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청문회’가 깊은 탄식만 남기고 끝났다. 제기된 의혹이 10여 가지에 이르지만 명쾌한 해명은 별로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이런 민망한 일들까지 했을까 싶은 얘기도 있었다. 청문회 막바지에 제기된, 공금으로 ‘돈놀이’를 한 게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이 후보자는 공금과 개인 돈을 섞어서 사용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시인했다. 만약 하위직 공직자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 발각됐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징계감이다. 설사 자질이 매우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걸 사소한 흠결이라고 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야당의 공세를 일단 낙마시키기 위해 퍼붓는 무차별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청문회의 취지가 사실을 드러내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있는 만큼 의혹제기 자체를 덮어놓고 매도할 일은 아니다. 후보자가 정당하다면 시원하게 밝히면 된다. 해명 안 된 의혹도 덮고 가자는 여당의 논리야말로 밀리면 안 된다는 진영논리의 발로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헌법재판관 검증 과정에서 두 차례나 상대 진영 추천자를 낙마시켰던 현 여당이 이제 와서 다른 잣대를 앞세우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치권의 행태는 별 문제로 치더라도…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을 놓고 버스업계와 택시업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2일 택시법을 거부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대중교통 육성·촉진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는 재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무위원들이 이 법을 거부한 이유는 ‘다른 운송 수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택시에만 연간 1조9천억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택시법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 인터넷에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제일 잘한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거부권행사가 ‘잘한 결정’(62.5%)이란 응답이 ‘잘못된 결정’(23.4%)이란 응답보다 2.7배나 많았다. 앞으로 택시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미 국회의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택시법에 찬성한 바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도 국회가 재의결하면 법안은 그대로 시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정부가 택시법을 거부하자 택시업계는 전국 택시를 서울로 집결
그리스 신화에는 시지프스와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지프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신들의 편에서 보면, 엿듣기를 좋아하고 특히나 신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점에서 심히 마뜩찮은 존재였다. 어느 날 시지프스는 제우스가 독수리로 둔갑해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해 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잠시 궁리한 끝에 시지프스는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강신(降神) 아소포스를 찾아가 그 사실을 일러바쳤다. 자신의 비리를 일러바친 자가 다름 아닌 시지프스라는 것을 알게 된 제우스는 하데스를 통해 그에게 형벌을 내렸다. 하데스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위는 곧 굴러 떨어져 버렸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일을 영원히 하게 된 것이다. 실존주의 소설가 카뮈는 실패할 것을 알고 있지만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
이런 직장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월요병이 없는 직장,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쓸 수 있는 직장, 자녀를 데려오면 환영하고 보살펴주는 직장, 운동을 하거나 별 생각 없이 쉬는 것도 근무에 포함되는 직장, 직원들이 그렇게 ‘딴 짓’을 하거나 눈에 안 띄어도 사장이 불안해하지 않는 직장, 직원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일하는 직장, OECD 복지상위 국가만큼 적은 시간만 일해도 매출이 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직장. 꿈같은 그런 직장이 경기도에 있다. 올해 1월 초, SBS에 소개되어 대중에게 알려진 제니퍼소프트라는 회사이다. 파주시에 위치한 제니퍼소프트는 애플리케이션 성능관리 솔루션, 쉽게 말하면, 인터넷 뱅킹이나 온라인 수강신청 같은 웹 기반 서비스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다. 제니퍼소프트의 직원 복지 제도는 그야말로 깨알 같다. 4층짜리 건물 지하에는 수영장과 스파가 있어서 근무시간 언제라도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다. 직원 자녀를 위한 키즈룸도 있어서 부모와 함께, 또는 방과 후 회사로 오는 아이들을 돌봐준다. 주 35시간 근무, 연 20일 기본 휴가, 5년 근속에 2주 휴가와 해외 가족 여행, 10년 근속에 2
