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보다 더 어렵다는 유치원 입학 경쟁이 내년에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 가족이 총동원돼 유명 유치원 앞에서 밤샘 줄서기를 하던 어이없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재작년까지 적용되던 이 같은 선착순 입학이 지난해부터는 추첨제로 바뀌면서 이런 모습은 사라졌다. 하지만 역시 온 가족이 나서서 이 유치원, 저 유치원 뛰어다니며 추첨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심지어 60대1이 넘는 경쟁을 보인 유치원까지 나왔다. 이런 소동이 올 겨울에도 또 벌어질 수밖에 없다니 한숨부터 나온다. 인구 통계상 내년 도내 유치원 입학대상인 만 2~4세 어린이는 37만8천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도내 유치원은 공·사립을 통틀어 2천84개이고 아동 정원은 18만2천900명에 불과하다. 얼마나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유치원에 보낼 것인지는 11월쯤 돼야 파악 가능하다지만, 지난해 못지않은 ‘입학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마다 유치원생 수가 10%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인데다 내년에는 누리과정 확대로 유아교육 수요가 더욱 확대될 게 뻔하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유치원 학급당 원생수가 축소된다. 도교육청은 내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사립유치원의 학급당 원생수를 공립 수준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래저
범죄는 날이 갈수록 흉악해지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경찰력만으로 살인, 강·절도,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하며 새로운 대응 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범죄 예방활동에 소극적이다.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범죄 예방활동이야말로 부족한 경찰력으로 인한 치안부재로 불안에 떠는 국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서울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건 발생 후 범인 검거보다는 범죄 사전 예방활동에 초점을 맞춘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 주목한다. 셉테드란 도시환경을 범죄 방어적인 디자인으로 설계, 범죄발생 기회를 줄여 범죄를 예방하는 종합적인 범죄예방 전략이다. 이를 먼저 실시한 나라는 미국(1960년)이며 지금은 영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울시에서 2009년부터 마포구 염리동 지역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시작한 경기도 범죄예방환경설계 디자인 가이드라인 개발을 최근 완료하고, 도내 구도심 정비 시범사업 등에 이를 적
지난 17일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4개월간 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기초연금 도입방향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합의문을 두고 크게 상반되는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한다. 잘못된 공약은 수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입장과 대통령 선거공약을 파기하기 위한 합의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전자는 제도의 최우선 조건으로 재정적인 요소에 주목했다면, 후자는 심각한 한국의 노인빈곤문제에 대한 긴급한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하나의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입장의 대립은 복잡한 현대 사회의 특징을 생각한다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공약’의 잘잘못을 누가 판단하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공약이행사항으로 밀어붙여 결국 재임기간 내내 수행했다. 당시에 시민사회는 이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내세워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공약이기 때문에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국가재정적인 측면에서도 2012년 말까지 22조원이 투입되었지만, SOC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는 매우 미미할 뿐만 아니라, 각종 비
자신과 관계된 일이 아니면 타인이 무엇을 하던 관심 없기론 중국인이 으뜸이다. 차에 치이거나 집단구타를 당해 누군가 죽어가고 있어도 주위를 삥 둘러싸고 구경만 할 뿐 모르는 척 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이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어도 병원으로 데려가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도 바로 옆 배에 있는 어부는 얼굴을 돌리기 일쑤다. 이처럼 눈앞에서 죽음을 보아도 자신과는 관계없다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하는 중국인들의 국민성을 많은 외국인들이 비난을 한다. 샤오관센스(少管閑事), 즉 “쓸데없이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 또는 부리타(不理他)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말라” 등 어릴 때부터 가르친 교육과 오랜 역사 속에서 수없이 핍박에 휩싸였던 사회적 배경이 투영된 결과이긴 하지만 그들의 지독한 무관심 문화는 우리로선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중국 정부는 2년 전 견사불구(見死不救)법을 만들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즉, 죽음을 보고도 돕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죽어가는 사람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률학자들도 적극 동조했다. 하지만 바로 벽에 부딪쳤다. “도덕행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권리와 의무를
벌써 2주가 지났다. 그러니까 14일 새벽이 어슴푸레 밝았다. 밤새 뜸해진 비에 곤한 잠을 자고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처럼 한가하게 염색이나 할까 하고 약을 섞어놓고 그 사이에 마른 빨래도 개켜 넣고 염색약을 바르고 전날 번개 때문에 못 보낸 원고를 보내려 모처럼 여유를 부려보는데 갑작스런 천둥소리에 놀라 컴퓨터를 끄는 것과 거의 동시에 남편의 다급한 음성이 먼저 뛰어 들어온다. “가게 물차고 있어.”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재빠르게 머리 헹구고 타월 뒤집어 쓴 채 달려 나갔을 때 내 앞에 놓인 풍경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살던 우리 집이 아니었다. 찻길은 쏜살같이 달리는 황톳물로 넘치고, 가게 안은 온몸으로 출렁이며 나를 기다리는 흙탕물로 한강이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쓰레받기로 퍼내보지만 얇은 플라스틱은 휘청거리고 힘을 쓰지 못해 물은 점점 불어만 갔다. 결국 좀 더 탄탄하고 변이 넓은 사각쟁반으로 맹렬하게 물을 퍼내고 쓰레기로 막힌 집 주변의 배수로를 찾아다니며 계속 오물을 치워가며 뚫고 나니 하늘은 어느새 말짱한 얼굴로 구름을 몰고 떠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쁜 걸음을 늦추고 흘끔거리며 쳐다보기에 그냥 한심하고 불쌍
