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경기도의회를 중심으로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 화제다.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20%)에 진입한다. 노인은 급격히 늘고 젊은이는 부족한 상황에서 간병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외국인 간병인에게 한국어 등을 교육한 뒤 병원과 요양원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이 골자다. 하늘만 쳐다본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게 아니다. 경기도의 계획이 좋은 성과로 귀결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동규 경기도의원은 지난달 말 ‘외국인 간병인 제도의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필리핀 가사 관리사 시범 사업과는 다르다. 다른 국가·기관과 협력해 외국인 간병인을 모집한 다음 일정 기간의 교육·훈련을 거쳐 비자를 전환하여 현장에 배치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2~3월쯤 조례안을 도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게 목표다. 경기도의회는 외국인 간병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방침이다.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으면 외국인 간병인이 돈을 더 주는 다른 일자리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시간당 1만30원)을 적용하면 이들은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할…
2024년의 겨울, 대한민국 국민들은 내란 소요가 일어난 현장에서 또는 미디어를 통해 역사를 보았다. SNS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계엄령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잠 못 이루던 그날 밤, 미디어는 전 국민을 역사의 기록자로 만들었다. 미디어가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미디어 연구자라면 그날의 현상에 관해 이런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계엄령 관련 정보를 접하기 위해 이용한 미디어가 이용자의 정치 태도와 참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미디어 연구는 미디어가 일반 시민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며, 정치 엘리트가 전략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할 것이라 전제한다. 그러한 까닭에 정치 엘리트는 시민이 접하는 미디어와 정보를 통제한다. 언론 보도를 정정하려 하고, 심의를 통해 특정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한다. 물론, 민주주의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였다. 당혹스럽게도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계엄령이 그들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정의롭고 ‘합리적’인 결정이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합리성’은 도대체 어떻게 구성된 것인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극단적 결정을…
한 해가 저문다. 벅찬 마음으로 문을 열었던 2024년. 새해 첫날 제일 먼저 한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손수 제작한 연하장(年賀狀)을 국내외 친지·선후배·동료들에게 보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시간·거리·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을 글로벌 IT문명의 이기(利器)인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그리 힘들지 않게 새해 인사를 보냈던 것이다. 연하장의 배경은 재외동포재단의 제주 근무 당시 찍었던 사진들 중에서 정성껏 골랐다. ‘새로운 날의 이미지’를 물씬 느끼게 할만한 것으로 한정했다. 한라산 등정 중에 짝었던 멋진 설경(雪景) 사진과 서귀포시 법환동 해안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범섬이 담긴 제주 바다 사진이 유력 후보였다. 승자는 남쪽 바다에 은은히 담긴 아침 서광(曙光)이었다. 문제는 연하장에 어떤 문구를 담을 것인가였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가슴에서 우러나는 문장을 흰 종이 위에 자필(自筆)로 써내려갔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갑진년 새해, 자유와 평화와 번영의 선한 기운이 이 땅끝에서 저 땅끝까지 두루두루 퍼져나가 지구촌 모두가 행복하길 기원합니다”라는 인사에는 전쟁과 기근, 질병과 분쟁, 시기와 질투, 다툼과 미움, 고소와 고발,…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경기도가 내년 지역화폐 예산을 1043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954억원) 보다 10% 증액된 것이다. 특히 설을 앞두고 도내 시·군과 함께 할인율을 10%까지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6~7%다. 이 조치는 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침체한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도는 설을 앞두고 시·군과 함께 현재 6~7%인 할인율을 10%까지 높이기로 했다. 수원시의 경우 민생회복 특별경제대책의 일환으로 지역화폐 예산을 2배로 증액했다. 시는 지역화폐인 수원페이 발행액을 올해 200억 원에서 내년 411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종전의 충전 한도는 30만 원이었지만 다음 달부터 50만 원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센티브 할인율은 기존 6∼7%에서 10%로 올린다. 뿐만 아니라 설과 추석 명절이 포함된 1월과 10월에는 20%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50만원을 지역화폐로 충전하면 60만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가 예상하는 수원페이 확대에 따른 매출 효과는 4000 원 이상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 가운데 3분의 1이 신규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명시도 지역화폐 예산을 늘렸다. 국비 지원이 크게 줄었지만 120억 원의
