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년 청나라 6대 건륭황제 만수절(7순)의 축하사절로 꼽사리(?)끼어 다녀온 박지원의 기행집 ‘열하일기’는 압록강을 도강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처음 본 압록강에 압도된 듯 여러 문헌을 동원하여 압록강의 유래를 설파한다. “당서(唐書)에 의하면 오리 머리처럼 푸르므로 압록강이라 한다. 황여고(皇輿考)에는 천하에 큰 강 셋이 있으니 황하, 장강(양쯔강), 압록강이다. 양산묵담(兩山墨談)에는 회수 이북의 물은 모두 황하로 흘러가므로 강의 이름을 붙인 것이 없는데, 오직 북쪽 고구려의 있는 것만은 압록강이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선조들에도 이처럼 압록강은 보통의 강이 아니었다. 압록강을 더욱 정겹게 만든 사람은 이미륵이니 그가 남긴 ‘압록강은 흐른다’ 때문이다. 그는 1899년 황해도 해주 출생으로, 본명은 이의경이다. 1919년 3·1 운동에 가담했다가, 일제의 탄압을 피해 중국 상하이를 거쳐 독일로 갔고, 거기에서 강의와 저술에 전념하다가 1950년 3월 타계하여 독일 뮌헨 교외의 그래펠핑에 묻혀있다. 1919년 이후 고향과 고국을 다시는 밟지 못하였고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서 쓴
누가 또 바람에 쓰러진 고춧대를 세우고 있다. 누가 또 수취인 부재로 반송된 편지로 울고 있다. 내 2 시의 구름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금속의 심장을 가진 새가 나르는데 누가 또 이별의 흔적 위에서 소주잔을 하염없이 비우고 있다. 한 땀 한 땀 기웠던 사랑의 실밥이 터져버려 괴로운 사람이 공복의 쓰라린 속에서 낙타로 터벅이고 있다. 내 2 시의 구름은 잔털이 수없이 돋아난 텔레파시가 눈처럼 펄펄 휘날리는 하늘을 건너 어느 목장으로 아니면 어느 남미의 바닷가로 용연향처럼 떠밀려 가는지 내 2 시의 구름에는 가사가 투명한 노래가 실렸는데 내 2 시의 구름에는 처녀막을 가진 내 영혼이 누웠는데 아직도 구름 노예사냥꾼이 날 뛰는지, 유린하는지 내 2 시의 구름을 찾다가 내 2 시의 구름 먼 곳에서 고꾸라지는 내 야윈 그림자들 -2013년 시와 경계 봄호 일상은 슬플 수 있다. 그러나 슬픔 속에서 희망을 보는 것이 사람이다. 괴로움 속에서 사람은 끈질기게 희망을 키운다. 가장 어두울 때 빛의 존재를 실감하고 빛을 향하는 것이 생존의 본능이자 사람이 가진 고귀한 장점이다. 생에 처음으로 끝없이 우는 여자의 등을 다독여 준 적이 있다. 울어라 한 적이 있다. 울다가 보면…
만성적 재정 적자와 누적된 국가부채로 경제의 활력을 잃어가는 일본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보려는 아베노믹스의 결정판으로 소비세 인상을 결단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본 현행 소비세율이 5%인데 내년 4월부터 8%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89년에 3%의 세율로 도입됐다가 97년 5%로 인상됐던 소비세가 2012년 소비증세법을 성립시켰으나 실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2014년 8%, 2014년 10%로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조세·사회보장 일체개혁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비세 인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세의 인상은 당장 물가 인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근로자에게 더 충격을 준다. 소비재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저소득층에 부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소득에 역진적인 조세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베 정부는 소비세 증세로 인한 세수분 사용에 대해 많은 부가적인 약속을 하고 있다. 우선은 사회보장의 안정화와 확충을 위해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의 증가분, 기초연금 국가 부담분 충당, 보육소 확충, 재택의료 확충 등을 우선 약속하고 있다. 소비세 증가에 대한 국민적 설득을 위해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바쁜 와중에 모처럼 시간이 나거나,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난 가끔 영월루에 오른다. 23일 여주가 시로 출범을 하는데 잠시 생각을 정리할 겸 시간을 내어 지난 일요일 오후에도 영월루를 찾았다. 영월루는 같은 이름의 영월루 공원 정상에 있는 누정(樓亭)이다. 누정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현재의 영월루는 원래 18세기 말 여주 관아의 정문으로 있었는데 1925년 관아가 현대식 건물로 지어지면서 지금의 장소로 옮겨졌다고 한다. 자칫 땔감으로 쓰일 뻔한 아슬아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 이렇게 여주를 상징하는 훌륭한 문화재로 남아 있으니 우리 조상님들의 깊은 혜안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룻밤 사이 그 더웠던 여름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사라지고 가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선선한 아침저녁으로 많은 이들이 영월루를 오른다. 어떤 이는 운동 삼아, 어떤 이는 나처럼 바쁘고 힘든 일상을 잠시 잊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그만큼 영월루는 지역민들에게 도심 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더욱이 영월루 정상은 일 년 365일 똑같은 모습을 보일 때가 없다. 심지어 아침과 저녁의 모습도 같지 않으니 지나가는 아름다운 여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갑작스레 취소한 북한의 처사에 할 말을 찾기 어렵다. 북은 금강산으로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또한 가까스로 화해와 대화의 실마리를 잡은 남북관계를 삽시간에 대결과 긴장 상태로 되돌려놓았다. 