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의 교육홀대가 수인한도를 넘었다. 이대로 뒀다가는 한국교육이 갈 길을 잃고 병증이 깊어지게 생겼다. 우선 교육부 장관의 장기 공석상태부터 해결해야 한다.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중요부처 장관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는 지금의 정권상황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래도 교육전문성이 없는 교육부 장관은 안 된다. 가까스로 한 달 재임했던 박순애 장관은 행정학 교수 출신이었다. 교육비전문가답게 매우 예민한 초등학교 입학연령 단축 안을 불쑥 내놨다가 교육계와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고 사실상 인책 사퇴했다. 박순애 장관과 짝을 이뤘던 첫 교육부차관도 교육비전문가 행정관료 출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무슨 심보로 비전문가 장차관에게 교육부를 맡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오만과 독선이 첫 장관경질사태를 초래하며 정권운영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비전문가의 교육부장차관 임명을 두고 교육부 해체를 염두에 둔 의도적 인사조치라는 정권엄호 해석도 없지 않았다. 유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감에게 넘기고 국가교육위에 국가공통 기본교육과정을 넘겼으니 한걸음 더 나아가서 고등교육을 독립위원회에 넘겨주는 방식으로 교육부를 사실상 해체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이다. 헛소리다
1. 현대인의 별명 가운데 ‘10만분의 1초 휴먼(nano second human)이란 게 있습니다. 사물과 사건에 대한 집중력이 그만큼 단속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이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legacy)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를 포함한 대중매체의 폭발적 증가와 정보 홍수가 일상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인들은 주위에 흘러넘치는 정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생각하거나 이해관계가 큰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것이 그 때문이지요. 이걸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선택적 주목(selective attention)이라 부릅니다. 선택적 주목이 가장 강한 대상이 광고입니다. 가격이 아주 낮거나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거나 또는 눈에 번쩍 띄는 아이디어가 없으면 주목 자체를 하지 않는 거지요. 광고 표현에서 충격성(impact)과 극단성(extremeness)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금기를 노골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주목을 이끌어내는 광고.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일부러 강한 흥미를 자극시키는 콘텐츠를 보통 쇼킹광고(shockin
1. 영화 《한산 : 용의 탄생》이 상영된 지 한 달 보름이 지났다. 영화 본 사람이 720만 명을 넘겼다. 관객 증가 속도가 완연 느려진 걸 보니 종영이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이 글은 매우 뒤늦은 영화 감상기가 되리라. 김한민 감독의 최고 흥행작은 2015년 상영된 《명량 : 회오리바다를 향하여》. 1760만 명이 관람한 역대 관객 동원 1위다. ‘한산’은 그 후속편이다. 두 작품 모두 전투 장면은 막상막하다. CG가 크게 어색하지 않다. 왜적을 모조리 바다에 쓸어넣는 클라이맥스에서는 바라보는 심장이 터질 듯 벅차다. 하지만 전투를 제외한 스토리는 오히려 덤덤하고 평면적이다. 전작보다는 덜하지만 ‘국뽕끼’가 여전하다. 항왜(降倭)로 출연한 김성규의 석연치 않은 투항 동기, 택연과 김향기의 러브스토리도 뭔가 핀이 안 맞는다. 하지만 그런 작은 한계를 덮을 장점이 더 많은 영화다. 《한산 : 용의 출현》을 관람한 나의 핵심 포인트는 3가지였다. 첫째는 이순신의 캐릭터 설정이다. 전작 《명량》에서 최민식의 연기는 무서울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땅과 하늘을 격동시키는 장엄한 용기가 빛났다. 그렇지만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은 다르다. 어딘지 서늘한 문관의…
진리를 인식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허위가 아니라 거짓 진리이다. 현실 생활에서의 환상은 어떤 한순간 현실을 왜곡시킬 뿐일지 모르지만, 관념의 세계 속의 미망은 몇천 년 동안 맹위를 떨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멍에를 지우고, 가장 고귀한 인간 정신의 발로를 압살하며, 속임수에 넘어간 노예들을 시켜 속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발에 쇠사슬을 채운다. 그 미망이야 말로 모든 시대의 성현들이 그것을 상대로 불리한 싸움을 해온 불구대천의 적이며, 그들이 그것과 싸워서 얻은 것만이 인류의 진정한 재산이 되었다. 진리는 아무리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탐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그 효용이 드러나기 때문이고, 모든 미망은 그 속에 해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의 승리는 그 과정은 힘겹고 고통스럽지만, 그 대신 한 번 자리를 차지하면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다. (쇼펜하우어) 적발된 허위는, 인류의 행복에 있어서 명백하게 표명된 진리와 마찬가지로 소중한 재산이다. 인간을 미망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그에게 무언가를 주는 일이지 결코 빼앗는 일이 아니다. 허위에서 해방되는 것은 진리를 인정하는 일이다. 진리로 여겨졌던 것이 허위임을
