 빨리 빨리, 다급함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요즘이다. 이웃에 누가 사는 줄도 모르고 승강기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먼저 인사를 하기도
월요일 아침, 10년 전 척박하고 메마른 이 땅에 씨를 뿌려서 오늘의 튼튼한 나무로 키워내고 내일의 숲을 가꾸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헌사를 바치려고 합니다. 얼마 전 저는 구희현 선생님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도운동본부 10주년 기념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시절에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 씨앗을 뿌린 선각자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발족선언문은 지금 읽어봐도 여전히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학교급식은 단순히 학부모의 도시락 싸기 전쟁과 학생의 무거운 가방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차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농산물 사용으로 질 높은 식사를 통한 학생들의 건강증진과 올바른 식습관 형성, 무상급식을 통한 빈부격차에 의한 위화감 방지 및 최소한의 학생인권보호,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주체로 참여하는 급식과정 전체의 투명한 처리를 통한 민주화 교육과정 등이 학교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학교급식운동의 목표가 된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민에게 희망을, 차별급식으로 동심에 밥 얻어먹는 아이라는 낙인을 찍지 않고 밥상머리 교육을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