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그 재주만 믿고 자만하다가 도리어 재앙을 당함을 비유한 말이다. 속담에 헤엄 잘 치는 놈 물에 빠져죽고 나무 잘 오르는 놈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 하였다. 헤엄 잘 치는 자가 물에 빠지고 말 잘 타는 자가 말에서 떨어지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즐기다가 그렇게 되는 것으로 도리어 화를 자초한 것이다. 그러므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해를 입고 이익을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궁핍해진다(善游者溺 善騎者墮 各以其所好 反自爲禍 是故好事者 未嘗不中 爭利者 未嘗不窮也). 이 세상에 진정 욕심쟁이 아닌 사람이 어디 찾을 수 있을까. 말로는 마음을 비웠다, 나는 욕심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도 않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또 그렇게 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그 욕망이 욕심이 되어 어렵게 얻은 벼슬자리에서 떨어져 추풍낙엽보다 더 쓸쓸히 사라지는 뒷모습을 우리는 밥그릇 숫자보다 더 많이 보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내려놓을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너무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던가. 저 넓은 물속을 헤엄치며 사는 고기들도 보다 더 크고 좋은 미끼를 먹으려다 낚시에 걸려죽는다는 것을 왜 모를까. /근당 梁澤東(한국
지금부터 정확히 20년 전인 1993년 11월12일, 국내 최초의 대형마트인 이마트 창동점이 개장하였다. 이어 1996년 유통시장 전면 개방, 1997년 대규모 점포의 허가제에서 등록제로의 전환 이후 1998년 롯데마트, 1999년에는 홈플러스까지 가세하면서 2013년 10월 현재 대형 3사의 매장 수만 전국적으로 390개로 크게 늘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2001년 201개였던 대형마트의 국내 점포는 올해 초 470개까지 늘어나면서 불과 10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매장 수뿐만이 아니다. 대형마트 탄생 10년 만인 2003년에 이미 백화점 매출을 앞질렀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백화점 업계 전체 매출인 28조원 규모에 비해 국내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만 3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고속성장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바로 전통시장의 붕괴다.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2004년 1천702개였던 전국의 전통시장은 지난해 1천347개로 대폭 감소하였다. 어디 이뿐이랴. 대형 유통업체는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2007년을 전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
군청 앞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도 서서히 누런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 옥상에 올라 멀리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등 높은 영봉이 이어져 있는 북쪽하늘을 바라다보니 쪽빛하늘에 뭉게구름 몇점 떠간다. 참으로 한가하고 청명한 가평의 하늘이다. 선인들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지만 이런 날은 서늘한 바람과 시원한 계곡물 벗 삼아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하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계절적 특성 때문에 가을이 여름이나 겨울보다 독서하기에 더 장애가 많은 듯하다. 운동이나 등산이 몸의 양식이라면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 했던가. 나들이 하고픈 마음을 꾹 참고 옥상에서 내려와 마음의 양식을 택한다. 책상 앞에 앉아 이 가을에 무슨 책을 읽을까 궁리하다가 마음의 양식이라면 역시 톨스토이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학교 시절 읽었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부활>을 다시 꺼내든다. 특별히 톨스토이를 택한 이유는 50대 장년으로서 삶을 한번 되돌아보고 새로운 좌표를 찾아 나의 행로가 삐뚤어져 있다면 나의 길을 바로잡고 싶어서이다. 읽었던 책이지만 기억이 희미하다. 여자주인공 나타샤나 카츄사가 어느 작품에 나왔는지도 헷갈리고 남자주인공들의…
겨울이 빗장을 푸는 소리가 들린다. 몸속으로 스미는 바람엔 한기가 들어차고 바람이 지나칠 때마다 나무는 잎을 버린다. 노랗게 쏟아진 은행잎을 밟으며 삼삼오오 지나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도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단축 수업 때문인지 한껏 멋을 낸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한 뼘은 짧아진 교복 치마에 화장기까지 살짝 있는 10대들, 빼빼로와 초콜릿이 진열된 상점 안이 북적이고 한산하던 거리가 활기를 찾는다. 그들의 모습을 유리문 밖으로 넘겨다보며 나의 10대를 생각해본다. 한 시간여 거리를 걸어서 통학했고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방과 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고 담임선생님이 집까지 바라다 주시곤 했다. 자전거에서 떨어져 무릎을 다친 적도 있었지만 밤길이 위험하다며 자전거를 태워주셨다. 조그마한 것이 큰 가방에 눌려 키가 더 안 자라겠다며 걱정해주던 아버지 같은 선생님. 나는 그런 선생님이 좋아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선생님의 과목인 국어와 한문시간엔 미리 예습을 했고 누구보다도 성실히 질문에 대답해서 눈길을 끌었으며 국어와 한문 성적 또한 상위권이었다. 한없이 커 보이기만 하던 선생님.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데이 마케팅’이란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다. 특정한 날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고객들의 존재를 깨우치고 나아가 자연스럽게 관련 제품의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기법 중 하나다. 