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宙合樓)의 정문(正門)인 어수문(魚水門)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문(門)의 이름은 본 건물의 명칭을 따서 사용하는데, 어수문은 주합루와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기록이 없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동궐도’를 보면 주합루 뒤편에 ‘어수당(魚水堂)’이라고 쓴 건물이 보이는데, 같은 이름의 어수당과 어수문이 서로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수당은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어수당은 불로문(不老門)안에 있는데 효종 시기에 창건되었다.”라고 되어 있어 정조가 만든 주합루보다 이전에 건축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궁궐지’에서는 효종, 숙종, 정조, 순조가 어수당을 주제로 한 시(詩)가 실려 있으며 숙종의 시(詩)에는 어수당을 화당(華堂)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며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같은 이름의 건물과 문(門)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를 이끌고 있다. 만약 두 건물이 하나의 구성이었다고 가정한다면, 둘 중 하나는 본 위치가 아닐 수 있다. 가정이 맞
뉴욕의 빈민가 월세 방에 사는 제임스와 델라는 부부다. 그들은 서로에게 줄 크리스마스선물을 미리 준비 못 했다. 돈이 없어서였다. 해서 당일에서야 서로 모르게 선물을 준비했다. 부인은 자신의 긴 머리를 잘라 팔아 남편에게 줄 시곗줄을 샀다. 평소에 줄 없는 회중시계를 갖고 다녀서였다. 남편은 아끼던 시계 팔아 버리고 대신 부인이 브로드웨이 진열장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사고 싶어 했던 머리빗을 샀다. 부부는 그날 밤 선물을 교환한 뒤 둘만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행복해 했다.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의 줄거리다. 진정한 선물이란,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팔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 크리스마스 때 선물이 오갔는지 잘 알 수 없다. 다만 1800년대 미국 남부 흑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말이 메리 크리스마스와 같은 의미로 쓰였던 것으로 보아 역사는 오래지 않은 것 같다. 당시 남부 흑인들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누군가를 만나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먼저 외치면 상대방은 고마워하며 선물을 내놓아야 했다는 것인데 사탕이나 호두 정도를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밤
젖은 청솔가지 내게 온 시집 /김승기 자 깨어 듣는 차가운 바람소리 밤새 무겁기만 한 구들장 매운 연기에 눈물콧물 흘려도 비명처럼 탁탁, 잘 타지는 않고 차라리 죽고 싶어, 원장 나 죽는 약 좀 줘! 가랑가랑 목에 걸려 뱉어내지도 못하는 외딴집 하루 - ‘시집-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 2015·현대시학 김승기 시인은 정신과 의사이다. 영주에서 병원을 열고 영주 근동의 정신을 돌보고 있다. 그 청정지역에도 돌보아야 할 정신이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일 것이다. 청솔가지는 마르지 않는 소나무 가지다. 그것을 처음에 땔 땐 불이 잘 붙지 않으나 일단 붙었다 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불꽃을 피워낸다. 삶도 처음엔 청솔가지에 불붙이기와 흡사 할 것이다. 청솔가지가 피워 올리는 연기를 참아내야 구들장이 쩔쩔 끓어오르는 겨울아방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겨울을 견디고 건넌다는 것은 삶의 여정이다. 여정 위에서 삶의 고개를 모로 꺾고 고꾸라진다는 것은 생의 패배다. 죽겠다고 자주 말하는 사람은 역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경우가 대다수다. 외딴집의 쓸쓸함을 이겨내면서 또 기다리는 것이 봄이다. 섬세한 감각으로 늘 주위를 살펴서 시를 선보이
“따르르릉, 따르르릉!” “뭐라꼬? 서울로 올라오싯다꼬?” 앞이 캄캄한 진주엄마는 옆집으로 냅다 뛴다. 정봉이 어머니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빌려오고, 묵직한 쌀자루도 빌려오고, 몇 번을 들락거리며 무엇인가를 빌려다 전시한 후에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친정엄마를 맞았다. 가난한 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며 가슴 밑에서부터 뜨거운 무엇이 울컥하고 올라왔다. 요즘 화재가 되고 있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풋풋하고 훈훈한 이웃들의 정감을 느끼게 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자취를 했어야 했다. 변변히 할 줄 아는 음식도 없고 겨우 밥이나 끓여먹는 정도였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다. 마치 자기 자식 대하듯 살갑게 챙겨주시며 한 식구처럼 대해주신 주인집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랬다. 어린나이에 고향을 떠나 일명 유학을 한답시고 도시로 진학한 아이들. 그 숱한 자취생들을 이웃들이 피붙이처럼 챙기고 키워주신 것이다. 잘못을 하면 거침없이 혼을 내기도 하시면서 말이다. 물론 아이들도 이웃 어른들의 그 가르침을 거부하지 않고 마치 부모님 말씀인 듯
고대 그리스의 화가였던 제욱시스와 파라우시스의 대결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두 사람은 누가 더 진짜처럼 그리느냐를 두고 겨루었는데, 제욱시스는 포도나무를 그렸다. 그림이 어찌나 진짜 같던지 새가 그림을 향해 달려들었고, 제욱시스는 의기양양해 파라우시스에게 커튼을 열어 그의 그림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러자 파라우시스는 그 커튼이 실제 커튼이 아니라 그의 그림이라고 말한다. 제욱시스와 파라우시스의 대결은 한 때 미술사에서 작품이 실제와 얼마나 똑같은지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매겨졌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대상을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형태가 넘쳐나고, 심지어 그 어떤 형태도 아예 드러나지 않는 회화가 판치는 오늘날, 이들의 대결은 무색하게만 느껴진다. 서구의 미술사를 단 몇 마디로 분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들은 캔버스에서 ‘형태’가 어떻게 나타나느냐 혹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느냐와 깊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화두 중 하나를 꼽아보면, 캔버스에 형태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해악하다고 여겼던 비평가들과 예술가들의 주장을 들 수 있는데, 이들 비평가와 예술가를 필두로 1940년대 말부터 형성된 미국의 현대 예술경향