펫투어에 불이 붙었다. 인구의 고령화와 1인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이 늘어났고, 반려동물을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며 사람처럼 보살펴주는 이들 역시 늘어났다. ‘반려동물’을 의미하는 영어 ‘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영어 ‘family’의 합성어인 펫팸족은 여행 역시 사랑하는 동물과 함께한다. 한국관광공사의 ‘2022 반려동물 동반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견 동반 당일여행을 해본 응답자는 65.7%이며 이중 숙박까지 경험한 응답자는 53%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펫투어의 종류도 다양하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펫리조트는 반려견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글램핑, 캠핑카, 콘도는 물론 펫 전용 수영장까지 갖췄으며, 강원도에는 애견 전용 해수욕장 까지 존재한다. 국내 항공사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줘 할인 또는 무료 탑승의 기회를 주거나, 반려동물키트를 선물로 안겨주거나, 반려동물의 이름이 기입된 전용 탑승권을 판매하는 등 펫팸족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갖가지 프로모션을 펼친다. 그러나 150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반려동물 인구 모두 펫팸족은 아니다. 휴가철인 6~9월은 펫산업 호황기인 동시에 유기동물 수가 급증하는 시기다. 지난
지난 8월 26일 성남고 야구선수 공도혁군이 눈물 흘리며 심폐소생술을 하여 한 생명을 살린 기사가 실렸다. 장하고 감동이다. 평소 보지도 않던 댓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모처럼 좋은 기사 읽게해준 공도혁군에게 감사하단 글들이 보였다. 같은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글을 보고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참 따듯하다고 느꼈다. 댓글의 공감력이다. 필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연에오락 프로그램을 심의할 때다. 예능 프로그램에 뭐 그리 민원이 많은지. 민원은 일정 기간 안에 조치하고 그 결과를 당사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행정규정상 쓸데없는 안건이 많이 올라온다. 안보면 그만이지 뭐가 그리 시청하기 불편하다고 민원까지 접수하는지. 사회통념상 문제없고 프로그램의 구성상 필요한데도 왜곡 해석하여 내가 시청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의제기를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정치적 진영논리까지 끼어들면 더 이상의 상식적 해석과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이런 사람들을 요즘말로 프로불편러라 부른다. 신박한 신조어다. 맘에 안들면 불편하다는 프레임을 씌운다.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하기위해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구시대적 발상이나 윤리적 감수성이 떨어진다 등의 비난을 한다. 이런 상황을…
선진국인 대한민국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의한 먼지털이식 수사 현실이 여전하다. 야당 대표와 가족에게는 선거 기간 중의 말 한마디나 관행에 가까운 소액 사용에도 압수수색과 소환은 당연하고,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여러 불법 의혹에도 압수수색은커녕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그만이다.이런 상황과 대통령 가족의 초법적 태도는 김건희 여사의 학위논문 표절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누가 보아도 표절이 분명한 김건희 여사의 석사와 박사 학위 논문 및 관련 논문들에 대한 14개 교수·연구자 단체의 검증은 건강한 학문 사회의 기본 틀을 유지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다. 사회 건강성을 유지하는 기본 틀은 법이나 규정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병들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고,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암묵적 합의에 근거하는 각 분야의 윤리와 도덕이야말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동료 연구자들의 앞선 연구 결과에 기반해 후속 학문 연구와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 대학이다.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구성원들 간의 상호 신뢰와 존중이다. 이것에 기반하여 사회 발전에 직결되는 학문 연구가 가능하며, 건전한 학문 후속세대 교육과 양성이 가능하다. 이런 신뢰와
