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 되면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새해의 시장을 전망하고, 투자자들은 귀 기울여 투자의 판단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삼느라 분주하다. 벌써 주식시장의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을 2300~250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업계의 2014년 부동산 경기 전망은 ‘2014년 1분기 정도까지 가격조정을 거치면서 부동산활성화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3~4분기에 본격적인 가격 상승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할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부동산 관련 업계가 지난 몇 년간 내놓은 주택경기 전망을 보면 ‘내년 상승세 전환’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특히 ‘내년 전반기 저점 통과 후 하반기 가격 상승’이란 내용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쯤 각 증권사가 증시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3년 투자 유망 종목을 추천했지만, 올해 증권사 추천 종목 45%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2008년 이후 지속된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책부재도 문제지만 고령화와 저성장경제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닌 나는 외갓집이 시골이었던 관계로 방학이면 그곳에서 보낼 때가 많았다. 초등학교시절 어느 겨울방학 때 일이다. 역시 외갓집에 있었던 나는 ‘귀한 새끼’ 왔다는 외할머니의 호의(?)에 힘입어 과일이니 떡이니 연일 맛나게 먹었다. 그러다 어느 날 사단이 났다. 추운날씨에 급히 먹은 음식이 체한 것이다. 배가 아프다는 호소에 외할머니는 약을 찾는 대신 배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중얼거리셨다. “할미 손은 약손, 할미 손은 약손.” 하지만 차도가 없자 실과 바늘을 가지고 와서 내 엄지손가락을 묶고, 바늘로 손톱 밑을 따셨다. 급한 나머지 민간요법을 동원한 것이다. 얼마나 아팠던지, 그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누구나 한번쯤 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갑작스레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음식이 목에 걸린 듯한 느낌을 동반하는데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그 증상의 고약함을 잘 모른다. 특히 명치 부위가 결리고 아플 때에는 식은땀까지 흐르며 견디기가 더욱 어렵다. 결국 약 먹고 누워야 어느 정도 참을 수 있는데 한동안 트림이나 메슥거림, 구역질이 지속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많은 사람들이, 먹고 체한 음식을…
/허만하 나는 골목길을 택했다. 골목에는 녹슨 양철 처마와 불빛 꺼진 꾸부러진 창과, 팔짱 낀 발자국 소리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 신의가 있다. 골목 끝에 간신히 그곳만이 환한 가게가 있다. 잠드는 일을 태만이라 믿는 반질반질한 사과 알들이 베개 맡 책갈피처럼 잠들지 않고 있는 심야의 가게. 지워진 어릴 적 기억 속 풍경의 한 단면이 망각의 깊이 밑바닥에서 정다운 오렌지 빛 삼투압을 띄고 조용히 수면 위에 떠오르는 별빛 얼어붙는 겨울 하늘 골목 끝. -- 허만하, 「시의 계절은 겨울이다」, 문예중앙 2013 우리 곁에서 자꾸만 사라지는 골목이 그립다. 꿈속에서도 복기되던 어린 날들의 골목이 사라지고 있는 도시가 퀭하다. 골목마다 끓어 넘치던 따뜻한 밥냄새, 양파조림 냄새가 아직도 코끝에서 환하다. 어느 날 걸었던 북창동 좁은 골목길이 기억에 남아 있다. 좁은 길이 구부러지고 구부러져 막다른 골목에 조그맣게 달려있던 가게, 가게 옆 한그루 나무가 깃발처럼 서있던 모습이 오래된 편지에 붙어있는 우표 같이 반가웠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발자국 소리 정겨운, 고만고만하게 마주한 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집에서 튀어나오는 하루와 마주치기도 하는 좁은 골목은…
지난해 오래된 친구가 세상을 떠나, 다른 이들보다 일찍 상가(喪家)에 앉아, 쪼그리고 앉아, 둘만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차마 돌도 되지 않은 핏덩이를 남기고 발걸음이 떨어지더냐, 부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망자(亡者)와의 대화가 좋은 건 내가 끝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컥컥, 무엇인가 목젖을 계속 쳤다. 여럿이 모여 망자보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열중하는 분위기가 싫었던 터라 다른 문상객이 오기 전 서둘러 자리를 떴다. 돌이켜보면 오래된 화두(話頭)였다, 죽음은. 적확한 삶의 진실인 그 벽을 넘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처에게 기대기도 했다. 해탈의 달인이었으니. 그런데 그는 내게 답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불립문자(不立文字)니까. ‘스스로 알아서 가라’가 다였다. 당신은 이미 강을 건넜으므로 너는 스스로 배를 만들어서 넘어오라, 뭐 그런 이야기겠다. 밤이면 죽음의 신이 올까, 두려워 거리를 떠도는 사람이 어디 나 하나 뿐일까. 그렇게 죽음은 생방송이었다. 이순(耳順)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알았다. 그런데, 자신에게 다가오는 임종(臨終)의 순간을 생방송으로 불립(不立) 아닌 문자(文字)로 중계하는 이가 있어…
심신을 닦고 집안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한자성어가 있듯이 가정은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고 하였다. 가정이 건강해야 국가가 건강해진다는 뜻으로, 정부가 근절을 목표로 추진하는 4대 사회악 중 가정폭력이 있다. 가정폭력의 폐해가 매우 심각하여 4대 사회악의 하나로 선정된 사실을 보면 최근 가정 폭력이 우리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다. 경기도에서는 매일 129건 정도의 가정폭력 신고를 접수·처리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단순히 말다툼을 넘어 폭력·학대·감금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같은 가정폭력은 개인 문제가 아니므로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정폭력이 자기 주변에서 발생하였을 때 이웃의 가정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는 학교폭력·성폭력에도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에서 나타났다. 부산 여중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김길태, 여성 20명을 연쇄 살인한 유영철 등도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경험했다는…
