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운동이 우리나라에 처음 알려진 것은 2000년이다. 그리고 다음해 10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2회 대회에서 자연스러운 물 흐름을 따라 원시어법을 사용해 잡은 우리나라 남해 다도해 죽방멸치가 ‘슬로푸드상’을 받으면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슬로푸드(Slow Food)는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Fast Food)의 반대다. 죽방멸치처럼 자기 고장에서 옛 방식대로 천천히 만들어먹는 모든 먹거리를 뜻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자연의 속도에 따라 만들어진 음식을 일컫는다. 건강과 생활을 중시하는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이런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 깨끗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음식, 제값을 주고받는 공정한 음식을 만들어 섭취하자는 운동이다. 최근엔 단순히 천천히 조리된 음식을, 천천히 먹는 행위만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보존, 재발견하고, 널리 알리며 더 나아가 환경도 보호하는 세계적인 운동으로 진화했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로마의 유서 깊은 스페인 광장에 맥도날드 1호점이 생긴 것에 충격을 받은 요리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페트리니와…
기려행려도(騎驢行旅圖)/山水 서춘자 흙벽에 종이창 바르고 이름 없는 선비로 묻혀 시나 읊으러 가는 저 은일사 양가죽은 이미 걸쳤으니 동강의 낚시질 제격이네 봄비 맞아 소살거리는 저 살구꽃은 어쩌려는가 구종 혼자 바라보고 나귀는 지쳤네 조선 후기의 화가 김홍도는 산수·인물·풍속·화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으며, 그의 화풍은 조선 후기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 안산시 ‘단원구’는 김홍도의 호인 ‘단원(檀園)’을 따 지은 지명이기도 하다. 화원 집안인 외가로부터 천부적 재질을 물려받은 김홍도는 안산에 칩거 중이던 당대 최고의 문인화가이며 이론가인 강세황(姜世晃)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웠다. 20대에 도화서의 화원이 되었으며, 28세에는 어용화사로 발탁되어 영조 어진과 왕세자의 초상을 그린 바 있다. 이처럼 화려한 시절을 보낸 그의 말년은 쓸쓸했다. 그는 병고와 가난이 겹친 생활고 속에서 여생을 마쳤는데, <기려행려>를 통해 일평생 시와 함께한 나그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김홍도의 그림을 모티브로 한 이 시는 그림 속 나그네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하
주민들의 반발로 큰 물의를 빚었던 성남보호관찰소 이전문제가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이 반갑다. 법무부가 지난주 성남시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우선 서현동 이전 청사의 업무는 중단됐다. 시는 민관합동대책기구를 구성해 투명하게 논의함으로써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10월 말까지 임시사무소가 마련되어야 하고, 연말까지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재개되어야 한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고, 그동안 옮겨가는 곳마다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일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입지 결정을 낙관하기엔 복병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성남시에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성남시의 판단이 현명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성남시는 이번 파문의 원인이 서현동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에 분명하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주민들의 농성이나 등교 거부 사태는 관점에 따라 님비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처음부터 이 문제가 다른 지역의 보호관찰소 배척으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심리가 커져서 발생한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구도심에서부터 여러 동네가 배척하면
무엇을 해야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 속에서 같이 통하면서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까? 가 여름방학특강 3주간의 시간표를 짜는 데 핵심이다. 시간을 짜는 일이란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특히 아이들 생각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한다. 아이들과 어떻게 생각을 공유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된다. 그래서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고 나도 아이가 되는 일이다. 마을 주민센터 특강 시간표의 큰 타이틀을 문화유적지 탐방으로 세웠다. 문화유적지 탐방은 가장 보편적이어서 재미없지만 그 속에서 결실을 찾아내는 일은 아이들에게 성취감이란 재미를 주는 일이다. 탐방 장소는 지석묘와 관곡지, 그리고 시흥연꽃테마파크다. 전체 내용은 탐방을 다녀온 후 상상으로 쓰는 글쓰기다.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 중에서 주인공을 설정하여 동화를 쓰고, 동시를 쓰고, 상상이 담긴 기행문을 쓰고, 100년 후, 그곳 친구에게 편지 쓰는 일이다. 그리고 발표력 교실에서 발표연습을 하고, 연꽃을 도자기 위에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탐방 가는 날, 아이들은 질서정연하다. 지석묘에 갔을 때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 가지고 간 현수막을 펴들고 비를 피했던 일이며, 관곡지의 유래를 듣고 그 연못에서 자라는 연꽃을
지방자치단체들이 유례없는 재정난에 아우성들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무상보육정책 시행으로 이미 상당한 재정 부담을 떠안은 지자체들은 급기야 정부의 대책 없는 ‘취득세율 인하 방침’에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취득세는 지방세 중 시·도 세수의 평균 40%를 상회하는 주요 세원인데 정부에서 뚜렷한 재정보전 방안도 없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으로 내년도 세출 가운데 시·군 보조사업과 산하기관 재정지원을 올해보다 30% 이상 줄이는 등 5천억원 이상을 ‘구조조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김문수 도지사는 “빚을 내면서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며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공무원들의 급여, 업무추진비까지 줄이는 등 고통분담을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도는 올해 9천405억원의 세수 감소로 1998년 IMF 위기 이후 15년 만에 3천875억원을 감액한 추경 예산안을 편성했다. 도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부담시키는 복지예산의 증가가 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이며 취득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6%로 다
