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라고는 해도 비교적 한적하던 동네가 며칠 새 북적거리고 있다. 이름도 모르는 온갖 모종이 연둣빛으로 덮인다. 이른 아침이면 차에서 새로운 모판을 내리고 한나절이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모판으로 바뀐다. 상추, 토마토, 오이, 호박, 고추, 땅콩, 옥수수, 종류도 모르는 싹들이 모판에 칸칸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자신들을 데려갈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보이는 사람도 있고, 외지에 나가 살던 자식들의 차를 타고 오시는 어르신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나온 어린 꼬마들도 보인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주말이라 놀이공원이나 그밖에 아이들을 위한 곳을 찾아 즐거운 일정을 보내기도 하지만 부모님을 찾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며칠 뒤에 오는 어버이날은 평일이고 주중에 있어 멀리 사는 자녀들에게는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무리가 따르게 된다. 부모님께는 선물이나 용돈도 좋지만 자녀들의 잘사는 모습이 가장 큰 선물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더욱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자손녀들의 재롱을 보여드린다면 그 어떤 선물과 비교를 할 수 있을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모습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한 대를 넘어 손자손녀를 바라보시는 할아
윤창중씨가 11일 기자회견을 했다. ‘여성 가이드’의 허리를 한번 툭 쳤을 뿐이란다. 진실은 알 길 없으나, 그가 갑이고, 그 여성이 을인 건 확실하다. 청와대 대변인이면 갑 중에서도 슈퍼갑이다. 현지 채용된 여대생은 가이드가 아니라 대통령을 도운 인턴이다. 그래도 대변인 앞에서는 꼼짝없는 을의 신세다. 도망치듯 귀국한 슈퍼갑은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상관 ‘울트라 슈퍼갑’에게 사죄하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으나, 인턴 을은 미국 경찰이 한국으로 가버린 피의자를 ‘공정하게’ 수사해줄 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남양유업 ‘막말 밀어내기’의 주인공이 지난주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폭언 파일이 유포된 경위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이다. 나이 많은 대리점주에게 욕설을 쏟은 점은 인정하지만, 파일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과 다른 방향으로 문제가 왜곡되고 있어 견디기가 힘들다고 한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일부 대리점 업주가 남양 측과의 고소·고발전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일을 꾸민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주흘산(主屹山) 그녀 /김경은 늦은 걸음 시침(時針)을 끌어다 힘껏 동여맨 새벽하늘은 가장 가까이 누운 여인의 귀에 자명종(自鳴鐘)을 울린다 뒤척이다 보인 미끈한 속살 밤새 그녀를 덮고 있던 옅은 구름의 탄성 늘어뜨린 머릿결에 송정(松情)을 심어 사철 바람이 전하는 무수한 언어에도 그녀는 말이 없다 다만 삶의 무거운 짐 벗은 사람들 마음을 품고 가슴 언저리로 부는 샛바람에 날아오르는 새가 된다. 주흘산은 경북 문경시 문경읍 북쪽에 위치한 산이다. 산의 북쪽과 동쪽은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운달산과 그 왼쪽으로 멀리 소백산 등이 이어진다. 주흘산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면 시간이 그대로 정지했으면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멈출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이 시에는 그런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주흘산에서 그녀와 함께한 간밤의 시간은 느릿느릿 흘러갔으면 싶지만 매정한 새벽하늘은 시침을 끌어다 밤을 사라지게 한다. 간밤의 정취를 담아 그녀에게 정을 보내지만 어느덧 아침이 밝아오고 그녀는 말이 없다. 우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야 한다. 그것이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숙
모호한 ‘겸직금지’ 규정 유명무실 안전행정부가 최근 광역의원들에게 유급보좌관을 두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정발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 개정에 나섰다. 안행부는 TF팀을 통해 광역의회가 수년에 걸쳐 요구해온 유급보좌관제 도입은 물론 의회사무처의 인사권 독립 등 광역의원들의 활동 여건을 개선시켜 주는 대신, 회기 중 결석일수만큼 의정비를 삭감하는 등의 불성실 의원에 대한 패널티 적용을 비롯해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을 받아온 국외연수에 대한 제도개선, 모호한 겸직금지 규정을 명확히 하는 등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겸직금지’ 조항이다. 우선 현재 의정비 수준에서 다른 소득원이 없을 경우 의정활동에 무리가 따르는 것은 물론 겸직금지 범위가 확대될 경우 주민 대표성에 제한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겸직금지’에 대한 반대입장과 지방의원 겸직이 지방의회 조례 제·개정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감사 수행 시 이해 충돌 및 의정활동으로 취득한 정보의 사적인 이용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겸
