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 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귀가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고운기 시집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 창작과 비평사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새롭다거나 낯선 거리는 얼마만큼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진다. 처음으로 디뎌본 길, 처음으로 맛본 음식, 처음으로 느껴본 감정…. 사람들과 사물들도 마찬가지다. 오래되면 될수록 시간의 연륜이 배어 나오는 장롱처럼 시간은 언제나 기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를 맡긴다”는 것은 온전히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다. 기억 속에서 기억하는 “나”는 언제나 새롭다. “새로운” 나는 언제나 “오래”된 “
생명도시 시흥시가 ‘녹색레저산업과’를 신설하고 레저문화 선도에 나선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 시는 미래의 고용 및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타 시와 차별화된 녹색생태자원을 적극 활용, 새로운 성장동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시는 올 한해 갯골물길, 저수지, 바다 등 수변경관자원과 넓은 벌판, 산림 등을 활용한 요트, 승마 등 녹색레저산업 육성을 통해 미래 100년의 먹거리가 될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밑그림에 색채를 입힌다. 녹색레저산업과 신설을 계기로 전천후 레저도시로 탈바꿈 할 시의 관광·레저산업에 대해 알아본다. 녹색레저산업과 시흥시는 올해 녹색성장과를 폐지하고 물왕저수지에서 오이도를 연결하는 국립습지공원, 해양레저스포츠 단지 개발 등을 전담하는 녹색레저산업과를 신설했다. 녹색레저산업과는 ▲말산업 및 요트기반시설확보, 스포츠복지 구현을 위한 ‘레저산업팀’ ▲조화로운 연안 관리와 지속가능한 해양인프라 구축을 위한 ‘해양수산팀’ ▲시 중앙을 흐르고 있는 물길을 따라 수변생태관리 및 자원개발을 추진할 ‘수변생태팀’ ▲오
수년 간 신문,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일러스트를 기고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남동윤 작가. 그는 자신의 작업실을 ‘다양하고 맛있는 메뉴가 즐비한 음식점’에 비유하며, 자신은 ‘고객들의 만족에 최선을 다하는 그림요리사’라고 강조했다. 잡지 표지나 단행본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작업과 인물을 묘사하는 캐리커처 작업, 만화작업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는 남동윤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나봤다. 일반 작가들과 다르게 다양한 작업을 고집하고 있는 남동윤 일러스트레이터는 “만화든 일러스트든 형식에 상관없이 그리는 일 자체가 좋았다”며 “고객들에게 그림을 통해 다시 만족감을 주는 일이 가장 큰 기쁨이고, 다양한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아 일을 하다보니깐 자연스럽게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한 그는 “과제물로 일러스트나 캐리커처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포트폴리오가 많이 생겨 일러스트란 직업을 생각하게 됐다”며 “몇몇 출판사에 그동안 작업했던 포트폴리오를 보냈고, 대학 3학년 때 처음으로 지역신문사에 의뢰
“요리도 요리 나름이지요. 맨 먼저 주린 배만 채워주는 양으로 먹는 요리, 그 다음은 입이 즐거운 맛으로 먹는 요리, 색깔이나 모양이 그럴듯한 눈으로 즐길 수 있는 멋으로 먹는 요리, 최종적으로는 혼과 열정을 예술로 담은 요리와 같이 배 농사도 예술로 지어보려고 합니다.” 중식 조리사를 그만두고 배 농사를 짓고 계시는 송일섭 사장의 철학이다. “처음에 배면 다 똑같은 배인 줄 알았지, 이렇게 모양도 맛도 다른 배가 많다는 사실을 배 신품종 소비자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고, 이제는 어떤 배가 맛있는 품종인지 홍보를 하고 다녀요.” 배 신품종 소비자 서포터즈의 말이다. 열정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 철학과 소비자들과 나누는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공유되면서 우리 배의 나아갈 방향과 이미지를 엮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좀 더 파급력 있고 경쟁력 있는 배 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지금 배는 시장 판매대 위에서 다른 과일들과 경쟁 중이다. ‘명절의 차례나 제사 때에 쓰이는 과실’이라는 한정된 용도로 소비되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쉽게 선택될 수 있는 그들만의 감
지난해 민·관의 협력기구인 수원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활동의 일환으로 홍콩연수를 다녀왔다. 홍콩의 사회복지제도와 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연수에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홍콩 사회복지의 현재를 있게 한 주된 근간 중 하나인 기업의 기부문화에 대한 적극적 인식에 대한 것이었다. 정부가 50~60%의 재정을 지원하면 나머지 재정은 민간에서 확충되는 시스템으로, 대표적인 예가 2천 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하는 Caring Company와 Jockey Club의 기부 활동이다. 기부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이러한 기부가 기업의 또 다른 이익창출로 이어진다는 사고(思考)의 긍정성을 바탕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무형의 홍보 효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이들의 자립이 결국 홍콩의 사회 안전망 확대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얻은 이익을 국민에게 돌리겠다는 홍콩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식과 이를 지지하며 동참하는 국민들의 의식은 홍콩 사회복지의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쌍용차와 현대차로 이어지는 희망버스는 멈출 줄을 모르고,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형마트는 주말에 휴업을 하라는 정부의 규제조치에 대해 평일 자율
