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운동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0년이다. 그리고 다음해 10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서 자연스러운 물 흐름을 따라 원시어법을 사용해 잡은 우리나라 남해 다도해 죽방멸치가 ‘슬로푸드상’을 받으면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슬로푸드(Slow Food)는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Fast Food)의 반대다. 죽방멸치처럼 자기 고장에서 옛 방식대로 천천히 만들어먹는 모든 먹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자연의 속도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을 일컫는다. 건강과 생활을 중시하는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이런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 깨끗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음식, 제값을 주고받는 공정한 음식을 만들어 섭취하자는 운동이다. 최근엔 단순히 천천히 조리된 음식을, 천천히 먹는 행위만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보존, 재발견하고, 널리 알리며 더 나아가 환경도 보호하는 세계적인 운동으로 진화했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로마의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에 맥도날드 1호점이 생긴 것에 충격을 받은 요리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페트리니와…
주민들의 반발로 큰 물의를 빚었던 성남보호관찰소 이전문제가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반갑다. 법무부가 지난주 성남시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우선 서현동 이전 청사의 업무는 중단됐다. 시는 민관합동대책기구를 구성해 투명하게 논의함으로써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10월 말까지 임시사무소가 마련되어야 하고, 연말까지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고, 그동안 옮겨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일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입지 결정을 낙관하기엔 복병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성남시에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성남시의 판단이 현명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성남시는 이번 파문의 원인이 서현동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에 분명하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주민들의 농성이나 등교 거부 사태는 관점에 따라 님비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처음부터 이 문제가 다른 지역의 보호관찰소 배척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심리가 커져서 발생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구도심에서부터 여러 동네가 배척하면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축제는 752개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동·읍·면 단위에서 열리는 축제까지 합치면 무려 2천개를 넘는다고 한다. 가히 ‘축제 공화국’이라고 할만하다. ‘전국팔도의 축제는 그게 그거’라는 지적이 나온 지 한참 됐어도 여전히 지역이나 역사·문화적인 특징이 드러나지 않고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내실 있는 축제도 많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알짜 축제도 있다. 수원화성문화제도 초기엔 다른 지역 축제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민선시대가 시작되면서 지역축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한 민선시장들에 의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 가운데 하나로 뿌리를 내렸다. 특히 고 심재덕 씨는 그저 그랬던 관 위주의 행사를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변화시켰다. 그는 능행차 연시와 갈비축제(현 음식축제) 등을 화성문화제의 대표 상품으로 내놓았다. 그 뒤 김용서 시장과 현 염태영 시장을 거치면서 수원화성문화제는 더욱 축제다운 모습을 갖추어 갔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관광유망축제’로 선정됐으며 올해엔 한 단계 업그레이드…
이상한 일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최소 6개월은 야당이 여당을 봐주고 조그만 흠결은 그냥 넘기는 밀월기간이 박근혜정부에는 없었다. 이런 면에서 박근혜정부는 운이 안 좋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여야 간에는 상생적 조치가 없었고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다른 정부와 달리 야당에 밉보여서도 아니고 지금의 야당이 특별히 전투력이 강하고 시비걸기를 좋아해서도 아니다. 현재의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서는 지난 반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라진 밀월의 중심에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 직원의 댓글을 통한 선거개입이 있다. 그러한 의혹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꼬인 정국과 야야 대치국면은 없을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지만 박 대통령의 정통성 문제와 상관없다. 박 대통령이 밝혔듯이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 본인은 국정원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국정원이 골방에서 작업하는 인터넷 상의 댓글로 국민들이 영향을 받고 박근혜 후보에게 과연 몇 표나 더해줬을까도 의문이다. 문제는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작업이 폭로되고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장이 수사에 개입하면서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국정원이 축소수사를 압박하
미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세 개의 영역으로 나누는데 고세균, 세균 그리고 진핵생물 영역이다. 진핵생물에는 우리가 잘 아는 동물, 식물, 그리고 곰팡이와 같은 진균이 있다. 이러한 고세균, 세균 및 진균을 미생물이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버섯은 어디에 속할까. 일반적으로 버섯은 우산모양 등의 자실체를 육안으로 식별할 만큼 크게 형성하는 미생물 무리를 일컫는다. 즉, 버섯은 미생물이며 미생물 중에서도 곰팡이에 속한다. 식물은 물에 녹는 양분을 흡수하거나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한다. 그러나 미생물은 효소로 유기물을 분해해 양분을 흡수하는데 버섯은 미생물이기 때문에 식물과 달리 유기물을 분해 흡수하며 살아간다. 우리가 등산을 하거나 조금 한적한 시골거리를 걷다보면 죽은 나무 표면에 다양한 버섯이 자라 나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버섯이 뿌리와 같은 균사를 나무 안으로 내리고 효소로 나무를 분해해 나무속에 들어있는 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이러한 균사가 나무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나무에서 버섯을 따내도 새로운 버섯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버섯은 어떻게 재배될까. 바로 이런 미생물의 분해능력을 이용해서 재배한다. 버섯재배에 주로
