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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대목 썰렁한 호프집…” 얼어붙은 소비 동향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중앙, 12.26자). 다행인 것은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지역화폐 예산이 국회에서 3525억 증액됐다는 전언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경제 어려움 속에서 민생과 취약계층을 지키는데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 지역화폐는 이미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지만, 앞으로 추경 등을 통해 수요에 맞춰 추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경기신문, 12.26자). 지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목하 매출 부진과 부채 상환에 정신 줄을 놓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겐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경제가 잘 돌아가고, 대·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면, 국민의 소비가 늘면서 자영업자도 덩달아 신바람이 날 것이다. 그러나 경기 전망은 매우 부정적이다. 긴장해야 한다. 지역화폐로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하지 못하면 종국엔 국가를 지킬 수 없게 된다. 통화량은 정해져 있는데 지역주민이 대기업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게 되면, 지역의 돈은 중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의 눈물은 마를 겨를이 없다. 이런 것 막아보자는 게 지역화폐다. 우리나라엔 편의성이 좋은 화폐 지불 시스템이 많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지난 23일은 내가 30년 철도기관사생활을 끝내고 마지막 열차를 운행하는 날이었다. 이제 연말까지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 내게 주어진 유일한 유급휴일이다. 퇴근하며 주변사람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데 후배인 모팀장이 잔뜩 미안한 얼굴로 말을 건넨다. “형님, 저.. 내일 혹시 승무가능하십니까?” 사연인즉 며칠전 사무소에 코로나환자가 5명이나 발생하여 인력이 태부족이란다. “아무리 짜내도 탈 사람이 형님밖에 없습니다” 애원하는 후배의 말에 차라리 웃으며 답했다. “그래, 퇴직하면 실컷 놀건데 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나는 부산신항만으로 출근해 33량 컨테이너열차를 경부선으로 끌고 나갔다. 등뒤에서 쿵쿵거리는 디젤기관차의 엔진소리가 정겹다. 기관차위에서 흰머리소년이 될 때까지 보낸 지난 세월처럼 남성현터널 주변에는 흰 눈이 쌓여있다. 돌아보면 대한민국의 역사만큼 철도도 격변의 시기였다. 124년의 철도역사를 거슬러 100년 동안 바뀐 것보다 최근 20년 동안 바뀐게 더 크다고 할 정도였으니.. 처음 입사했을 때는 한 달에 온전한 휴일 하루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군대막사 같은 곳에서 잠시 눈 붙이고 근무 나가기 일쑤였던 처지에서 지금은 매월 8~10일의
 
								
				사회구조의 개선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것을 사회의 외면적 형식의 변경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잘못된 생각은 사람들의 활동을 엉뚱한 곳으로 끌어들이고 만다. 사회생활은 사람들의 의식 위에 구축되는 것이지 학문 위에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문명은 무엇보다 먼저 도덕적인 문제이다. 만약 성실함이 없으면, 또 인간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존경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다시 말해 사람들에게 선덕이 없으면, 모든 것이 위험해지고,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학문도 예술도 영화도 산업도 미사여구도 경찰도 세관도, 토대가 없는 국가는 추악하고 불안정한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대중의 도덕성만이 모든 문명의 견고한 기초를 이룬다. 그리고 그 건물 네 귀퉁이의 주춧돌 구실을 하는 것이 의무이다. 조용히 나의 의무를 다하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야말로, 미래의 빛나는 세계를 구원하고 이를 지탱하는 사람이다. 아홉 명의 의인이 더 있었으면 소돔을 구할 수 있었겠지만, 민중을 타락과 멸망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수천 명의 선인이 필요하다. (아미엘) 문제는 결코 그리스도교인가 사회주의인가 하는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양자
경기도 내 공공기관의 부정채용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채용실태 특별감사에서는 매년 상당수의 사례가 계속 적발되는 상황이다. 민관을 불문하고 채용은 철저하게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채용은 더욱 엄정해야 마땅하다. 수년래 이 나라가 입시부정, 채용 비리 문제로 얼마나 시끄러웠나. 공공기관의 부정채용은 철저한 관리와 감시 감독을 통해 일소하는 게 옳다. 경기도가 지난 7월 18일~8월 말까지 경기연구원 등 도내 2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실태 특정감사를 벌인 결과 19개 기관에서 총 25건의 부정행위를 적발했다. 기관경고 1건을 포함해 행정상 처분 25건, 7건 13명에 대해 신분상 처분이 이뤄졌다. 도의 채용실태 특별감사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 현황은 2017년 75건, 2018년 22건, 2019년 29건, 2020년 22건 등 허술한 인사관리 행태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적발된 사례들을 보면 제출서류 확인 소홀, 예비합격자 처리 실수, 자체 인사규정 누락 등 다양하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응시자의 재직 여부가 불투명한 비영리민간단체 경력서를 확인 없이 임
 