같지 않습니다. 아닌 건 어떻게 해도 아닙니다. 넘나들기 쉽도록 설치한 사거리 신호등이 아닙니다. 이리저리 옮겨 가도 무방한 온탕(溫湯)과 냉탕(冷湯)이 아닙니다. 선택 장애 손님을 위한 메뉴, 이를테면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은 더더욱 아니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같을 수 없습니다. 다름과 틀림 역시 그렇습니다. ‘세상’이라는 울타리 속에 존재하지만, ‘세상’이라는 울타리를 둘로 가르는 ‘낮’과 ‘밤’처럼 별개의 존재입니다. ‘세상’이라는 울타리를 ‘그릇’으로 좁히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밥그릇도 국그릇도 모두 그릇입니다. 다만 그릇 안에 담는 음식에 따라 쓰임새가 다를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밥그릇과 국그릇은 생김새와 쓰임새가 서로 다를 뿐이지 틀린 게 아닙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라는 별에 사는 사람은 모두 다릅니다. 이름이 다르고, 모습이 다르고, 국적과 성별이 다르고, 말투와 성격이 다릅니다. 차이(差異)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 생겨나는 게 차별(差別)입니다. 출신과 학벌과 성(性)과 인종에 대한 차별이 거기에서 싹텄습니다. 다름을 올곧게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틀림을 제대로 규정하지 못해도 심각한 문제가 일어납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접속하면 각양각색의 섬네일(thumbnail)이 시선을 끌며 클릭을 유도한다. 막상 섬네일을 클릭하면 기대하는 내용과는 다르다. 직설적으로 언급하면 가짜뉴스(fake news)나 거짓 내용으로 클릭 장사한다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속이는 사람도 속임 당하는 사람도 익숙해져 별다른 느낌도 없다. 이미 가짜나 거짓에 대한 불감증은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민족(異民族)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민족’이라 하여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매스컴에서는 가짜뉴스가 판치는가 하면, 진실을 보도하는 미디어(media)가 오만불손한 권력자들에 의해서 반국가적 세력으로 몰려 오히려 매도당하는 요즈음이다. 그래서 국민은 언론도 정부 당국도 신뢰(trust)하지 않는다. 신뢰는 사회적 자본인데, 신뢰하지 못하고 불신함으로써 치려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클 수밖에 없는 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不信風潮)가 난무한 작금을 살아가야 하기에 현대인이 갖춰야 하는 주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가 ‘정직’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정직에 대한 교육부터가 문제투성이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그럴듯하게 변명하거나 정당화하고 합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고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은 바로 ‘도량형의 통일’이었다. 물물교환이나 상거래를 약속하는 기본 단위이자 조세와 공납의 가장 기초가 되는 제도였기에, 통일된 국가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표준’이었던 것이다. 당시 이러한 표준을 소유하고 관리한다는 것은 바로 왕의 권위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다. 고구려가 한 때 동남아시아의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막강한 군사력과 더불어, 고구려의 실정에 맞게 독자적으로 제작하여 활용한 35.6㎝의 자(척)인‘고구려척’에 의한 경제적 영향력이었다. ‘고구려척’은 토지측량과 건축뿐 아니라, 일본에까지 전파되어 주변국 상거래의 기준이 되어 고구려의 권력을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우리 일상의 무수히 많은 곳에도 표준은 녹아있다. 전 세계에서 하루 몇 만 장이 소비되고 있는 종이인 A4용지, 국제표준화기구인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ISO)가 210×297㎝로 규격을 제정한 A4용지는 종이를 자르는 과정에서 가로, 세로의 비율을 유지해 종이의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치를 표준화한 것이다. 자르는 과정을 몇 번 반복했는지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지 2주가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 된 지도 엿새가 지나고 있다. 그 사이 대한민국은 경제, 행정,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어제는 금융위기 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환율이 1450원을 돌파 했다. 금융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롤러코스터를 타며 국부가 사라지고 있고, 자영업을 비롯한 민생 현장은 이제 비명 지를 힘조차 없어 보인다. 무모한 불장난을 벌인 대통령 탓에 국정은 인공호흡으로 버티는 신세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큰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전 국민이 하나되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해왔다. 권력을 탐하며 싸움질만 하던 정치지도자들도 결정적 위기 순간에는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결단을 주저하지 않았다. 위기를 곧 기회로 만들었고, 세계는 이런 대한민국의 저력에 감탄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초현실적 위기는 양상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빠르게 마음을 모아 국론을 하나로 만들었으나, 권력만 탐하는 정치권은 아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12.3 내란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의 행태는 비상계엄 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