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지역 주민들이 지방공기업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고 한다. 방만한 운영과 관리감독 소홀, 138억원에 이르는 부채와 만성적자, 법령위반과 부패행위가 만연해 공익을 심각하게 해치고 거기에 혈세까지 낭비하고 있다는 게 청구 이유다. 지적한 내용의 면면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감안할 때 오죽하면 주민들이 국민감사를 자처하고 나섰겠는가. 그동안의 양평지방공사가 주민들의 눈을 피해 저질러온 행태가 짐작이 간다.
800여명의 양평군민이 지난 7일 감사원에 접수시킨 양평지방공사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서를 살펴보아도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김덕수·윤칠선 전 양평군의원을 비롯한 양평군민청구대리인 대한변호사협회 ‘지자체세금낭비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 변호사)가 작성한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2007년 1월 지방공사의 전신인 ‘물 맑은 양평유통사업단 영농조합법인’이 양평군에서 친환경 농업 벼 수매 자금 36억4천만원을 양도담보계약으로 빌렸으나 상환기한을 넘긴 채 수매 곡물 판매대금을 임의로 유용해 원금과 이자를 합쳐 51억원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2011년 광역 친환경농업단지 조성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포함, 94억원을 지원받아 66억원을 유용했다고 주장했다. 군은 2010년 지방공사 부채비율이 1천%를 넘자 자본금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16개 필지 토지의 현물출자를 결정했다. 따라서 군의회는 2011년 4월 현물 출자한 토지의 유용을 막고자 유용방지 확약서를 받고 출자에 동의했으나 지방공사는 같은 해 11월과 12월 현물 출자한 토지 2필지를 담보(채권 최고액 각각 10억8천만원, 12억원)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청구서에는 공사 조직에 공무원 친인척 등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과 함께 운영과정의 비리가 불거지면서 대표이사가 자살한 사건까지 있었다며 운영 실체를 파악하려면 전면 감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청구서 내용대로라면 지방공기업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다. 감독기관인 양평군 측의 묵인이 없었으면 가능하지도 않은 일들이다. 이를 보다 못한 주민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2002년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국민이 직접 요청할 수 있도록 도입된 국민감사청구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특별위원회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 같은 청구제도를 들고 나왔겠는가. 감사원은 그들의 답답함을 헤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