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을 놓고 버스업계와 택시업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2일 택시법을 거부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대중교통 육성·촉진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는 재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무위원들이 이 법을 거부한 이유는 ‘다른 운송 수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택시에만 연간 1조9천억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택시법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
인터넷에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제일 잘한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거부권행사가 ‘잘한 결정’(62.5%)이란 응답이 ‘잘못된 결정’(23.4%)이란 응답보다 2.7배나 많았다. 앞으로 택시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미 국회의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택시법에 찬성한 바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도 국회가 재의결하면 법안은 그대로 시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정부가 택시법을 거부하자 택시업계는 전국 택시를 서울로 집결시켜 비상총회를 여는 등 강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 특히 서민들만 또 교통난에 고생하게 됐다. 지난해엔 택시법에 반발하는 버스업계의 파업에 발이 묶인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우리는 택시업계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 물론 버스업계의 입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재정상황이다. 택시법이 시행될 경우 모든 지자체들은 재정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다. 경기도의 경우 택시법이 시행될 경우 당장 공영차고지 건설비, 과잉공급 택시 감차보상비, 정류장 시설개선금, 자녀 학자금 등 연간 400억∼500억원의 도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내 대부분의 지자체는 ‘빠듯한 예산으로 택시정책 지원금을 추가로 떠안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정된 택시법보다 택시의 과잉공급을 해소하고 고급화하는 ‘택시산업 발전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택시업계, 종사자 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과 충분한 국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택시업계에도 바란다. 많은 국민들은 불친절, 승차거부 등이 개선되지 않는데 택시법이 왜 필요하냐는 비판을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택시업계의 노력이 먼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