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에 제40회 가람문학상 시상식이 가람 이병기 선생의 생가인 익산의 수우제에서 열렸다. 날씨가 깊은 가을의 운치를 보여주어서 정감이 있고 따사한 축제 자리가 되었다. 전국에 많은 축제가 있지만 전국 어느 곳에도 없는 행사가 이곳에는 있다. 바로 인근 여산리 주민들이 직접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식당 3곳으로 분산되어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여 지역의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임을 보여주었다. 가람선생은 1932년 <東亞日報(동아일보)>에 「時調(시조)는 혁신하자」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선생은 이 글에서 본격 문학으로서의 시조의 계승과 그 실천의 구체적 방법에 대하여 적고 있다. 가람 선생이 얘기한 여섯 가지 시조 혁신 방안의 내용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① 실감실정(實感實情)을 표현하자 ② 취재의 범위를 확장하자 ③ 용어의 수삼(數三) ④ 격조(格調)의 변화 ⑤ 연작을 쓰자 ⑥ 쓰는 법 읽는 법 등이다. 이는 시조가 갖고 있는 주제나 소재의 비현실적이고 한정적이며 관념적인 면을 지적한 것으로 요즘의 많은 작품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의식, 시적대상에 대
월에 한 번 정도 부부가 도계를 2~3번 넘나드는 여행을 간다. 지인 부부 4명이 한팀이 되어 어느 목적지를 정한 후에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경기도내 휴게소에서 맛 표현의 달인 이영자 먹교수의 어록을 떠올리면서 이천쌀밥, 안성국밥, 양평해장국을 먹는다. 점심에서야 다음 행선지를 정한다. 그러기 위해 오며 가며 만나는 관광지, 유적지 간판을 유심스럽게 살핀다. 예약도 없고 누구를 만나는 약속도 없으니 급하지 않고 여유롭다. 한 분이 의견을 내면 3인이 따라가는 방식이다. 지난 여름 지루했던 장마때는 새벽에 폭우가 내려서 회의결과 당초 목적지의 절반거리인 추풍령까지로 잡았다. 안성휴게소에서 국밥을 먹고 추풍령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다시 당초계획대로 가야산 국립공원에 안착했다. 하루 600km 여행을 하면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졌다. 전국을 연결하는 길고 짧은 고속도로가 경부축을 중심으로 촘촘한 그물망 도로망이다. 인제-양양터널은 1만965m이다. 비 오는 인제터널에 진입후 10km를 달려 양양터널로 나오면 맑은 하늘을 볼 수도 있다. 오뉴월 소나기는 소의 등을 가른다 했다. 소 잔등을 2m로 계산하면 5000두를 나란히 세운 거리다. 1998년 정주
2001년 9월11일 항공테러로 2천7백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빌딩 붕괴는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당일 오전 8시46분, 9시3분(현지 시각) 테러범들이 납치한 기종 보잉 767 항공기는 쌍둥이빌딩 북쪽 타워와 남쪽 타워 93~99층과 77~85층에 각각 충돌했다. 그리고 남쪽 타워는 56분만에, 북쪽 타워는 1시간42분 뒤에 완전히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비행기 충돌후 화재가 나고 철빔이 고열로 녹아내리면서 위층의 하중 때문에 연쇄적으로 붕괴한 것으로 보고 있다. WTC는 건물 외곽을 기둥과 보로 둘러싼 ‘튜브구조’로 지진이나 태풍 등에도 잘 견디도록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허망하게 쓰러졌다. 이와관련해 국내 한 전문가가 유튜브에 올린 내용이 눈에 띄었다. WTC는 1973년 완공될 때 항공기 충돌까지 감안해 설계했다. 그런데 당시엔 항공기 기종을 707기준으로 했는데 9.11테러는 성능이 좋아지고 더 많은 기름을 안고 있는 보잉 767기종이라는 것이다. 이 말을 어느정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기계문명이 진화하는 인류에게는 대형사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제주도에 해장국집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다소 생소했다. 과거 제주도 출장을 가거나 방문했을 때 아침 해장은 주로 '보말국'이나 '보말칼국수', 숙소에서 조식으로 제공하는 '황태해장국' , '콩나물해장국' 아니면 근처 횟집에서 '매운탕'으로 해장을 주로 했다. 그리고 제주도 향토 음식인 '몸국'도 해장국 역할을 했다. 최근에 제주도에 소고기나 소머리, 그리고 소내장을 음식의 재료로 한 제주식 해장국집이 많이 있으며 애호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 검색창에 '제주 해장국' 이렇게 쳐보면 406건의 음식점이 나오고 거기에다 방문객의 평점도 매겨져 있다. 여기에 등록되지 않은 해장국집도 상당히 많이 있다. 