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노선을 두고 갈라졌던 항일단체들은 이념 면에 있어서만은 삼균주의라는 정치이데올로기로 통합되어 있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주의 그리고 교육의 균등을 주장하는 삼균주의는 좌우의 독립운동단체들 대부분이 해방된 조국에 적용될 민족주의 정치이념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삼균주의를 만든 이는 임시정부의 외무부장으로 활동했던 우국지사 조소앙이었다. 그는 이미 임정의 헌법을 만들고 해방된 조국의 미래상으로 건국강령을 작성한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해방 후 백범과 함께 귀국한 조소앙은 분단정권이 아닌 통일민주정부수립에 나셨다, 반탁운동과 죄우합작운동 등 그는 시종일관 임정을 대표한 민족주의자였다. 특히 1948년 4월의 남북협상은 분단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민족운동의 몸부림이었다.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협상에는 임정세력과 함께 당시 가장 나이 어린 조만제(서울 상대 3년)가 삼균주의학생동맹 위원장으로 참석했다. 조만제는 조소앙에게 감명해 그의 삼균주의 노선을 따른 열혈 청년이었다. 남북협상팀은 나름의 성과를 가지고 귀환했지만 이미 냉전적 세계질서가 형성된 뒤라 허망한 결과를 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북협상이 강조되는 것은 아무리 엄혹한…
여기서 벌어지는 비참한 일들은 결코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사람들은 큰 막사들 안에서 하수구 안의 수많은 쥐들처럼 살고 있어. ... 지난주 어느 날 밤 포로들을 이송하는 열차가 이곳을 지나갔어. 그들의 마르고 창백한 얼굴. 그토록 피로한 모습은 본 적이 없어.... 이른 아침에 그들은 빈 화물차에 쑤셔 넣어졌고, 그다음에는 열차를 판자로 막는 동안 오래 기다려야 했어, 이제 그들은 동쪽으로 3일 동안 실려 가야 한다. 병자들에게는 바닥에 종이 매트레스를 깔아 주었어. 나머지 사람들은 밀폐된 차량 한 대당 70명가량이 가운데 양동이가 있는 맨 판자 위에서 지내야 해.. 살아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염려했다. 그리고 내 부모도 그렇게 이송될 채비를 하고 있어. 그런데 말이 옆으로 샜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거야. 여기서 벌어지는 비참한 일들은 몹시 끔찍하지만, 등 뒤의 심연으로 해가 슬그머니 물러난 늦은 밤에 나는 철조망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때가 많아. 그러면 자꾸만 어떤 인식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오지. (있는 그대로의 어떤 근원적인 힘 같은 것이어서 나도 어쩔 수 없어.) 그것은 삶은 장엄하고 숭고하다는 것
- 다니엘의 환상, 네 마리 짐승 다니엘은 어느 날 기이한 짐승이 등장하는 환상을 보게 된다. “내가 밤에 환상을 보았는데, 동서남북 사방에서, 하늘로부터 바람이 큰 바다에 불어 닥쳤다. 그러자 바다에서 모양이 서로 다르게 생긴 큰 짐승 네 마리가 올라왔다. 첫째 짐승은 사자와 같이 보였으나 독수리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펴보고 있는 동안에 그 날개가 뽑혔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는 곰 세 번째는 표범 마지막에는 사납고 무서우며 힘이 아주 센 짐승으로 쇠로 된 큰 이빨을 가지고 있었으며 뿔이 열 개나 있는데 뿔 하나가 돋아나더니 그게 모든 것을 제압했다고 한다. 흔히들 구약 성서라고 부르는 히브리 성서의 “다니엘 서”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막강한 힘을 가진 네 번째 짐승도 결국 멸망하고 만다. 짐승이 나타나는 환상은 신약의 “요한계시록”에도 나온다. 막대하기 짝이 없는 힘을 가지고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이게 무얼 뜻하는 걸까? - 야만의 종식 기원전 587년 이스라엘은 바빌론 제국에 함락당하고 예루살렘은 폐허가 되어버린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기원전 540년,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페르시아 제국은 바빌론 제국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온실가스 55%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EU는 역내로 들어오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등 탄소량이 많은 5개 분야에 대해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탄소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탄소국경세는 EU에 수입되는 제품 중 자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부과한다. EU는 탄소세 부과 대상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철강 알루미늄을 중심으로 매년 1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탄소세는 수출품목에 대한 일종의 관세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의 판매가 사실상 금지된다. EU는 2050년까지 EU를 최초의 '탄소 중립'(탄소 배출 총량 ‘0’)지역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집행위가 내놓은 제안은 EU 회원국들과 유럽의회가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EU는 온난화의 지구를 살린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탄소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 등 제조업 중심 국가 입장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이다. EU가 처한 경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방향, 학제 · 교원정책 · 대입 ·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백년지대계의 교육을 담당하기로 하고 잉태된 셈이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음 정부에서 출범시키기로 했으니 내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7월 중에는 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국가교육회의 이광호 기획단장은 2020년 11월 24일 개최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존의 교육 전문가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학부모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과정을 통해 국가교육 발전계획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구성과 국민 참여에 의한 치열한 토론과 합의 도출의 과정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 개혁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주요 핵심 활동으로 마을의 모든 유·무형 자원의 가치를 발굴하는 활동이 있다. 