고독사라는 말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살다가 주변 사람들 모르게 숨을 거둔 채 한참 후에야 발견되는 불쌍한 죽음을 일본에서는 무연사(無緣死)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무연사망이 한해에 2만7천여건이나 발생한다고 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전남 광주의 한 대학 명예교수가 혼자 숨져 있는 것이 뒤늦게 발견돼 충격을 줬다. 특히 이 사건은 사망자가 노숙자나 빈곤층 홀몸노인 등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가 아니라 교수라는 상위층 신분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고독사라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빈부를 떠나 혼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전기한 것처럼 일본에서 고독사가 많은 것은 세계 최고령 국가인데다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신세지기 싫어하는 국민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급속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약화된 사회, 사람 사이 연고가 사라지는 그야말로 ‘무연(無緣)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무연사망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100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이 왔다지만 왜 이리 허한지 모르겠다. 가을 들판이 누렇게 변해가도, 나무마다 주렁주렁 과일이 달려 있는 뉴스 화면도 그저 남의 일이려니 싶다. 곳곳에서 축제의 화려한 불꽃이 터지지만 흥이 나질 않고, 메일 박스에 공연 보러 오라는 연락이 넘쳐도 남의 일처럼 심드렁하다. 대형 공연장의 핵심 간부로 일하는 지인과 며칠 전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기획자들에게는 선망의 자리지만 정작 당사자는 신세 한탄이다. 꿈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회의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에서 성공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젊은 날 자신의 선택이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보탠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기는 하지만, 유행가 가사처럼 그야말로 ‘왔다가 그냥 가는’ 봉급 수준에 자녀들의 학자금이나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해가 갈수록 잦아진다고. 그렇지만 늘 예술가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이런 이야기는 내놓고 하지도 못한다. 상대적으로 그들의 경제적 상황은 소수의 소위 ‘대가’급 몇몇을 제외하면 훨씬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린 뒤의 현실은
최근 인구의 고령화, 식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나 고혈압 및 당뇨의 적정치료율과 조절률이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외래진료에서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치료와 투약 등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입원진료와 합병증 발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주요합병증 및 입원율 지표를 보게 되면 고혈압·당뇨로 인한 입원이 2005년 324건→2009년 472건, 당뇨로 인한 하지절단 2005년 5.2건→2009년 7.1건으로 증가했고, 고혈압·당뇨로 인한 진료비는 2002년 4천억원에서 2009년 3조1천억원으로 약 8배 증가했다. 이는 결국 환자의 진료비와 건보공단의 재정부담을 증가시키고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만성질환 관리 미흡으로 발생하는 국민건강 수준 하락과 국민의료비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보건당국과 건보공단에서는 2012년 4월1일부터 만성질환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의 도입 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첫째 고령화·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고혈압·당뇨병 등 만
무엇을 해야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같이 통하면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까? 가 여름방학특강 3주간의 시간표를 짜는 데 핵심이다. 시간을 짜는 일이란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특히 아이들 생각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한다. 아이들과 어떻게 생각을 공유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된다. 그래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고 나도 아이가 되는 일이다. 마을 주민센터 특강 시간표의 큰 타이틀을 문화유적지 탐방으로 세웠다. 문화유적지 탐방은 가장 보편적이어서 재미없지만 그 속에서 결실을 찾아내는 일은 아이들에게 성취감이란 재미를 주는 일이다. 탐방 장소는 지석묘와 관곡지, 그리고 시흥연꽃테마파크다. 전체 내용은 탐방을 다녀온 후 상상으로 쓰는 글쓰기다.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 중에서 주인공을 설정하여 동화를 쓰고, 동시를 쓰고, 상상이 담긴 기행문을 쓰고, 100년 후, 그곳 친구에게 편지 쓰는 일이다. 그리고 발표력 교실에서 발표연습을 하고, 연꽃을 도자기 위에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탐방 가는 날, 아이들은 질서정연하다. 지석묘에 갔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 가지고 간 현수막을 펴들고 비를 피했던 일이며, 관곡지의 유래를 듣고 그 연못에서 자라는 연꽃을
지방자치단체들이 유례없는 재정난에 아우성들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무상보육정책 시행으로 이미 상당한 재정 부담을 떠안은 지자체들은 급기야 정부의 대책 없는 ‘취득세율 인하 방침’에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취득세는 지방세 중 시·도 세수의 평균 40%를 상회하는 주요 세원인데 정부에서 뚜렷한 재정보전 방안도 없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내년도 세출 가운데 시·군 보조사업과 산하기관 재정지원을 올해보다 30% 이상 줄이는 등 5천억원 이상을 ‘구조조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김문수 도지사는 “빚을 내면서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며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공무원들의 급여, 업무추진비까지 줄이는 등 고통분담을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도는 올해 9천405억원의 세수 감소로 1998년 IMF 위기 이후 15년 만에 3천875억원을 감액한 추경 예산안을 편성했다. 도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부담시키는 복지예산의 증가가 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이며 취득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6%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