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다. 구름사이로 숨었다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감췄다 다시 나오는 달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물 빠져 바람 소리만이 간간히 비릿함을 들추는 서해바다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장엄한 듯 고요하다. 누군가는 소원을 빌었을 테고 누군가는 카메라에 달을 담기에 바쁘다. 밤바다와 멀리보이는 불빛 그리고 잠깐 혼자가 된 나는 달과 이야기를 나눈다. 구름에 달이 가려지고 달의 날짜에 맞춰 바닷물이 들고나는 시간이 다르듯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분은 얼마만큼 인지 그 주어진 영역 안에서 나의 삶은 어떤지 하는 우매한 질문을 던진다. 한가위.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의 허전함인지 혹은 또 한 차례 통과의례를 무사히 마쳤구나 하는 안도감인지도 모를 마음을 보름달에게 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년의 여인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누군가의 딸로서 할당된 지분을 지켜내는 것이 그리 수월하지 많은 않다. 팔십 중반에 접어든 노모가 차려주는 밥상을 내년 추석에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눈시울이 젖어들기도 하고 곧 큰 아이의 짝이 될 처자가 내 집에 식구가 되어 잘 적응해 주길 간절하게 바란다.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아버지에게 힘
11월 마지막 금요일, 이른바 블랙 프라이 데이가 시작되면 미국내 대. 소형마켙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평소보다 80%이상 싼 값에 판매하는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개장 수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 수백 미터씩 줄을 서는가 하면 매장 내 에서 서로 먼저 물건을 차지 하려는 몸싸움도 예사로 일어난다. 이런 쇼핑 소동은 12월 첫째 월요일까지 지속된다. 이 기간에는 최대의 세일이 진행되는데 할인폭도 평소의 두 세배가 넘어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 쇼핑이 이뤄어 진다. 특히 시작 당일은 공식 휴일이 아니지만 증시는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하며 대부분의 노동자가 휴가를 내고 상점을 찾을 정도다. 시작 요일을 ‘검다’라고 표현 한 것은 상점들이 이날 연중 처음으로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재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크리스마스 세일에 들어가는 공식적인 날이기도 해서 관련업계에선 이날 매출액으로 연말 매출 추이를 점친다 영국을 비롯 많은 영연방국가에선 이같은 세일기간을 박싱데이(Boxing Day)라 부른다. 이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12월 26일)을 가리키는 말로, 휴일로 정하여 성
젖은 생각 /권현형 마른 빨래에서 덜 휘발된 사람의 온기, 달큰한 비린내를 맡으며 통증처럼 누군가 욱신욱신 그립다 삼월의 창문을 열어놓고 설거지통 그릇들을 소리나게 닦으며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며 나는 자꾸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다 온 집안을 빙글빙글 바람개비 돌리며 바람이 좋아 바람이 너무 좋아 고백하는 내게 어머니는 봄바람엔 뭐든 잘 마르지 하신다 초봄 바람이 너무 좋아 어머니는 무엇이든 말릴 생각을 하시고 나는 무엇이든 젖은 생각을 한다 - 권현형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에서 살아가면서 가끔은 새로운 바람이 한번쯤은 불어오기를 누구나 바란적 있을것이다. 진부하고 식상한 삶속에서 높새바람처럼 후끈거리는 바람, 아니면 하늬바람처럼 청량해지는 바람, 아니면 삭풍처럼 가슴 시린 바람, 삶의 정황에 따라 그런 바람을 기다릴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는 바람이 좋아 좋아, 하며 자꾸 목이 길어지는 딸과 바람이 좋아서 무엇이든 잘 마르겠다는 어머니와의 풍경이 이채롭다. /정겸 시인
앙리 4세 암살당하자 루브르궁전 떠나 1615년 룩상부르그城 사들여 개축 거주 거장 화가 루벤스 초청 24점 그림 장식 아들과 권력암투 5년만에 獨유배 사망 1635년 완공후 정원 일부 일반인 공개 1793년 대혁명 당시 정치범 감옥 이용돼 나폴레옹 3세 결혼식 축하 무도회 열어 2차세계대전 독일군 사령부 본부로 사용 1801년 메디치 분수 낀 광대한 정원 완성 문인·예술가 동상 즐비 조각박물관 수준 1886년 바르똘디 제작 자유의 여신상도 룩상부르그 정원은 파리에서 가장 아늑한 시민공원으로, 철마다 색다른 다양한 모습으로 파리 시민은 물론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이 공원은 꽃이 피는 시기와 종류를 고려해 지속적으로 꽃을 볼 수 있도록 관리한다. ‘릴케(Rilke)’, ‘보들레르(Beaudelaire)’의 산책 장소였으며, 도심 속의 오아시스를 연상시키는 차분하고 여유 있는 공간으로 관광객이 아닌 파리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역사 현재 프랑스 상원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룩상부르그 궁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앙리 4세의 왕비 ‘마리 드 메디치(Marie de Medicis)
세계문화유산으로 가는 북한산성 재조명 <2> 도성 방위를 위한 전략적 방어진지, 북한산성의 축성 임진왜란 이후 보장처 강화 대두 종묘와 사직 보전 최소한의 대책 17세기 후반 인구 증가 등 변화 숙종 “백성과 함께 끝까지 지킨다” 여민공수론 전환… 도성 수비 강화 훈련도감·어영청·금위영 중심 삼군문 도성수비체제 성립 강화도·남한산성 등과 함께 도성 방위 전략적 거점 구축 ◇불가피한 선택, 보장처 강화론의 대두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수도 방위를 위한 목적으로 강화도에 진보(鎭堡)를 설치하며 방비를 강화하고, 남한산성을 새롭게 축성하는 등 관방 시설을 강화했다. 이는 보장처(堡障處)를 강화한다는 차원으로, 보장처란 위급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물러나 외적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 지역을 의미한다. 보장처 강화론은 임진왜란을 경험한 조선 사회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도판 1> 조선은 건국 이후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에 입각한 안보 전략을 구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위체제(五衛體制)를 마련했다. 오위를 중심으로 중앙을 수비하는 동시에 오위가 전국의 진관(鎭