마침내 ‘보통변호사’의 시대가 열렸다. 변호사들의 직선제로 처음 치러진 대한변호사회 회장 선거에서 위철환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선거가 시작될 무렵 위 회장의 당선을 점치는 법조 인사들은 드물었다. 그는 대한변호사회 회장의 기본조건으로 치부되던 판검사 출신도 아니고, 서울대를 나오지도 않았다. 지방에 뿌리내린 판사를 향판(鄕判)이라고 한다면 위 회장은 향변(鄕辯)이 틀림없다. 4명이 출마한 1차 선거에서 그가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하자 모두가 선전을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당선은 설마 했다. 상대는 3가지(서울출신, 서울대, 재조경력)를 갖춘 막강한 상대였고, 무엇보다 자존심 강한 변호사들이 향변을 자신들의 대표로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그런데 그가 당선됐다. 언론은 야간대학을 다닌 시골 변호사의 당선을 신데렐라로 묘사했다. 하지만 그를 신데렐라가 아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인물로 풀이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무소불위의 보검을 휘두르던 검찰이 시대적 요청에 따라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법원 역시 구중심처에 숨어 좀처럼 자기색깔을 드러내지 않던 판사들이 SNS나 각종 매개체를 통해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나서면서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러한 흐름 속
열린 감옥 /김나영 지구의 한켠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경전(經典)은 나를 비껴 지나갔다. 파래서 너무 파래서 팡! 쏴 갈기고 싶은 하늘 아래 나는 치명적으로 젊고 건강하다. 출처- 『왼손의 쓸모』 / 206년 천년의 시작 가을 하늘이 너무 파래서 지천에 봄꽃 만발해서 신록이 미치도록 푸르러서 슬펐던 적이 있다. 제도가 한 개인한테 부과한 페르소나에 충실해서 살다보면 스스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신년에 한 친구는 사람의 기억이란 지워지지 않는다며 죽은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 아닌 각오를 문자로 보내왔다. 헉! 죽은 뒤까지 감옥에 갇혀야 하는구나. 덜컥! 고로 상상 속에서만 “치명적으로 젊고 건강하고” 자유다.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화로 숲이 사라지고 물길이 덮이고 논이 아파트로 변화가면서 공원이 도시인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편할 때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원에서 운동하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이면 먼 곳에 있는 산이나 강가로 나가기보다는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족들이 함께 나가 꽃과 나무를 관찰하며 자연을 체험하기도 한다. 운 좋은 날에는 공원에서 열리는 음악회도 볼 수 있으며 공원에 텃밭을 조성하여 아이들과 함께 가꾸고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공원이 삶에 지친 도시인의 치유 공간이 되기 시작하였으며 마을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연대의 마당으로 변하고 있다. 공원에 대한 법률적 해석은 ‘공공녹지(公共綠地)의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쉬거나 가벼운 운동 혹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정원이나 동산’이다. 공원을 규정하는 주요 단어는 공공성과 녹색, 그리고 삶의 만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면적을 비교하면서 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공원이 갖고 있는 공공성에서 출발한다. 사적 공간인 개인정원이 아닌 공동의 정
최근 필자의 강의를 듣는 20대 대학생들에게 ‘복부인’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200여 명 중에 아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다소 의외이지만 부동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부동산 투기로 큰 이익을 꾀했던 가정주부’들이 자취를 감춘 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음이 감지된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무조건 투자하면 수익이 생기는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 내지는 안정기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시장가격은 횡보하든지 아니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성쇠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조만간 18대 새 정부가 들어서기에 많은 국민은 부동산 시장을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기준 78%나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30%대인 것에 비하면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 것이 새 정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양 혹은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국공립보육시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특히,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전면무상보육 공표 이후 필자가 거주하는 젊은 부부들이 밀집한 신도시의 국공립보육시설 대기자는 100명을 웃돌 정도다. 부모들은 왜 국공립보육시설을 선호할까? 그 이유는 민간·가정어린이집에 비해 규모가 크고, 지자체의 관리감독으로 운영(회계)이 투명하며, 지자체의 재정지원으로 재정능력이 탄탄하다. 또한 보육교사 채용방법(공개채용)이 적절하고, 지자체의 인건비 지원으로 보육교사의 전문성이 높으며, 이직률이 낮은 점 등으로 추릴 수 있다. 이런 이유는 결국 민간과 가정어린이집에 비해 질 높은 보육서비스가 제공될 거라는 기대와 신뢰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국공립보육시설을 운영할 수탁체 선정은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육정책위원으로 시립어린이집 신규 및 재위탁을 심의한 결과, 수탁체 선정방법은 상당부분 합리적이지 못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에 시립어린이집에 갖는 신뢰와 기대와는 상반된, 그야말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 시립어린이집 민간위탁 방식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