음식점인데 구두가 없어졌다. 지하철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 길 잃은 강아지를 보호하고 있다. 주차 중인데 뒷차에 막혀 나갈 수가 없다. 소음으로 잠을 잘 수가 없다 등 112신고를 받고 112순찰차가 출동한 사이 ‘강도가 들었다. 퍽치기 당했다. 으악 살려주세요…. 등등 각종 절박한 112신고 현장에 출동할 112순찰차가 없는 경우가 간혹 있다. 물론 인접 지구대(파출소)순찰차나 형사기동대·교통순찰차가 지원 출동하지만 원거리 출동이나 교통체증 등으로 소위 골든타임(5분) 내 현장 도착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 미국·영국·일본 등 OECD는 어떨까. 그들은 긴급을 요하는 출동은 경찰이, 그렇지 않은 민원·상담이나 경미범죄 등 비긴급·비출동을 요하는 사건은 대부분 탐정에게 의뢰해서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처럼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 등 중대범죄에 처한 시민들에게 제 때에 경찰이 달려가지 못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112순찰차가 위험에 처한 신고자를 구호하거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현장도착 골든타임을 놓치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치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상 최고 등급으로 전체 21개 등급 가운데 3번째로 높은 것이다. 일본보다는 두 단계, 중국보다는 한 단계 위로 올라서면서 우리나라는 피치와 스탠더드앤드 푸어스에 이어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중국 일본을 모두 앞서게 됐다. Aa2 등급 이상인 나라는 주요 20개국 가운데서도 현재 우리나라,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에 불과하다. 무디스는 우선 한국의 경제와 재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견실하다고 평가했다. 외부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이같은 평가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5년간 3% 내외의 성장이 예상되는 한국경제는 선진국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당 국민소득도 계속해서 유럽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꼽았다. 복지 비용을 감안하고도 2010~2014년 평균적으로 GDP의 1.1%에 해당하는 재정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잠밋빛 전망’만을 맹신하기란 곤란하다
같은 한자권인 아시아국가 중 일본은 미국을 ‘米國’ 즉 쌀의 나라라고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美國’, 아름다운 나라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전까지 미국은 한국민에게 고마운 나라였다. 6·25 전쟁 때 참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다. 당시 16개국에서 194만명의 장병들이 참전했는데 이 중 미군은 178만명이었다. 3년간의 한국전에서 미군은 무려 3만7천명이 전사했다. 또 부상 9만2천명, 실종 3천700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국민들은 이들의 고마움을 기억한다. 해방 후와 전후 먹고 살기 힘든 국민이 대부분이었을 때 자국에서 생산된 밀과 옥수수, 분유 등 식량을 무상 원조해 줘 배고픔에서 구했다. 한국 경제 역시 미국과 유엔의 무상(無償) 원조 덕분에 성장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은혜를 기억할 줄 아는 민족이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미군범죄에 한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쉴 새 없는 무기구입 압력으로 인해 한국은 미국무기식민지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으며 효순이 미선이 사건과 미군기지 주변 오염 등 환경범죄 등으로 미국에 대한 호감은 예전 같지 않다. 요즘 더 큰 악재가 생겼다. 지난 5월28일 미국 국
근대에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소개로 가장 많이 들었을 말은 ‘Morning Calm(모닝 캄)’ 이른 바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그리고 이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는 동방의 고요한 나라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굳이 내세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에 보이는 한국의 이미지는 우리가 원하는 첫 인상은 아닌 듯 싶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은 부정적인 국가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하여 국가적 표어로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선정하고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분주하게 노력하였다. 바로 국가 브랜드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도 뒤지지 않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보이는 수많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들 중 무형 문화에 대한 상당부분은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모습이나 한량무를 추는 선비 혹은 풍물놀이를 형상화한 사진들이다. 물론 이 또한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