								
				1964년,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절해의 고도 로벤섬 감옥에 투옥되었다. 감옥은 다리 뻗고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좁았으며, 변기로 사용되는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만이 감방 구석에 있었을 뿐이었다. 면회와 편지는 6개월에 한 번 허락되었고 교도관들은 그의 전향을 강요하기 위해 견딜 수 없는 모욕과 강제노역 그리고 고문을 가하는 등 폭력은 일상적으로 가해졌다. 사회에서 변호사로서 받았던 인간의 품격은 상실된 지 오래되었다. 그가 감옥에 갇히자 가족들은 살던 집을 빼앗기고 흑인들이 모여 사는 변두리 지역으로 쫓겨났다. 수감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큰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장례식 참석은 허락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결혼한 큰딸이 자신의 아기를 데리고 면회를 와서 아기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그때 그가 손자에게 지어준 이름이 ‘아즈위(Azwie)’였다. ‘희망’이라는 글자였다. 로벤섬에서의 27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석방되어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희망없이 살아가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에게 희망이 무엇인지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보복이 시작될 것이라며 공포에 떨던 백인들에게도 오히려 흑인과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의 희망을…
 
								
				 
								
				미국 미네소타주가 영하 48도라는 뉴스가 전해진다.. 미네소타라면 미시간 5대호 옆에 붙어 있는 미국 최북단 도시이다. 워낙 추운 곳이긴 해도 영하 48도는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화됐다는 얘기다. 물론 ‘투모로우’가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을 그린 내용만은 아니다. 내 기억엔 이 영화는 부상(父性)의 가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이 메릴랜드 워싱턴D.C. 밑으로 밑으로 피난을 가려할 때 아버지 잭(데니스 퀘이드)은 아들 샘(제니크 질렌할)을 구하기 위해 뉴욕주의 뉴욕인지(컬럼비아 대학이었는지) 매사츄세츠의 보스턴인지(보스턴 대학이었는지)로, 그러니까 북으로 북으로 향한다는 이야기이다. 잭의 아내인 의사 루시(셀라 워드)는 그의 북상이 죽으러 가는 길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남편을 떠나보낸다. 아들을 꼭 구해 올 것을 믿는다면서. (가서 우리 아들 구해와!, 하는 것 같았다.) 난 그 옛날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그 장면이 꽤나 의미심장하게 보였다. 당시 2004년은 9·11 테러 여파가 심했을 때였다. 롤랜드 에머리히는 이 '얼척(어처구니)없는' 상업재난영화를 통해 놀랍
수원시의회가 지난 20일 열린 제372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3조 508억원 규모의 내년도 본예산을 의결했다. 시가 제출한 원안에서 212억원이 삭감된 것이다. 삭감 내용은 주민참여 예산 48억여원 중 41억원,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216억원 중 40억원, 군공항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비와 소음피해 및 주민건강 영향 실태조사비도 전액이다. 손바닥 정원 프로젝트 예산도 13억 3500만원 중 70% 상당을 삭감했다. 이 가운데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킴으로써 지방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 사용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주민은 누구나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사항을 해소하거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 예산 편성과정에서 주민의 참여를 법적·제도적으로 보장한다. 수원시는 2009년 8월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 2011년 7월 제1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했다. 수원시의 주민참여예산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고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7년 우수, 2018년 최우수, 2020년과 2022년 우수 자치단체로 잇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