‘관상’ 하면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안정복의 호유잡록(戶 雜錄) 중에 나오는 의미 있는 글이 생각난다. 용하다는 관상쟁이가 한 선비를 보고 말하기를, “그대의 관상은 귀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 반드시 왕이 될 것이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선비는 그 뒤로부터 글공부는 물론 모든 일을 게을리 하며 빈둥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도 절도 없이 생활하며 머지않아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은 곤궁하여 굶어 죽게 된다, 죽음에 임하여 그 선비는 부인에게 이르기를, “짐이 장차 붕어(崩御)하게 되었으니 중전은 세자를 불러와서 유조(遺詔)를 듣도록 하시오” 했다. 웃음 뒤에 관상의 허구성과 풍자를 음미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관상’이 관객수 700만을 넘기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추석연휴 정점에 이른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요즘 직장인들 대화의 간식거리로도 빠지지 않는 메뉴다. 이 영화의 인기는 탄탄한 시나리오의 구성보다는 배우들의 연기, 특히 관상학적으로 부여된 그들의 역할을 보는 재미다. 그러나 관객을 모으는 매력은 아마도 사람마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관상이 정말 인생을 결정짓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더 클 듯싶다. 영화는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지방재정 개선방안에 대해 지방정부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경기도는 지방자치를 근원적으로 후퇴시키는 처사라며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정부 안(案)의 내용을 보나, 그동안의 경과로 보나 지방정부들이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중앙정부는 대통령 공약으로 잔뜩 생색을 낸 무상보육의 책임을 지방으로 상당 부분 떠넘겼다. 게다가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는 약속도 저버렸다. 취득세율 영구인하와 경기침체로 가중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미봉조차 하지 못하는 안을 내놓았다. 무상보육과 취득세율 인하에 따라 지방정부의 등에 얹히는 추가부담은 연간 7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의 안대로 영유아보육 국고 보조율을 10%포인트만 인상하고, 지방소비세율을 6%포인트만 단계적으로 인상하게 되면 지방에 보전되는 재원은 연간 5조원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아도 재정난에 빠져 있고, 내년엔 더욱 심각한 세입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들에 연간 2조원을 더 감당하라는 것은 파산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더구나 일부 지방이양사업을 국고보조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어서 분노를 부채질한다. 분권교부세 대상 사업인 장애인과 정신
고독사라는 말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혼자 살다가 주변 사람들 모르게 숨을 거둔 채 한참 후에야 발견되는 불쌍한 죽음을 일본에서는 무연사(無緣死)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무연사망이 한해에 2만7천여건이나 발생한다고 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전남 광주의 한 대학 명예교수가 혼자 숨져 있는 것이 뒤늦게 발견돼 충격을 줬다. 특히 이 사건은 사망자가 노숙자나 빈곤층 홀몸노인 등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가 아니라 교수라는 상위층 신분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고독사라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빈부를 떠나 혼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전기한 것처럼 일본에서 고독사가 많은 것은 세계 최고령 국가인데다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신세지기 싫어하는 국민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급속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약화된 사회, 사람 사이 연고가 사라지는 그야말로 ‘무연(無緣)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무연사망도 증가하고 있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가 해마다 100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이 왔다지만 왜 이리 허한지 모르겠다. 가을 들판이 누렇게 변해가도, 나무마다 주렁주렁 과일이 달려 있는 뉴스 화면도 그저 남의 일이려니 싶다. 곳곳에서 축제의 화려한 불꽃이 터지지만 흥이 나질 않고, 메일 박스에 공연 보러 오라는 연락이 넘쳐도 남의 일처럼 심드렁하다. 대형 공연장의 핵심 간부로 일하는 지인과 며칠 전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기획자들에게는 선망의 자리지만 정작 당사자는 신세 한탄이다. 꿈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회의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반 기업체에서 성공한 친구들과 비교하면 젊은 날 자신의 선택이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보탠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기는 하지만, 유행가 가사처럼 그야말로 ‘왔다가 그냥 가는’ 봉급 수준에 자녀들의 학자금이나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해가 갈수록 잦아진다고. 그렇지만 늘 예술가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이런 이야기는 내놓고 하지도 못한다. 상대적으로 그들의 경제적 상황은 소수의 소위 ‘대가’급 몇몇을 제외하면 훨씬 더 열악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린 뒤의 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