미국에서 살 때의 일이다. 1993년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딘킨스 시장이 지고 공화당 줄리아니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과거 민주당 시장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일을 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름으로 뉴욕 시내에 대형 할인점의 개점을 허가해 준 것이다. 민주당 시장들이 대형 할인점의 개점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뉴욕 시내에는 길거리마다 잡화가게, 철물점, 구두, 신발, 가방가게들이 산재해 있다. 그리고 이들 가게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는 업소들로서 중산층 형성에 더 없이 소중한 자산이었다. 특히 이 업종에는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줄리아니 시장이 당선되자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뉴욕 시내에 대형 할인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플러싱의 옛 비행장 자리가 첫 타깃이 됐다. 비행장이 있던 자리니 얼마나 면적이 넓겠는가! 홈디포를 비롯한 내로라하는 할인점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덕분에 최저임금을 주는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졌다. 그 대신 뉴욕시는 엄청난 숫자의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하락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한국교포들이 하던 잡화점, 철물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브로드웨이 도매상보다 더 싼…
김황식 전 총리는 며칠 전 새누리당 의원 60여명이 소속된 ‘대한민국 국가 모델 연구 모임’에 강연자로 참석해서 “우리 헌법에 왜 국회해산 제도가 없는지 모르겠다”면서 “국회해산 제도가 있었다면 지금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취지의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의 발언 취지는 백번 공감한다. 지금 국회는 도대체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여야의 극한 대립이라는 게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여야가 극한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셧다운이 된 상태가 이토록 오래 지속될까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의회 해산’ 운운하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민주주의란 효율적이지는 못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정치체제라는 사실을 미국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민주주의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하는 이유는,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설득하고 역지사지하며 타협을 이끌어내는 데 상당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온…
요즘 언론에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화폐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실물도, 발행 및 통제 기관과 정부도 없다. 전산상에서만 존재하는 화폐인데도 지난달 18일에는 미 상원 청문회장에도 불려 나갔다. 2009년 등장한 지 3년 만에 화폐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뒤엎으면서 미국의 통화시스템까지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 알려진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만든 가상의 화폐다.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푸는 사람들에게 숫자로 된 코드를 부여하고, 그 코드를 화폐처럼 사용토록 했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우리나라의 ‘도토리’나 ‘한코인’처럼 온라인에서 이용되는 디지털 화폐였다. 거래도 처음엔 아주 극소수의 사람 사이에서만 이뤄졌다. 코드의 가치도 인터넷 사이버 게임머니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10년 이 코드 하나에 매겨진 가격은 0.04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1년 전 10달러 선에서 거래됐고, 1개월 전에는 200달러대로, 12월 들어 1천200여 달러로 폭등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천100만 비트코인(약 132억 달러
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장애인 콜택시가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라고 말한다. 장애인 콜택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6조에 의해 설치 운영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령은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 따라 등록한 제1급 및 제2급 장애인 200명당 1대를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제도지만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 운행대수가 너무 적어 불편을 주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 10월1일 장애인 10여명이 장애인 콜택시 확대를 주장하며 평택시청 현관 정문에서 밤샘농성을 벌였을까. 장애인들은 ‘시는 장애인 콜택시 법정대수 21대를 즉각 확보하고, 2016년까지 42대를 확보하라’고 주장했다. 현재 평택시엔 11대밖에 확보돼 있지 않다. 그런데 이는 비단 평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새누리)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월 현재 전국에서 운행 중인 장애인 콜택시는 전체 법정대수 2천748대의 62%인 1천704대에 그쳤다고 한다. 전남, 충남 등 일부 지자체의 경우 장애인 콜택시는 각각 23%, 24%로서 법정도입 대수의 4분의 1도 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