폭력은 오로지 혐오감을 불러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위대함이라는 옷을 걸치고, 존경심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특히 해롭다. 폭력으로 우리를 강제하는 자는 우리의 권리를 빼앗는 자이므로 우리는 그들을 증오한다. 반대로 우리를 설득하는 자는 우리의 은혜자로 사랑한다. 어리석고 거칠고 무지한 사람일수록 폭력에 호소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데는 많은 협력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설득을 하는 데는 협력자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자신의 지혜로 설득할 자신이 있는 사람은 결코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자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도 우애의 정으로 설득하여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더 유리한데, 그 사람을 배제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소크라테스) 인간은 원래 타인을 강제하거나 타인에게 굴종하도록 창조된 존재가 아니다. 이 두 가지 습관은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상처를 주게 한다. 한쪽에는 오만이 다른 한쪽에는 어리석음이 있을 뿐, 진정한 인간의 존엄성은 자취를 감춰버린다. (콩시드랑) 인생은 우리가 그 비열함을 잘 이해하기만 하면 참으로 멋진 것이 될 수 있다. (소로) 폭력으로 사람들을 정의에 따르게 할 수 있다고 하여, 사람을 폭력으로 복종시키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는 없다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오토바이의 운전에 대해 생각해 보자. 긍정적 이미지보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횡단보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인도 위에서 요리조리 곡예 운전하는 오토바이, 신호 맨 앞으로 가기 위해 차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오토바이 등등. 전국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처음부터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신호와 도로교통법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운전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는 운전할 때 꽤 빡빡하고 촘촘한 법체계, 이를테면 튼튼한 유리로 된 창문이 있다. 최초의 몇 명이 빨리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어기면서 창문에 작은 구멍을 냈고,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 것을 본 다른 운전자들이 따라서 신호를 어기면서 창문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지금은 운전 법규를 잘 지키는 오토바이를 만나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는데 예외인 곳이 있다. 경남의 한 지역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오토바이들이 신호 위반하지 않고 차 뒤에 얌전히 신호대기 하는 모습이나, 건널목과 일방통행 골목에서 사람이 오토바이를 끌고 뛰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그 지역만 배달 업체에서 배달원들에게 따로 안전 교육이라도 시킨 걸까. 정답은 유투버의 촬영이다. 그곳에 사는 한 유투
1920년대 이후 식민지 하 우리 민족의 항일운동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운동으로 분화되었다. 반제, 반식민주의 투쟁에서 독립운동 세력의 자연스러운 사상적 발전이었다. 1920년대 말 좌우합작 단체인 신간회가 결성된 것은 식민지 해방운동과정에서 민족모순의 해소가 계급모순에 앞선다는 민족통일전선 운동의 성과였다. 진보적 유학자였던 단재 신채호가 민족주의자에서 사회주의자로, 다시 무정부주의자로 노선을 바꿔갔던 것도 그런 시대적 배경이 있는 것이다. 그 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발발과 함께 정세가 불리해진 국내 독립운동 세력은 중국 국민당 또는 공산당, 코민테른에 가담한 항일운동으로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이념 추구가 아니라 오로지 조국 해방 하나였다. 해방 이후 이들 세력은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다시 뜻을 모았고 이 운동은 민중의 광범한 지지를 받았다. 극단에 치우지지 않았던 송진우 김규식 여운형 안재홍 조소앙 김원봉 송진우 이여성 김병로 등 중간지대의 수많은 지도자들이 대거 통일정부 수립운동에 나섰던 것이 그 증거이다. 이들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된 것은 미소 양국의 방해와 극단주의자인 이승만과 공산당 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