마을 자원으로는 자연환경과 생태자원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자원, 마을 고유의 역사문화자원, 마을의 경제활동에 기여 하는 경제자원, 그리고 인적자원과 마을공동체 시설 등이 있으며,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순환자원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주민 스스로 버리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재활용하는 것을 생활화함으로써 자원순환 마을로 가꾸어가야 한다. 금년 5월에 개최된 ‘2021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중점분야로 제시된 ‘순환경제모델’은 사용된 자원을 폐기하지 않고 경제에 재투입함으로써 탄소 중립과 기후시스템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하여 증가하고 있으나 자원순환 관리는 ‘순환이용률’ 등 사후관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원순환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폐기물 감량에 두어야 하며 국가 자원순환지표에 ‘폐기물 발생 감량률’ 추가가 필요하다. 폐기물의 근본적 감량을 위해서는 생산과정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감량을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에서…
“혹시 소식 들었어요? 나는 가야 해요.” 우리는 서로를 오래 바라본다. 그 애는 얼굴이 사라진 것 같고 눈만 남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다음 고르고 우울한 목소리로 말한다. “참 딱한 일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평생 배운 게 모두 쓸모가 없어졌어요.” 그리고 “죽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라고 한다. (최근에 도착한 젊은 여성에 대해) 그녀는 많은 다양한 속옷 세트와 여러 옷을 덧입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둔중하고 우스워보인다. 그녀의 얼굴은 얼룩덜룩하다.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버려진 어린 동물처럼 모든 사람을 은밀하고 머뭇거리는 눈길로 바라본다. 이미 무너지는 상태인 이 젊은 여성이 남자, 여자, 아이들, 아기들과 한데 몰아넣어지고, 가방들이랑 수화물과 한데 섞이고, 가운데 있는 양동이 하나가 유일한 편의시설인 과밀한 화물열차에서 3일 동안 지내면 어떤 모습이 될까? 죽어가는 노인 한 사람이 혼자 쉐마를 읊으면서 실려 가는 걸 본다. ... 떠날 준비가 된 한 아버지가 아내와 자녀를 축복하고, 이어서 눈처럼 흰 턱수염을 한 늙은 랍비에게 축복받는 것을 본다. 수용소장 그의 얼굴은 정말 심중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따끔 냉혹함이 슬픔 및 위선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들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신상의 이유로 열흘 만에 대선 캠프를 떠났지만 이동훈 전 대변인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다. 이 전 대변인과 함께 투톱 진용을 완성했다고 알려졌던 이상록 대변인의 경우는 서울신문, 한겨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 법조팀장 시절 윤 전 검찰총장을 만났던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부대변인으로 윤 캠프에 합류한 김기흥 기자는 KBS에서 수개월 전에 국회와 법조 취재를 맡았었고 ‘일요 뉴스타임’ 앵커이기도 했다. 전 검찰총장에서 곧바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윤 후보자를 두고 현직 때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윤 후보자는 이러한 오점을 대신해 ‘국민호출론’과 같은 명분으로 막아섰다. 좀 전까지 시민과 정치 사이를 오가며 비판적 감시자를 자임했던 기자들이 정치권을 선택할 때는 어떨까? 기자였다가 며칠 만에 정치인의 입을 대신하는 직으로 옮겼으니 당연히 독립성과 공정성에 의심과 불신이 생기지 않겠는가 말이다. 한국에선 소수의 언론이 전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황인지라 이름값 하는 언론에 종사했던 이들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오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밤에는 최저 26.3도를 보이며 열대야도 시작됐다. 지난해 보다 23일 빠른 열대야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최근의 더위는 시원한 곳에서 보내는 휴가를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휴가를 예전처럼 보내지 못하더라도 이미 운전대를 잡고 휴가를 떠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휴가철에는 장시간 운전을 할 수 밖에 없이 교통정체가 심하다. 장시간 운전은 집중력 저하, 졸음운전, 허리·무릎·어깨·손목 통증 등 다양한 신체적 불편함과 위험성을 안고 있다. 실제 교통사고도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의 3년간 여름 휴가 집중기간(7.16~8.31) 교통사고는 일 평균 613건, 부상자는 926명, 사망자는 10명이었다. 운전대를 오래 잡고 있다 보면, 손목과 엄지손가락 부근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염증으로 인한 손목건초염이다. 의학용어로는 드퀘르뱅 증후군이라 한다. 손목 통증 질환은 대부분 힘줄과 힘줄집에 발생하는 염증성 또는 퇴행성 과정으로 유발된다. 손목터널증후군과 유사하지만 다른 질환이다. 장시간 운전 및 컴퓨터 사용 등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자