일선 지자체들이 기간제 보건직들의 무기계약직 자동 전환을 피하기 위해 계약 시점에서부터 각종 ‘꼼수’를 부린다는 소식은 사실 그리 새롭지 않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고 ‘11개월 계약 후 해고, 한 달 후 재계약’ 따위 편법이 관행처럼 횡행한 지 오래다. 문제는 일반 기업의 ‘꼼수’를 바로잡아야 할 국가와 지자체가 합작해서 ‘꼼수’를 만들어내는 일이 버젓이 지속된다는 데 있다. 이러면서 걸핏하면 일자리 몇 만개 창출을 외치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국가와 지자체가 법만 제대로 지켜도 고용사정은 한결 나아질 게 분명하다. 현재 도내 31개 시·군에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사회복지사 등 508명이 기간제 보건직으로 채용돼 있다. 이들이 맡은 업무는 주로 보건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층을 방문 관리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보건분야 17개 사업을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 사업으로 일원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들은 이들과 고용계약을 할 때 1년 단위 혹은 ‘600일 이내’ 등 ‘꼼수’를 마다하지 않는다 한다. 보건복지부가 2년 이상 지속 근무를 한 경우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했지만, 그 이후 인건비를 감당할 수…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은 전통문화자원이 풍부한 도심 내 위치하고 있다. 교통의 주요 요지로서 골목길 문화와 오래된 전통의 재래시장, 주민 참여의식 등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특성은 외국인 배낭 여행자, 즉 개별관광객들의 구미에 맞는 조건인 것이다. 그런데 수원은 숙박을 하고 가는 국내외 개별 관광객들이 많지 않다. ‘수도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잠시 거쳐 가는 여행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수원은 하루 만에 지나치기엔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계절별로 다른 아름다움을 보이는 화성을 비롯한 세계문화유산과 수원화성문화제 등 많은 축제와 무예24기 공연 등이 열려 볼거리가 풍부하다. 개별여행자들은 단체 관광객들처럼 호텔에 묵고 주마간산 식으로 돌아보며 사진만 찍고 가는 여행패턴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골목과 시장, 그 지역만의 특색 음식을 파는 오래된 음식점 등을 선호한다. 수원은 그런 면에서 외국인 개별 여행자들이 선호할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쉬운 것은 주민들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다. 김흥식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에 발표한 ‘도심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개별관광객 숙박인프라 확충 방안’에서도 이 점을 짚은바 있다. 수원시
지지난 ‘불금’ 밤, 늦게 귀가했다가 우연히 <에린 브로코비치>를 보았다. 꽤 오래 전 본 영화인데, 괜스레 한 번 더 끝까지 보고 싶었다. 사흘 뒤 불산 누출사고 소식을 접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TV를 켰을 때 에린(줄리아 로버츠)은 변호사(앨버트 피니) 사무실에서 막 쫓겨나고 있었다. 거대 에너지 기업 PG&E가 힝클리 마을 주민들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파헤치러 1주일 사무실을 비웠다가 무단결근으로 해고당하는 장면.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서는 에린, 그러나 집에 돌아와 산더미 같은 청구서를 보며 절망하는 에린. (줄리아 로버츠를 다시 봤다. 그녀는 이 영화로 200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노 변호사역 앨버트 피니는 두 상 모두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에린은 이미 PG&E가 인체에 치명적인 6가크롬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손에 넣은 다음이었다. 변호사는 어쩔 수 없이 두 번 이혼하고 애가 셋인데다, 예쁘기만 할 뿐 거칠기 짝이 없는 에린을 다시 찾아온다. 그 자리에서 급여 100% 인상 약속을 받아내
“아버지 편안히 계시는지요? 벌써 아버지 가신 지 49일이나 지났습니다. 아버지 모습이 몹시 그리워 동트기 전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아버지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미어집니다. 아버지, 홀로 계신 어머니께도 전화 자주 드리고 자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저희들 서로 아껴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들 흐뭇하게 지켜봐 주시고 편안히 잘 가세요. 아버지--- 아버지--- 막내아들 올림.” 살가운 후배가 부친상을 당한 후 49재를 맞아 ‘아버님 전상서’라는 애달픈 사부곡(思父曲)을 SNS에 올렸다. 평소 막내아들이어서 더욱 귀여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공직자였던 부친을 사표(師表)로 공직에 들어선 그였다. 평소 몸가짐이 바르고 빈틈이라고는 없었지만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는 황망함에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선명했다. 6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그리움이 온 몸에 투영돼 있었다. 필자도 15년 전, 60대 중반이던 아버지가 암과의 짧은 싸움 끝에 허망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 중 발견된 암은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할 수 없다며 포기하기까지 불과 1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돌아가시기까지 3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