초콜릿을 선물토록 하는 밸런타인데이가 원조 격이며 끊임없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월14일 ‘다이어리데이’를 시작으로 12월14일 ‘허그데이’까지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년 열두달 없는 날이 없으며 매달 2~3개가 겹치기도 한다. 마치 ‘데이 마케팅’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11월만 하더라도 엊그제는 브라데이, 오늘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워킹데이 등 3개가 속해있다. 그 중에서도 브라데이는 여성속옷 전문 업체가 몇 년 전 브래지어와 유사한 형태의 8에 착안해 만들었다는데, 기발한 착상이라는 긍정과 지나친 상술이라는 부정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유독 기념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이용한 이 같은 데이 마케팅은 대표기념일마다 선물을 빙자한 고가의 상품이 오가면서 해마다 끊임없이 상업성 논란도 일고 있다. 빼빼로데이에 판매되는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빼빼로데이는 1994년 부산의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
키 작은 평화 /박일환 몽골 초원에선 키를 낮춰야 한다 아름다운 풀꽃들도 함부로 키를 높이지 않고 땅과 가까이서 붙어서 산다 그게 바람을 경배하는 자세임을 오래전부터 터득한 양과 염소들도 온종일 고개를 땅으로 향한 채 키 작은 평화를 제 입에 밀어 넣고 있으니 높아지기보다 넓어지려 애써 온 초원의 시간이 지금껏 달려온 사람의 발자국을 지우고 있다 -시집 ‘지는 싸움’(애지, 2013)에서 평화를 잃은 지 오래다. 모두 웃자라 키 큰 면모를 자랑하지만 내면은 연약하기 그지없다. 남을 누르고 높아지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시간들이 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언 앞에 고개 떨군다. 몽골에 있는 평화를 이 땅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절망에 하루하루 서럽다. 발밑에 낮게 숨 쉬고 있는 작은 목숨을 생각하며 조심조심 살아가야겠다는 바람 소리를 시 속에서 들었다. /이민호 시인
논어 구절 중 무신불립(無信不立)처럼 자주 인용되는 것도 드물다. 공자는 정치의 핵심으로 백성을 먹일 수 있는 넉넉한 식량(足食)과 군대(足兵)도 중요하지만 백성의 신뢰(民信)를 첫손으로 꼽았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개념을 빌리자면, 경제력과 군사력이라는 ‘하드 파워’도 중요하지만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받는 신뢰라는 ‘소프트 파워’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필자는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 날에 이 지면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9개월째로 접어든 지금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구체적 실천대책이 크게 미흡할 뿐만 아니라 의지마저 없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슬그머니 소득 70%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축소됐으며, 지급액도 최대 20만원까지 차등하는 방식으로 후퇴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겠다던 공약도 환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제외됐
양평지역 주민들이 지방공기업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방만한 운영과 관리감독 소홀, 138억원에 이르는 부채와 만성적자, 법령위반과 부패행위가 만연해 공익을 심각하게 해치고 거기에 혈세까지 낭비하고 있다는 게 청구 이유다. 지적한 내용의 면면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오죽하면 주민들이 국민감사를 자처하고 나섰겠는가. 그동안의 양평지방공사가 주민들의 눈을 피해 저질러온 행태가 짐작이 간다. 800여명의 양평군민이 지난 7일 감사원에 접수시킨 양평지방공사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서를 살펴보아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김덕수·윤칠선 전 양평군의원을 비롯한 양평군민청구대리인 대한변호사협회 ‘지자체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 변호사)가 작성한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2007년 1월 지방공사의 전신인 ‘물 맑은 양평유통사업단 영농조합법인’이 양평군에서 친환경 농업 벼 수매 자금 36억4천만원을 양도담보계약으로 빌렸으나 상환기한을 넘긴 채 수매 곡물 판매대금을 임의로 유용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51억원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11년 광역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포함, 94억원을 지원받아 66억원을 유용했다고 주
경기남부권 담당 비영리단체 日 최고 100명 방문할 때도 있어 상담자 대상 신용관리교육도 진행 서민 대부분 방법 몰라 더 큰 피해 막다른 길 내몰렸던 대기업 직원 개인회생제도 도움 받고 승진까지 체크카드 이용, 철저한 소비계획 등 평소 신용등급 관리 잘해야 빚 때문에 생활이 힘들다면 언제든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해 달라 “강자인 채권자를 상대로 약자인 채무자들의 편에 서서 손해를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신용사회라 불리는 현대사회에서 서민들의 신용회복과 관리에 도움을 주고 있는 이선인(46) 신용회복위원회 경기도지부장은 자기 자신의 부채와 신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쉽게 접하는 은행통장을 비롯한 신용카드, 각종 대출로 이어지는 금융거래가 현대사회의 필수로 정착하면서 어느 샌가 ‘신용’이라는 단어는 서민들 삶 깊숙이 들어오게 됐다. 하지만 곳곳에서 신용을 담보로 하는 금융거래로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신용불량자’라는 단어도 가까이 다가오게 됐다. 이선인 지부장은 “요즘 사회에서 각종 대출이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잡게 되면서 신용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