10년 전 등장한 전화를 이용한 사기 수법인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은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경찰의 단속이 심해짐에 따라 보이스피싱의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어눌한 연변 사투리에 ‘누가 속겠나 나는 안속겠지’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능숙한 표준말, 역할 분담, 그리고 계좌번호, 비밀번호는 절대 말하지 말라는 등의 얘기로 교묘히 시민들을 속이고 있다. 또한 가짜 은행이나 검찰 사이트를 만들거나 문자메세지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돈을 인출해가는 파밍이나 스미싱으로 진화하게 됐다. 지난 경찰청이 3월에서 6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 3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중 20대가 32.9%, 30대가 32.9%로 전체 피해자의 절반을 넘어 작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보이스 피싱 피해가 증가하면서 대비책의 하나로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 피싱 수법의 실제 목소리를 ‘보이스 피싱 지킴이’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공개했다.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수법과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젊은…
우리나라에는 총 1천953개의 지구대·파출소가 있고, 그 곳에 경찰관 10만9천364명 중 약 45%정도의 인원이 배치되어 국민과 가장 밀접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2014년 기준)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매일 24시간 뜬눈으로 범죄예방 순찰, 범인검거를 비롯하여 모든 112신고 출동·처리를 한다. 하지만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선 현장경찰관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것은 강력범을 검거하는 것도 아닌 바로 ‘주취자’를 상대하는 것이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있는 사람, ‘술에 취해’ 시비 붙어서 싸우는 사람, ‘술에 취해’ 파출소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사람…. ‘술’에 대한 너무나도 관대한 우리나라 문화 때문일까? 우리 경찰관들은 주취자들의 소란·난동행위로 인해 폭행, 모욕을 당하고 야간근무의 대부분은 이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여기에서 피해자는 경찰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경찰
수원과 인천이 2017년 FIFA U-20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우선 두 도시 시민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그동안 이 대회 유치를 위해 노력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우리는 왜 국내 도시들이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큰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지 잘 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의 감동과 개최 효과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보다야 못하겠지만 이 대회는 FIFA에서 주관하는 두 번째 큰 대회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그동안 닦아 온 기량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무대로서 각국 유명 프로축구단은 이 대회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FIFA U-20 월드컵대회는 2017년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린다. 이번 대회는 수원·인천·대전·천안·전주·제주 등 등 6개 도시에 분산돼 열리는데 모두 24개 팀이 참가해 52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번에 개최도시로 확정된 수원은 그동안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 2007년 FIFA U-17 대회에다 이번에 FIFA U-20 월드컵 등 FIFA가 주관하는 4대 메이저 대회를 전부 유치하는 전 세계 2번째 도시(첫번째 도시는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이자, 아시아 최초의
독서의 계절 가을에 많은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통계상으로는 매년 독서인구가 줄어가고 있다. 격변하는 사회변화로 인한 시간부족이 이유이기도하다. 물론 전자 단말기와 스마트폰 독서앱 등이 서적을 대치하는 이유도 있다. 업계는 최근에 서적 시장이 냉랭한 원인을 스마트폰 보급 영향 탓으로 분석한다.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은 도서구입에 의한 독서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롯데마트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유·아동서적, 일반서적 등 서적 카테고리의 매출은 매년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올 9월에도 서적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가량 감소했다.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 왔음에도 서적 구매가 늘어나지 않는다. 과거에는 여가 시간과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서핑, 게임, 동영상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책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독서방법이 전환되었으며 최근 몇 년간 입시와 취업 대란으로 인해 10~20대 청장년 세대들이 자격증과 외국어 등 스팩을 위한 일회성 서적 위주로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