‘박 대통령, 美의회 영어연설 40차례 박수 받았다는 기사와 함께 국문학과 폐지소식이 들리니 참 아이러니 하다’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경을 칠 노릇.’ 지금 인터넷에서는 배재대학교의 국문학과 폐지 방침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배재대는 지난 8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고 한다. 이제 국문학과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폐지이유는 취업률이 낮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전통의 사학인 배재학당을 계승했다고 자랑하는 배재대는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과 민족시인 김소월, 소설가 나도향을 배출했다는 점을 내세워 학교를 홍보해왔다. 배재대는 단과대 이름까지도 ‘주시경대학’, ‘김소월대학’으로 쓰고 있는 터여서 더욱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배재대만 국문과를 폐지한 것이 아니다. 이보다 훨씬 전인 2006년 광운대도 국문과 폐지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논산 건양대는 국문과를 폐지했으며, 또 청주 서원대도 지난해 국문과를 다른 학과와 통폐합했다. 이 시점에서 한 누리꾼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국문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고 있고, 역사교육은 왜곡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태인이나…
우리 고장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화성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또한 가보기도 쉬운 유적이다. 그래서 나도 1년에 2번 정도는 화성을 돌아보곤 했다. 올해도 화성을 돌 생각을 하던 차에 학교에서 ‘2013 수원화성돌기 행사’를 알려주었다. 올해 학교 역사동아리 ‘HIS’의 기장이 되었고, 신입 부원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이만큼 좋은 활동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학년 기장 형에게 행사에 대해 말씀드리고 부원들과 함께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행사 당일, 1학년 7명과 나, 그리고 4명의 3학년 형들이 화성행궁광장에 모였다. 신입 부원들은 아직 서로 얼굴을 잘 몰라 어색했지만, 행궁광장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친해지는 것 같았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매우 혼잡할 것 같아 시작과 함께 서장대로 올라갔다. 장안문으로 가는 길에서는 서북각루와 화서문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세 번째 장소인 창룡문을 거쳐 최근 복원된 마지막 장소인 봉돈에서 행궁광장으로 가는 길에, 통닭 골목이 있었다. 그 주변 지역이 수원고등학교가 현재의 자리로 옮기기 전, 원래 수원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우리 학교 현관에 옛날…
고령화 장수시대를 맞아 부모님께 효도는 말보다 실천이며 자주 찾아뵙는 것이다. 찾아뵙지 못할 경우에는 정보통신을 이용한 안부전화 한 통화도 효도의 지름길이며, 이를 실천하면 가정 행복의 로또가 된다. 경로효친사상은 말이나 구호보다 실천해야 보람이 있다. 효도는 백번을 강조해도 넘치지 않으며, 효도는 한 만큼 돌려받는다. 자녀는 부모의 행실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비싼 선물이나 물질도 중요하지만 따뜻하고 정성이 담긴 마음과 정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효도는 하면 할수록 크게 받고, 지켜보는 자녀도 배워 그대로 한다는 것이다. 5월은 계절의 으뜸이다. 이런 계절에 나아주시고 길러주신 늙으신 부모님을 찾아뵙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한다. 예전에는 대가족을 이루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가정교육이 전인교육이고 밥상머리교육도 실천교육이며 어른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환경이 가정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핵가족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어른과 멀리 떨어지거나 직장에 따라 주말부부가 있는가 하면 자녀 학교에 따라 가정이 나뉘거나 각자의 생활에 따라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진정한 효도는 되로 드리고 말로 받는 사랑이 된다는 사실 명심해야 하며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요약하면, 자신은 미국에서 “여성 가이드”를 성추행한 사실이 없으며, 말썽을 두려워한 이남기 홍보수석의 종용에 따라 귀국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해명도 이런 해괴한 해명이 없다. 그의 말이 진실이라도 문제이고, 진실이 아니라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 맞는다면 청와대의 비서진은 별 것도 아닌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든 격이 된다. 최대 동맹국을 국빈 예방하는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상황 판단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이런 수준의 인물을 발탁한 책임과 단호하게 처리하지 못한 책임이 문제가 된다. ‘윤창중 스캔들’은 애초에 미국에서 깨끗하게 처리했어야 한다. 윤씨와 이 수석 간에 진실공방이나 벌일 문제가 아니다. 윤씨는 자신의 말대로 여성 인턴의 허리를 한 번 쳤을 뿐이라면, 누가 지시를 했든 안 했든 현지에서 끝까지 당당하게 해명을 했어야 옳다. 도망치듯 귀국해서 국가 망신은 다 시켜놓고 뒤늦게 이런 변명을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미국에 건너가서 미국 경찰의 수사를 받기 바란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입을 다물고 있어
홀로 부모님 모시다 학도병 징집 첫 전투에선 한 발도 못 쏴 정식 배치 후 한자로 이름 적었더니 전투 투입 대신 일지 작성 업무 전우 죽음 소식에 갑종장교 지원 8사단 소대장으로 854고지 부임 부대원 사기 높이려 선두 지휘 전쟁 공포 소대원 요지부동 ‘애먹어’ 열세 ‘방망이고지’ 경계 서던 중 잠시 호를 나온 사이 폭격에 매몰 중공군과 육탄전… 가까스로 탈출 지형능선 야간작전 중 수류탄 폭발 목숨 건졌지만 뇌 일부 제거 파편 일부 거뭇거뭇 남아 뇌수술 후유증으로 요양생활 수개월 후 보란듯이 건강 되찾아 사무실에는 서예작품이 여러 점 걸려 있었다. 때때로 6·25의 기억을 시조형식을 빌어 쏟아내기도 한다. 지회 회원들이 매년 6월 25일이면 부르는 ‘참전자의 애화’ 역시 직접 작사한 곡이다. 그러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불쑥 “머리가 반이 비었다”는 말이 말문을 막았다. 걷어 올린 팔 곳곳에는 수류탄 파편 조각들이 거뭇거뭇 존재를 드러내고 있어, “어려서 공부만 제대로 했으면 큰 사람이 됐을 거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