왜 이렇게 제주도에는 '해장국집'이 많은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첫째는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타고 나가는 어부나 중산간 농부 그리고 일용 잡부로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해장국을 주된 고객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전날 숙취로 인해 아침 일찍 해장국집을 찾으면서 시내 중심가에 해장국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독성으로 단골손님들이 많아지면서 해장국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제주 시내 외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길거리의 젖은 낙엽들로 새벽바람이 차가운 진도의 아침을 맞는다. 진도는 시(詩).서(書).화(畵).창(唱)이 살아있는 예술의 고장으로 알려진 보배의 섬이다.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섬이라면, 진도는 자연의 질서로 정직하고 편안함을 안겨주는 섬이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이 섬에 한국시화박물관이 들어선다. 박물관에서는 한국시단의 빼어난 시인과 화가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수석박물관이 자리해 무생물의 수석에 감춰진 내면세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진도군 임회면 죽림리에 자리잡게 될 박물관은 전시공간과 학생들의 자연탐구로 활용했던 학습공간 등 4천500평이다. 전시공간에는 詩人들의 친필 시와 소설가들의 작품 중 문장아포리즘과 서예가들의 서체와 갤리그라피 등 진귀한 작품들로 채워진다. 박물관의 특징은 인문학 성격을 갖는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학축제를 가져 단순한 문화공간을 넘어 살아있는 이유를 묻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하는 메시지와 사람과 사람의 공간이 될 것이다. 박물관장인 이지엽 시인의 고뇌와 철학이 묻어난 문화예술의 장르간의 소통과 교섭으로 진도군의 문화관광산업 브랜드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이지엽 시
정치인의 기사는 부음란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일은 물론 불편한 사건이라도 기사가 나야 정치인답다는 말로 풀이된다. 혹시 부정적인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 걸러지고 본인의 이미지만 남게 될 것이라는 기대인지도 모르겠다. 언론을 통해 누군가의 기사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뇌리에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1889년 3월31일 파리시에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맞이해 열린 만국박람회의 기념 조형물 에펠탑이 세워졌다. 많은 시민들이 탑 건립을 반대했다. 1만5000개의 금속조각, 250만개의 나사못으로 연결한 무게 7000톤 높이 320.75m의 철골 구조물이 고풍스러운 파리의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 놓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난 1909년 다시 철거논의가 거세졌지만, 탑 꼭대기에 설치된 전파송출장치 덕분에 살아남았다. 이후 시민들이 날마다 보는 에펠탑에 정이 들었다. 그래서 단지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증가하는 현상을 '단순노출의 효과' 또는 '에펠탑 효과'라고 한다. 정치인의 기사도 그러하니 광고는 더욱 중요하겠다. 요즘에는 아예 대놓고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한다고 알린다. PPL(product placement advertise
김경수 경남 지사가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 2심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했지만, 공직 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여기서 재판부의 법리적 판단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김경수 지사가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권 판세의 변화에 대해서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김경수 지사의 대권 도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김경수 지사는 정통 친노이자 정통 친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2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왔더라면, 민주당 대선 판도는 요동칠 수 있었다. 친문의 입장에서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정통 친문 중에서 차기 대권 후보가 나오길 바랐을 것이다. 이런 후보가 있으면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김경수 지사는 상당히 주목할 만한 인사였다. 그런데 2심까지 유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친문들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즉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는 정통 친문이 아니기 때문이
