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속하게 진행된 도시화로 숲이 사라지고 물길이 덮이고 논이 아파트로 변화가면서 공원이 도시인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편할 때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원에서 운동하고,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말이면 먼 곳에 있는 산이나 강가로 나가기보다는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족들이 함께 나가 꽃과 나무를 관찰하며 자연을 체험하기도 한다. 운 좋은 날에는 공원에서 열리는 음악회도 볼 수 있으며 공원에 텃밭을 조성하여 아이들과 함께 가꾸고 나눌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공원이 삶에 지친 도시인의 치유 공간이 되기 시작하였으며 마을공동체를 회복해 나가는 연대의 마당으로 변하고 있다.
공원에 대한 법률적 해석은 ‘공공녹지(公共綠地)의 하나로, 여러 사람들이 쉬거나 가벼운 운동 혹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정원이나 동산’이다. 공원을 규정하는 주요 단어는 공공성과 녹색, 그리고 삶의 만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면적을 비교하면서 그 도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공원이 갖고 있는 공공성에서 출발한다. 사적 공간인 개인정원이 아닌 공동의 정원, 즉 공원이기 때문에 공원면적은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행복의 크기와 비교될 수 있다. 더욱이 도시인들에게 녹색이 주는 만족감은 누구나 한두 번씩은 체험하였을 것이기에 여러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도시들이 예외 없이 넓은 공원면적을 자랑하고 있음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경기도민 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면적은 6.69㎡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세계적 기준인 9㎡에도 미치지 못하고 뉴욕(23㎡)이나 런던(27㎡), 토론토(29.7㎡) 등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현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도시 공원면적을 늘리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숙제다. 그러나 열악한 지자체 재정능력을 감안하면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도심 공간을 녹색으로 바꾸는 일이며, 또 다른 하나는 기존 공원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옥상 텃밭, 상자 텃밭, 마을 텃밭, 쌈지 공원 등을 통해 녹색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동네 골목길도 이웃과 함께 녹색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자투리 공간에 농사를 짓거나 숲을 만들어 마을공동체를 되살려나가는 사례도 많이 있다. 도시농업이 녹색공간을 확장해 주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훼손된 운동기구와 잔디밭으로 방치된 공원을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여 채소원도 만들고 큰 그늘을 제공할 수 있는 나무를 심어 공원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공무원이 독점(?)하던 공원관리를 주민이 스스로 나서서 아이들이 참여하는 체험활동도 하고, 작은 공간에는 북 카페도 만들어 운영하며 공원 거버넌스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공원을 치유와 연대의 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생산과 나눔의 공간으로 바꾸어가는 것이다.
공원을 개인과 가족만의 휴식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치유하면서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연대의 공간으로,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즐거움을 생산하고 그것을 이웃과 나누는 마당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공원이 진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