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는 성역이라고 생각하는 곳들이 있다. 이런 곳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가짐이나 언행을 주의하게 된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성역은 어디일까? 우선 많은 종교인들의 경건하게 예불,예배하는 사찰이나 성당, 교회가 그렇다. 또 스승의 교수 영역인 학교나 엄정한 법의 판결 장소인 법정, 생명을 다루는 수술실 등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겐 성역이나 다름없다. 공연예술인들에겐 무대가 성역이고 국회의원들에겐 의사당이, 운동선수들에겐 링이나 그라운드, 코트가 그러하다. 그래서 상식적인 국민들이라면 내 분야가 아니더라도 내가 믿는 종교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성역은 존중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성역이 무시되고 있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는 의원들끼리의 고성과 치고 박는 난투극이 벌어지고 있다. 집단난투극은 성전인 교회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유명교회에서 벌어진 난투극 보도는 믿고 싶지 않은 뉴스다. 이 교회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50여명과 경호 용역업체 직원 40여명이 오전 예배 도중 예배당으로 들어가 반대 측 신도 수십여명과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도 일부가 바닥에 넘어지고 폭행당해 10여명 가량이…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인 화두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22명으로 세계에서 최저수준이다. 향후 10년 이내 생산가능 인구 및 총 인구가 감소하면 저출산의 파급효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중앙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벌이 가정의 자녀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정책으로 상위 소득층 30%만을 제외한 보육료 전액지원 확대, 양육수당 확대, 육아휴직 급여 확대,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및 직장보육시설 설치 활성화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정책방향에 대해 일각에서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제기되는 대학입학금 상승 및 취업문제, 고용불안정성 등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정책방향으로 저출산 해소 효과 면에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 범위 내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일부 저소득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던 것에서 중류층 맞벌이 가정 대상으로 확대하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보됐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중앙정부의 정책만으로 단기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저출산 대책에서 중앙정부의 거시적인 단위의 정책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의
어디선가 중간 참을 하던 봄이 4월이 되면서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왔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을 생각하면 봄은 다시 오려나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긴 터널을 빠져 나오기 전에 밝은 빛이 먼저 마중을 하듯 남녘으로부터 꽃소식이 들려오더니 버들강아지가 눈을 뜨고 개동백은 별이 총총하고 목련도 겹겹이 싸여있던 뽀얀 얼굴을 망설임 없이 보여준다. 집 근처 손바닥만한 땅에서도 제 이름 하나 얻지 못한 들꽃의 귀엣말로 날이 갈수록 봄은 다투어 꽃을 선보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고 발길을 잡으려한다니. 정원의 꽃은 사람이 가꾸지만 들꽃은 신이 가꾼다는 말처럼 나도 들꽃을 좋아한다. 그 중에도 호젓한 산길에서 만나는 꽃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해 봄 평소 가까이 지내는 분이 상을 당해 장지까지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몇몇이 편편한 자리에서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할미꽃이 피어있었다. 할미꽃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곁에 단출하게 보이는 묘지들이 있었다. 이 넓은 땅에 꽃으로 태어나 살다가기를 할미꽃은 왜 쓸쓸한 무덤가에 피는지를 생각하다 기분이 묘해졌다. 잘 가꾸어진 정원이나 고만고만한 아이들 학교 길이 아니어도 사람들 눈에 띄는 곳에 살아도 좋으련만 게다가 고개도 제대로
이달 22일은 새마을운동 제창 41주년. 정부는 지난 달 8일, 이 날을 국가 공식기념일로 첫 공포했다. 그러니까 올해는 ‘새마을의 날’로 제정된 원년이기도 하다. 이로써 새마을운동은 강산이 네 번 바뀐 41년 만에 이 나라 시대정신으로 재평가를 받게 됐다. ‘잘살아보자’는 70년대 의식개혁 운동이 제2의 도약을 맞게 된 것이다. 그 변화와 도전, 창조의 중심에 경기도새마을회(회장 리출선·60)가 우뚝 서 있다. 국내 17개 시도 새마을회 중 가장 많은 회원수와 사업규모, 그리고 도전적인 열정으로 선진 일류국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수원과 일산에서 새마을운동이 시발돼 전국의 모델이 된 것도 한 이유다. 11일 리출선 회장을 만나 CEO 회장으로서, 연임 회장으로서 그간의 사업실적과 향후 과제, 소회를 들어봤다. - 누구보다 감회가 깊을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새마을운동의 대를 잇고 있어요. 작고하신 선친께서 60년대 재건국민운동 화성위원장을 지냈으니까요.(재건국민운동은 1961년 5·16군사혁명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산하 재건국민운동본부로 발족됐다. 근면정신 고취
