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자기 자신을 영원하고 무한한 영혼으로, 다시 말해 현상으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물자체(物自體)로서 시공을 초월한 영혼으로 의식하는 데 있다. 몸뚱이는 외물입니다. 정신이 잠깐 머무는 여관입니다. 이 여관이 무너지는데 그 여관을 갖다가 아무개가 묵은 여관이라고 하며 쓰러진 집을 보고 기념한다고 말합니다. 자손을 두는 것도 치장하려는 것입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무사가 배를 타고 가다가 칼을 물에 빠트렸는데, 그 칼을 찾으려고 떨어뜨린 뱃전에 표시를 해두었다는 말입니다. 제 무덤을 치장하겠다는 것은 이런 짓과 같습니다. (류영모) 진정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부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진정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서 선으로 인정하는 것에 이끌리지 말고, 진정한 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자율적인 정신적 탐구욕보다 존엄하고 생산적인 것은 없다. 무엇보다 먼저 인생의 모든 일에 대해 그러한 태도를 갖고 그런 다음에 직면하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에머슨) 역사는 심판이 동시에 또 예언이다. 미래에 대한…
콘크리트 틈 흙먼지에 제비를 기다리는 마음들 옹기종기 나와 앉았네. 쫓겨가던 여진족의 머리채를 닮아 오랑캐꽃이라고도 하는, 제비가 찾아와 첫입술 대도록 실핏줄 터진 보랏빛 눈망울들. 부르면 푸른 잎 칼을 들고 일어서 우루루 걸어나올 것도 같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5월이면 이 땅 곳곳에 울려 퍼질 ‘5월의 노래’를 애국가로 부르면 어떨까. 이 땅 곳곳에서 들고일어날 이들과 퍼부어질 독설이 예상된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노래는 극우 쪽에서 ‘운동권, 종북좌파 선동가’라고 오랫동안 매도했다. 1997년, 김영삼 문민 정부가 들어서면서 5.18 기념식에서 불리기 시작했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다시 하대 당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입지를 세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극우 쪽에서 이 노래를 싫어하는데는 ‘국가전복세력인 빨갱이 노래’라서 말고도 적나라한 가사에도 이유가 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흩어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어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왜 찔렀지 트럭에 실려 어디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 개 핏발 서려 있네/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진보 쪽에서도 이 노랫말이 미래의 희망과 국민화합을 담아야할 애국가에는 맞지 않는다 할 듯싶다. 그렇다면 아래 노랫말은 어떤가. .....우리에 대항하여 압제자의 피 묻은 깃발이 일어났도다/ 들리는가 저 들판의 흉포한 적들이 우리 아내와 아이들의 목을 따기 위해 으르렁대는 소리가/ 무기
1. 1999년에 부산에 왔다. 오랫동안 집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두 가지를 구독했다. 종이신문 전성기이기도 했지만 일종의 의무감이 컸다. 부산 하고도 해운대에는 두 신문의 독립지국이 없었다. 동아일보 지국에서인가 위탁배달을 했다. 밀림처럼 고층아파트가 빽빽한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한겨레나 경향 받아보는 집이 100 곳도 안 된다는 한탄 같은 한숨을 (일찌감치 안면을 튼) 지국장한테서 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아침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 신문을 펼치면 훅 풍겨오는 잉크냄새가 좋았다. 물론 더 좋은 건 예기(銳氣)로 번쩍이는 헤드라인과 지사적 풍모가 물씬한 칼럼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일이었다. 대학교수가 비교적 자유로운 게 출근시간이다. 그렇게 술렁술렁 신문을 넘기는 것이 하루를 여는 나의 즐거움이었다. 이제 그런 시대는 갔다. 신문산업을 둘러싼 미디어생태계가 눈이 휙휙 돌 정도의 속도로 급변했다. 종이신문의 퇴조는 되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쓸쓸하고 아픈 것은) 두 신문의 성격 자체가 크게 변질했다는 게다. 몇 년 전에 한겨레를 절독했다. 그리고 작년 가을에는 결국 경향까지 끊었다. 명실상부 진보언론을 대표하는 두 신문에
말은 그 사람의 도덕과 인품을 말해준다. 혀는 배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와 같습니다. 또한 혀는 불과 같습니다. 혀는 우리 몸의 한 부분이지만 온몸을 더럽히고 세상살이의 수레바퀴에 불을 질러 망쳐 버리기도 합니다. (야고보서) 남의 흠이 눈에 띄는 것은 자기 자신의 흠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남을 비난하면서 자기가 방금 비난한 잘못을 똑같이 저지르기도 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는 쉽게 유혹에 빠지고 남의 악을 모방하게 된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험담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 이웃의 결점을 친구에게도 적에게도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의 행위 속에 좋지 않은 점이 있음을 알아도 그것을 들춰내서는 안 된다.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이 있거든 될 수 있는 한 말리도록 하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가장 뿌리치기 힘든 유혹은 친구에 대한 교묘한 비난과 비웃음이다. 교묘한 비난은 썩은 고기에 친 향신료와 같다. 향신료가 없으면 구역질이 나지만 향신료 때문에 모르고 삼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나쁘게 말하고 너를 좋게 말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절대로 귀를 기울리지 말라. 자기가 할 말을 미리 생각하지 않고 말을 하게 되는 두 순간이 있다. 하나는…
