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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약속 살리기가 서민경제 살리기

 

논어 구절 중 무신불립(無信不立)처럼 자주 인용되는 것도 드물다. 공자는 정치의 핵심으로 백성을 먹일 수 있는 넉넉한 식량(足食)과 군대(足兵)도 중요하지만 백성의 신뢰(民信)를 첫손으로 꼽았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개념을 빌리자면, 경제력과 군사력이라는 ‘하드 파워’도 중요하지만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받는 신뢰라는 ‘소프트 파워’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필자는 지난 2월 대통령 취임식 날에 이 지면을 통해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9개월째로 접어든 지금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구체적 실천대책이 크게 미흡할 뿐만 아니라 의지마저 없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슬그머니 소득 70%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축소됐으며, 지급액도 최대 20만원까지 차등하는 방식으로 후퇴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국가가 전액 부담하겠다던 공약도 환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제외됐다.

무상보육 국고 지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선 직전에 필자가 위원장을 맡았던 지방재정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현행 서울시 20%, 지방 50%로 돼 있는 국고보조율을 서울 40%, 지방 70%로 20%포인트 상향하는 영유아보육법을 통과시키기로 결의안까지 채택해놓고, 이제 와서 입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10%포인트만 올리겠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국민행복 첫걸음이라고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민주화는 인수위 시절부터 국정비전에서 슬그머니 빠지더니, 이제는 아예 속도조절론에 가로막혀 동력을 상실해버렸다. 이처럼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약속 파기가 심각하다보니 후보 시절에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던 대통령의 이미지가 변칙과 불신의 상징처럼 변해버렸다.

지금 우리 앞에는 양극화 심화,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화, 최악의 노인빈곤율 등 숱한 사회적 난제들이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다. 가계부채가 1천조원에 육박하고, 아파트 전세금도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어서 중산층이 서민으로, 서민이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공약했던 약속들을 살려내야 한다. 민주당은 필자를 위원장으로 약속살리기위원회를 구성,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파기한 공약 중에서 서민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최우선적으로 살려내어 법안심사와 예산심의에 반영하는 것을 이번 정기국회의 주안점으로 삼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재정정책을 통해 지난 이명박정부 5년에서 박근혜정부로 이어진 부자감세를 철회해야 한다. 당장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현행 3억원에서 1억5천만원 초과로 확대하고, 법인세를 이명박정부 부자감세 이전으로만 환원해도 연간 5조원이 넘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밖에도 재벌 최저한세율을 현행 16%에서 18%로 올리고, 재벌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제도를 대폭 정비한다면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분과 합쳐 모두 연간 10조원의 복지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조세재정연구원의 작년 말 비밀 보고서를 보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대대적인 부자 증세를 단행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워렌 버핏,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이 세금을 더 내겠다고 했던 것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도 부자증세를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복지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내수 진작의 물꼬를 터야 하며, 이것이 서민경제의 불씨를 살리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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