나는 1964년 전남 장흥에서 별 볼일 없는 둘째 아들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에는 누구나 그러하듯이 가난한 집안의 장남은 육사와 법대를 인생의 목표로 길러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부를 잘한 것이 더욱 나를 보수적이고 출세지향주의적인 밥맛없는 인간으로 키워놓았다. 1979년 10월 박정희가 죽던 날 나는 "민족의 태양이 졌다!" 고 일기에 썼다. 1980년 5월 광주 시민군이 목포에 왔을 때 나는 고등학교 동기들을 막아서며 "이러면 안 된다. 이건 간첩의 선동에 휘둘리는 것이다." 고 말렸다. 고백컨대 그런 인간이었다. 리영희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우상과 이성>은 내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나는 억울하고 분했다. 지금까지 내 인생은 온통 우상 덩어리였다. 그제야 김지하의 오적이 보였고 전태일이 보였다. 내가 난장이였던 것이 보였다. 그제야 베트남이 중국이 미국이 북한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날짜가 기억이 없지만 84년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오셨다. 지금은 없어진 운동장에서 제자들과 체육대회를 했다. 나는 먼발치에서 선생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했다.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싶어서 3, 4학년 전공수업인 신문평론
‘간판을 새로 달고 몸집을 키웠는데도….’ 요즈음 소방청과 소방공무원 처우를 보면서 드는 느낌은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몇 해 전 화재 진압을 마친 한 소방관이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 변변한 휴식 공간이 없어 앉은 채로 잠이 든 소방관 등 일선 재난·화재 현장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땀 흘리는 소방관들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렇게 모아진 걱정 어린 관심은 3년 전 중앙소방본부가 국가기관인 소방청으로 승격하는 등 결과로 이끌어냈고 올해 4월이 돼서야 소방공무원 신분도 국가직으로 전환됐다. 그렇게 소방공무원 처우가 금방이라도 개선되고 소방 근무 환경을 좋아질 것처럼 보였지만, 열악한 근무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국에서 근무하는 6만1000여 명의 소방공무원 처우는 물론 소방행정을 총괄하는 소방청 본청에는 고작 2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소방차와 소방헬기, 소방정 등 전국 소방관서에서 보유한 크고 작은 소방장비만 1만 대가 훨씬 넘는다. 정부 부처 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지만 소방청 내에 1개 부서가 이를 담당하는데 11명이 전부다. 국민 생명 보호와 직결되는 화재예방…
지구촌의 집중 조명을 받아온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여진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후보들에게는 잔인할 수 있지만 드라마라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초대형 흥행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연자 1억6천여만명에 천문학적 자금 투입은 기본이고, 우편투표, 초경합주(펜실베니아 등), 체면 구긴 여론조사, 배럿 대법관, 총 든 유권자, 코로나, GDP(국민총생산) 등 주연급 조연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출연 배우가 워낙 많아 관객들도 보는 각도에 따라 맛이 달랐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선거 흥행에 공신을 꼽으라면 단연 트럼프 대통령이 1순위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미국 대선이 이토록 나라 안팎에서 관객을 모은데는 지난 4년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거침없고, 때로는 기행적인 듯한 리더십, 목표가 정해지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뚝심 등등이 주효했다. 그가 대선 과정에서 문제 삼았던 우편투표의 위력은 기우가 아닌 정확한 혜안(?)이었음도 입증했다. 특히 승패를 떠나 그는 지난 4년전부터 이번 대선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를 세계에 넓고 깊게 각인시켰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78억 인류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