탄소중립 정책은 단순한 계몽 운동이 아니라 경제 사회 운영체제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계측하고 라벨링을 하여 그 가치를 시장 경제 체제에 편입시키는 작업이 그중 하나이다. 제품의 원재료 품질과 소비자의 선호 이외에 친환경성(탄소 배출량으로 계량화된)도 제품 가격에 반영됨으로써 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이 계량화를 위한 기본 개념이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다. 탄소 발자국이란 제품 제조, 유통, 사용, 폐기까지 그 제품의 생애 주기에 발생한 그린하우스 가스 총량을 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한 양이다. 이 탄소 발자국은 기존의 경제 및 무역 체제를 바뀌게 할 탄소세 및 탄소 국경세의 근원이다. 탄소세는 기존에 화석연료에 부과되는 물품세인 에너지세와 달리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배출되는 모든 탄소 배출량 즉 탄소 발자국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탄소 배출량 자체’가 과세 표준이기 때문에 모든 생산재 및 일상적인 소비재에도 부과할 수 있다. 산업 생태계 내에 탄소세가 도입되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석탄 발전을 100% 사용하는 중국의 어느…
지난 주말 워싱턴에서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최초로 노마스크 상태로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2020년 벽두부터 전세계를 뒤덮었던 세계적인 역병의 터널에서 우리 모두가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백신, 반도체 등 경제협력,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등 군사안보와 경제, 보건 환경 등 포괄적 분야에서 새로운 한미동맹의 장을 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미가 협력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북한에게 있어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데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 대신 북한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미국의 대북정책 모습이 무엇인지를 탐색해 보면서 북미간 협상을 준비해 왔다고 하겠다. 북한은 연초 8차 당대회를 통해 자력갱생을 통한 사회주의 강국 건설입장을 제시하면서 미국에 대해 ‘강대강, 선대선’의 입장에서 2018년 싱가폴 합의를 토대로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해야만 북미간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북한은 지난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두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그리고 지난…
최근 내가 속한 벤처기업이 신용보증기금이 정하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되었다. 이 제도는 그 심사가 엄격한 걸로 유명하다. 1만 개의 벤처기업들 가운데 50개 회사만 합격한다니 0.5%다. 이후 상당한 지원을 받게 된다. 큰 경사다. 우리는 머지 않아 장대높이 뛰기선수처럼 높이 도약할 것이다. 코로나만 아니면, 지인들을 초청하여 잔치라도 열고 싶다. 하지만, 벤처(venture)는 인생을 통째로 거는 모험이다. 저 남극의 펭귄들은 먹고살기 위하여 바다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그곳에는 펭권을 잡아먹는 바다표범과 범고래 등이 기다리고 있다. 양측의 일상이고 운명이다. 그 첫번째 펭귄은 그 족속을 위하여 죽음을 불사한다. 머뭇거리던 무리는 일제히 그 뒤를 따른다. 우애가 특별하다고 알려진 이 특이조류의 섭생환경에서 집단은 과연 '퍼스트 펭귄'을 어떻게 정할까. 가장 나이 많은 펭귄의 임종의식이라면 참 좋겠다. 유투브에 젊은 시한부 교수의 '마지막 강의'가 있다. 시청을 권한다. 그는 미국 카네기 멜론대학 컴퓨터 공학부의 故 랜디 포시 박사다. 요절했다. 그가 '퍼스트 펭귄' 현상을 이론화했다. 대부분의 인간들에게 공포의 영역인 죽음을 그토록…
인간의 지적 활동은, 종종 진리를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은폐하는 데 이용되곤 한다. 재판의 목적은 현재의 사회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 또한 수준 낮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박해하고 처벌한다. 나는 농부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만큼 많이 배우지 않았으므로. (몽테뉴) 도대체 왜 그 사람은 종교적, 정치적, 학문적으로 그토록 괴상하고 불합리한 입장을 옹호하는 것일까 하고 참으로 이상하게 여겨질 때가 종종 있지만, 잘 살펴보면 그저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호신술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사람이 자신의 행위를 복잡한 이론으로 설명하려 할 때는, 그 행위가 나쁜 행위라는 것을 믿어도 된다. 양심의 결정은 항상 간단명료하고 솔직하다. 영혼이 구원 얻기 위해 먼저 도덕적인 인격의 자유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고, 자유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현실의 발길에 채이는 돌을 우선 치워놓지 않을 수 없다. 목적은 하늘에 있으나 일은 땅에 있다. 땅을 박차지 않고 날아오르는 새는 하나도 없다. 이 의미에서 예수께서 기도를 가르치실 때에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나는 내 앞의 그녀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이러저러한 자신의 증상을 호소한후에 잠을 계속 잘 못자서 그런가. 하는 혼잣말을 하는 그녀에게 말이다. 5일전부터 소변이 1,2시간에 한번씩 자주나와서 모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미세한 혈뇨가 보인다고 간단한 처방을 받았는데 남편이 한의원가서 보약지어먹고 빨리 회복하라고 성화여서 한의원에 들른 차였다. 나는 혈뇨가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말하며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혈뇨일지라도 지금부터 몸을 잘 돌볼 것을 일렀다. 어느식당에서 서빙을 하는일을 하루 종일 소변생각도 잊을 만큼 바쁘고 고되다. 열심히 해서인지 손님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일할 때는 힘든줄 모르다가 밤이 되면 넘 피곤하데 밤에는 편치 않아 잠을 잘 못잤다고 하였다. 검은 흙빛의 얼굴로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표정은 밝은 그녀다. “그래요. 잠이 보약입니다. 지금 필요한 한약을 복용하면서 제가 안내하는데로 일상생활을 관리하면 점점 좋아질거예요. 잠을 잘 못잤던 분들은 몸이 회복될때까지는 잠이 많아진답니다. 몸이 이제까지 쌓인 피로를 풀려고 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니 잠이 오면 주무세요. 한달 쉴 수 있어 정말 다행이예요. ” 수면장애의 대표적 증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