이러고도 인도주의 운운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적반하장이다. 입만 열면 민족을 들먹이면서 남과 북 겨레의 소망을 이런 식으로 짓밟고 외면하는 저들의 강변에 분노를 참기 어렵다. 시대의 흐름을 어찌하면 그렇게도 읽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북이 내놓은 상봉 무기 연기 이유는 사리에 맞는 게 없다. 21일 발표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은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남측이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진전을 ‘원칙론의 결과’로 광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봉회담 타결 직후부터 남쪽 정부 입장과 여론은 대체로 일관적이었다. 상봉을 나흘 앞두고 이 점을 시빗거리로 내세우는 건 억지다. 둘째, ‘남조선보수패당’이 ‘이석기 사건’을 계기로 “모든 진보민주인사를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사냥극을 벌인다”는 점을 들었다. 설령 저들의 주장이 100% 옳다고 해도, 그것 또한 결코 상봉 취소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났다. 매년 명절 연휴가 끝나면 그랬듯이 정치인들은 민심 보고 간담회를 갖고 지역구에 내려갔던 의원들로부터 정국에 대한 민심을 보고 받는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역구 재래시장 등을 방문해 추석 민심 등을 청취했으며, 서울시청 앞에 천막당사를 치고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추석 당일에도 천막당사를 지켰다. 대신 전병헌 원내대표가 연휴 중 지역구에 있는 재래시장을 방문해 민심을 청취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매년 명절 연휴 때마다 민심의 향배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명절이 되면 수천만명의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진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술이 한 순배 돌아가면 단골 메뉴처럼 정치적 이슈가 큰 화제가 된다. 때론 논쟁이 격해져 핏줄이 같으면서도 정치적 견해가 다른 형제와 부모 등 가족 간의 작은 다툼이 일기도 하지만 현실 정치 여론의 흐름을 감지하게 되고 가족 상호간의 영향으로 또 다른 여론을 형성하게 된다. 당연히 이 여론은 추석연휴가 끝난 이후의 정국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추석 민심이 향후 정치의 큰 변수가 될 수 있기에 이처럼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번 추석엔 ‘이석기 의원
귀환 /쉼보르스카 돌아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상한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 옷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들어서는 담요 아래로 머리를 파묻고 두 무릎을 끌어당겼다. 나이는 마흔 살 가량, 하지만 이 순간엔 아니다. 있는 - 일곱 겹 살갗 너머 엄마 뱃속, 보호되는 어둠 속에 있는 동안, 내일은 전 은하계를 비행할 때의 인체의 항상성恒常性을 강의할 거지만, 일단은 웅크린 채 잠이 들었다 쉼보르스카 시집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 문학동네 엄마 뱃속의 시절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엄마 뱃속의 시절이 가장 행복했노라고 누구나 말한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엄마 뱃속에서 분리되었으므로 필연적으로 엄마 뱃속을 그리워한다, 특히 속상할 때. 세상살이는 속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탓한다는 것은 또 다른 불화의 불씨가 된다. 조용히 혼자서 처리해야한다. 태어났기에 겪어내야 하는 삶의 과정이다. 마흔 살이나 되었으니 엄마를 목청껏 부를 수도 없겠다. 그러니 자신의 두 무릎을 끌어당겨 엄마의 뱃속을 만들자. 일곱 겹 살갗으로 보호되는 엄마의 뱃속, 그 따뜻함 고요함 속에 풍덩 빠져보자. 무의식에 남아있는 행복한 기억들이 달려올 것이다. 달려와 어루만져
벌써 추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올 한 해가 초침처럼 숨 가쁘게 달려가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시침처럼 여유 있고 느린 보폭으로 가는 것처럼 살기도 하지만 결국 다 같은 날에 추분을 맞는다. 추분은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날이며 추분이 지나면서 밤이 조금씩 길어져 동지에 밤이 가장 길다고 상식으로 알고 있다. 옛 선조들은 추분의 세 가지 징후를 들어 계절의 변화를 가르친다. 첫째 뇌성 소리가 들리지 않고, 둘째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흙벽을 뚫고 집안으로 들어오며, 셋째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여름을 폭우와 천둥 번개에 시달린 우리는 한 송이 국화꽃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우선 조용해진 날씨와 선들해지는 기온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푸르름을 뽐내며 뻗어갈 것만 같았던 나뭇잎이나 풀잎들이 마치 가을 이슬에 탈색제라도 들어있는 것인 양 희미하게 빛을 잃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장마 끝에 병이 돈다고 걱정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고추밭에서는 연일 빨갛게 익은 고추를 쏟아내고 지붕 위에 널려 하루하루 쏟아지는 가을볕에 유리알처럼 마른다. 하기야 그동안 습기에 골머리를 앓던 우리 집에서도 빨래를 널면 한나절도 못가 강정같이 마른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