몇 년 전, 관계하는 단체의 10주년 기념 자료집을 만들 때다. 제목 아이디어를 내라기에 이렇게 제안했다. <10년 후를 기억하며, 10년 전을 상상하라>. 항의가 쏟아졌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거 아닌가요? 잘못 쓰신 거죠? 그 자리에서 긴 설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 저 발상은 독창적인 게 아니다. 20세기 영국 역사가 루이스 네이미어 경의 명제를 빌려온 것일 따름이다. 과거를 상상하고, 미래를 기억하라! 물론 네이미어는 멋 부리려고 상식을 뒤집은 게 아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에드워드 카의 친숙한 명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미 지나간 과거가 어떻게 현재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하려면 우선 현재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과거가 ‘상상’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왜 현재가 과거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가? 미래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역사의 대열 한복판에 있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는 가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우리의 행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오늘에 이르게 된 과거를 되짚어보는 일 단 한 가지뿐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
지방자치시대에 공무원 인사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지역에 근무해보면서 자기를 돌아 볼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과 협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주체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환경에 가보는 것이다. 이에 2010년에 당시 행정안전부는 지방공무원 인사교류 운영지침을 제정하였고, 이에 경기도는 4급 15명, 5급 42명, 6급 81명의 인사 교류 직위에 따른 인원을 정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인사교류는 경기도와 시·군이 1:1 교류가 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경기도가 시·군을 이해하고 시·군이 경기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교류가 일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청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면서 자리(팀장)를 줄 여유가 없으면, 시·군으로 갔다가 자리가 생기면 다시 올라오면서 그 자리에 다시 경기도청 공무원이 내려가는 방식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도청 공무원과 시·군 공무원의 ‘상호’ 인사 교류가 아니라, 도청 공무원이 시·군에 낙하산으로 갔다가 돌아오면 회전문 인사를 통해 다시 경기도청…
본보는 지난 10일자 사설을 통해 민주당을 비판한 바 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적극 앞장서야 할 제1야당이 오히려 이를 반대하려는 움직임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7월8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가 ‘찬반검토위원회 건의 정당공천제 폐지’에 우호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지역 토호가 기초의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엄청난 부패 야기 ▲새누리당의 덫에 걸린 것 ▲여성공천 의무할당제 위축 등을 이유로 많은 의원들이 반대의견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또 기초선거 무공천제가 물 건너갔구나’ 하고 실망했다. 실망을 넘어 분노도 느꼈다. 왜냐하면 기초선거 무공천은 양당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그 비판을 거둬들이려 한다.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에 대해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당론을 확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4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안을 전 당원투표에 부쳤다. 그 결과, 전체 투표대상자(권리당원) 14만7천128명 가운데 51.9%(7만6천370명)가 투표에 참가, 67.7%(5만1천729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우선 ‘기초선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난 3일 일부 업체가 “철수” 배수진을 침으로써 시작된 회담은 6차에 걸쳐 지루한 밀고 당기기를 계속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 사이 애초에 걱정했던 장마철 기계부품 손상이 심각하게 진행되었을 터이다. 장마 걱정을 빌미로 시작된 회담을 장마가 끝나도록 성과 없이 공전시킨 책임에서 남과 북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6차 회담 결렬 직후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철수 북측 수석대표는 “남측과의 개성공업지구 협력사업이 파탄 나게 된다면 개성공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 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대결심’이 공단폐쇄를 의미하는지, ‘군대주둔’이 확정된 사실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북 모두 개성공단 존폐를 벼랑 끝에 세우고 마지막 ‘치킨 게임’을 하겠다는 의도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이미 실무회담 합의 직후부터 본란을 통해 이번 회담이 공단을 다시 열기 위한 회담이
貴鵠賤鷄(귀곡천계)나 遠貴近賤(원귀근천)으로도 유사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나쁜 양심을 가지고 있고 비인간적 행동인가를 묘사한 말이기도 하다. 흔하지는 않지만 돈이 많이 생기거나 생활에 어떤 변화가 왔을 때 일어나기 쉬운 일이다. 재산이 불어나게 되면 쓸데없는 생각과 욕망이 발동하게 된다. 그래서 고전에서도 飽暖思淫慾(포난사음욕)이라 하여 배부르고 등 따스하면 음탕에 빠진다 하지 않았던가. 송나라 文豪(문호) 蘇東坡(소동파)의 누나는 당나라 때 명필 柳公權(유공권)의 후손 집안에 출가했다. 어느 날 조카들이 소동파에게 글을 써줄 것을 요청하자 한 폭을 써주었는데 글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의 집안에 그렇게 유명한 선조가 있는데 그런 분의 글이 있으면 그런 분의 글을 익히고 부지런히 따르면 그만이지 왜 또 나에게 글을 써달라고 하는가’라고 했다. 厭家鷄 愛野雉(염가계 애야치)인 것이다. 즉 ‘집안에서 기르는 닭은 싫어하고 들에 사는 꿩을 좋아한다’는 말로써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가벼이 여기고 타인의 물건을 부러워한다는 의미이다. 때로는 자신의 본처를 버리고 밖에서 만난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도 된다. 부유할 때는 망각하고 어려워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