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美의회 영어연설 40차례 박수 받았다는 기사와 함께 국문학과 폐지소식이 들리니 참 아이러니 하다’ ‘세종대왕이 하늘에서 경을 칠 노릇.’ 지금 인터넷에서는 배재대학교의 국문학과 폐지 방침에 대해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배재대는 지난 8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폐합했다고 한다. 이제 국문학과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폐지이유는 취업률이 낮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평소 전통의 사학인 배재학당을 계승했다고 자랑하는 배재대는 한글 연구의 개척자 주시경과 민족시인 김소월, 소설가 나도향을 배출했다는 점을 내세워 학교를 홍보해왔다. 배재대는 단과대 이름까지도 ‘주시경대학’, ‘김소월대학’으로 쓰고 있는 터여서 더욱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배재대만 국문과를 폐지한 것이 아니다. 이보다 훨씬 전인 2006년 광운대도 국문과 폐지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논산 건양대는 국문과를 폐지했으며, 또 청주 서원대도 지난해 국문과를 다른 학과와 통폐합했다. 이 시점에서 한 누리꾼의 글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국문과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고 있고, 역사교육은 왜곡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태인이나 중국의 화교들이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굳건한 토대를 마련한 것은 그들의 언어와 역사를 한시도 잊지 않고 교육한 결과입니다. 언어와 역사를 잃으면 민족이 사라집니다.’
인문학의 바탕인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홀대하는 나라치고 후진국 아닌 나라가 없다. 이런 나라는 미래도 없다. 배재대는 올해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다. 쉽게 말해서 학생들의 취업률이 부족하면 대학 평가점수가 깎이고 점수가 낮을 경우에 재정지원이 제한되는 것이다. 참 한심하다. 대학이 무슨 취업 전문 기술학원인가? 청년들의 취업은 국가가 노력해야 할 문제다. 이 문제를 국가는 대학에 떠넘기고 대학은 학과 교수들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이제 인문학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취업률로 등급을 정하는 대학평가 방법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한글날은 1949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정 당시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넓게 형성됨에 따라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위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 우리글과 우리글을 사용하는 국문학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끝내 중국과 일본의 속국이 되지 않았다. 공감하시는가? 정부에서 국문과 폐지를 금지하는 강제 규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