이천 산수유마을에는 수령 100년 이상의 고목을 비롯한 1만7천 그루의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 올해는 저온 현상으로 개화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제12회 이천백사산수유꽃축제가 8일 이천시 백사면 도립·송말·경사리 일대 산수유마을에서 막이 올랐다. 꽃구경을 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수원의 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야트막한 팔달산에도 주말을 맞아 시민들의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산중턱에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 진달래는 만개했지만 광교산 중턱 도로변의 벚꽃은 저온 현상으로 꽃망울을 터트리지 못했다. 화성행궁 앞에서는 무예시범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화성행궁 옆 신풍초등학교 교정에는 은행나무가 서 있다. 필자가 이 학교에 다니던 70년대 초에는 크게만 느껴지던 은행나무가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 이 학교가 올해로 설립 115년을 맞고 있으니 그 은행나무는 학교 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소풍 가는 날이나 운동회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왔다. 이 은행나무에 얽힌 사연이 있다. 학교 일하는 사람이 은행마루를 베자 이무기가 나왔다. 이 사람은 이무기를 죽였다고 한다. 그 후부터 소풍날이나 운동회날은 비를…
대한민국은 헌법1조에 민주공화국이라고 떳떳하게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민주(民主)란 말을 빼고 그때그때 사회의 관심되는 말로 대체시키면 재미난 공화국이 된다. 서울의 지역이기주의를 비아냥거릴 때는 서울공화국, 도박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는 도박공화국, 이 것과는 좀 다르지만 요즘 대한민국을 커피공화국으로 부른다. 우리나라 현재 다방을 제외한 매장 수 기준 8개 브랜드 커피전문점이 지난해 말 2만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러니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릴만하지 않은가…. 여담이지만 며칠 전 휴일 한가한 시간이라 재래시장 장터 국밥집에서 저녁을 먹은 후 그야말로 옛날 시골다방 분위기가 그리워 들렀다. 커피 2천원, 생과일주스 3천원, 요구르트 2천원…. 참 쌌다. 인구 3만 규모 읍 단위 다방인데 주인보고 장사 잘 되냐고 물어 봤더니 “아휴! 말 마세요. 다방이 17개랍니다” 다방(茶房)공화국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딱딱한 글, 이야기, 모두 싫어하는 편이라…. 아마 1950년대쯤 군 소재지 마을에 다방이 문을 열었단다. 본시 지방에서 유지(有志)로 행세하자면 모름지기 새로운 문물을 남보다 일찍 경험해야 하는 법!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는데 모두 안
지난 3월 30일 인천시는 지자체 차원에서 국내 첫 ‘노인들의 공개적인 만남의 장 <합독>’행사를 가졌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중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의 ‘합독’에 근거해 외로운 노년을 보내고 계신 홀로된 노인들이 새로운 만남과 인연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이날 행사에는 100명의 신청자가 모두 참석해 이중 50명, 25쌍이 커플로 탄생했다. 참석자 모두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많은 연구와 정책, 제도가 나오고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가 책임져야할 피부양자’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정작 노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면적 욕구, 특히 이성교제나 성 문제 등은 관심 밖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80세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몇 살부터 ‘늙었다’라고 명확히 기준을 정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건강상태도 좋아지고 의식도 바뀌었으며, 욕구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감정’이라는 부분은 몇 세를 기준으로 늙었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화재발생 오인신고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소방력이 낭비되고 있다. 연기가 나는 것만 보곤 화재로 오인해 119로 신고하는 것이다. 또 무단으로 쓰레기를 소각하는 사람 대부분이 노인들이라 과태료 부과 등의 강력한 규제도 어렵기 때문이다. 논·밭두렁 소각은 그동안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관행적으로 계속돼 왔으나, 농촌진흥청에서 효과를 분석한 결과 병충해 방제에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잡초에 발생하는 도열병균은 벼에 전염성이 없으며, 벼물바구미는 땅속에서 흰잎마름병균은 수로 등에 서식하는 줄풀뿌리에서 월동하기 때문에 논두렁 등을 태워서는 방제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논·밭두렁을 태울 땐 오히려 거미 등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이 대부분 죽는 반면 해충이 죽는 확률은 불과 11% 정도로 해충의 천적이 더 많이 죽어 결과적으로 역효과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림으로부터 100m 이내의 지역에서 불을 피울 경우에는 산림보호법에 의거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도시생활에 못지않게 농촌에서도 과자봉지·비닐·스티로폼 등 재활용할 수 있는 많은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이 쓰레기의 상당량은 수거되지 못하고 논밭에 그냥…
북향, 문풍지 빗장을 열고 나를 비우러 가는 봄 날. 묵직한 빨랫감을 이고 봄볕을 따라나선 동네어귀 빨래터도 이리 설레었을까. 매주 금요일, 다월산방을 찾아가는 날은 늘 그랬다. 가슴 한 켠이 싸-하게, 작정이나 한 듯 부풀어 오르는 기대와 설렘이 중첩되는 느낌. 안성 하정다회에 있는 다실(茶室), 동·서·남 삼면으로 유리문을 만들어 낮엔 햇살을 불러 앉히고 밤이면 달님 더불어 차향을 즐긴다 하여 다월산방이라 부른다. 도래도래 내려앉은 햇살이 수반(水盤)위 산수유 노란 꽃잎을 파고들고 수줍어 비껴 앉은 다구들이 친정에 온 듯 푸근한 그곳엔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 젊음을 충전해주는 스승,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시는 여든일곱의 마음이 젊은 스승님이 계시다. “이 나이에 뭘 또 배우니?” “이 나이에 그게 말이나 되니?” 갓 마흔 넘어서부터 ‘이 나이, 이 나이’ 타령을 하는 친구를 볼 때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얘기를 하면서도 문득 나이에 어울리는 행동의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마음 속 생각에 따라 더디게 먹기도 하고 급하게 먹어 체하기도 하는 그 나이라는 것은 살아온 세월을 가늠하는 숫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